청년 고독사를 연구하던 청년들,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을 마주하다
청년 고독사를 연구 과제로 떠안은 대학원생들이 연구를 진행할수록 자신들의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리서치 연극이 신촌 무대에 오른다.
예술창작집단 프로젝트520은 연극 ‘현대사회 청년 고독사에 관한 원인 분석: 고독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10월 3일부터 4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극장PLOT에서 공연한다.

이번 작품은 극장PLOT이 주최·주관하는 ‘제4회 플롯스테이지(PLOT STAGE)’ 선정작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의 후원을 받으며 서울어텀페스타와 협력한다. 공연은 양일 오후 2시와 6시, 총 4회 열린다.
을지로 바에서 시작된 3인극, 극장 무대의 5인극으로
작품의 출발점은 일반적인 극장이 아니라 을지로의 한 바(BAR)였다.
초연은 프로젝트520이 일상 공간을 공연장으로 변환해 온 ‘공간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을지로 바 ‘브이’에서 선보였다. 당시에는 청년 고독사를 연구하는 대학원생 세 명을 중심으로 한 3인극이었다.
작품은 개발 단계에서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의 과정 지원사업에 선정돼 공동창작 방식으로 발전했으며, 초연 당시에는 출연진 전원이 창작자로 참여했다. 2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나는 이번 공연은 무대를 극장으로 옮기고 등장인물을 다섯 명으로 확대했다. 인물이 늘어난 만큼 청년 고독사라는 동일한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와 시각도 넓어졌으며, 연구실 밖 각자의 방에서 펼쳐지는 개인의 삶 역시 중요한 축으로 추가됐다.
공개된 연습사진에서도 다섯 인물이 연구실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거나 각자의 노트북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장면이 포착된다. 집단 토론과 개인적 고립이 교차하는 작품의 구조가 시각적으로도 드러난다.
‘고독사’라는 한 단어로 한 사람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가
작품은 통계와 보고서 속에서 하나의 행정적 분류로 사용되는 ‘고독사’라는 단어를 무대 위로 가져온다.
남의 죽음을 조사하고 분석해야 하는 연구자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하나의 용어가 실제 한 사람의 생애와 사정, 관계, 경제적 조건을 얼마나 단순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어떤 죽음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그 이름을 붙이는 사람은 과연 어느 위치에 서 있는가.
이 작품은 청년 고독사를 단순히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연구하는 사람과 연구되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과 실제로 문제를 겪는 사람 사이의 경계가 과연 명확한지를 되묻는다.
연구자 다섯 명에게 주어진 ‘청년 고독사 예방 정책 연구’
무대는 한 대학의 도시과학대학원 연구실이다.
박사 수료생 ‘성민’ 역의 김성민을 비롯해 석사 수료생 ‘서현’과 ‘연우’, 석사생 ‘지수’와 ‘혜진’까지 다섯 인물이 등장한다. 서현과 연우 역은 석서현과 김연우, 지수와 혜진 역은 김지수와 고혜진이 각각 맡는다.
각자 논문과 졸업, 취업 문제를 안고 살아가던 이들에게 어느 날 지도교수가 새로운 과제를 맡긴다. 과제의 이름은 ‘청년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지원을 위한 정책 연구’.
진행하던 개인 연구를 멈추고 누구도 자원하지 않은 과제를 떠맡게 된 다섯 사람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들이 통계와 인터뷰 자료를 파고들수록 논쟁의 범위는 점차 넓어진다. 고독과 고립은 어떻게 다른지, 빈곤과 관계의 단절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에 대한 학술적 토론은 어느 순간 월세, 졸업 심사, 취업, 인간관계 등 연구자 자신의 현실을 향하기 시작한다.
연구 대상과 연구자의 삶이 겹쳐지는 순간
극은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정책 연구와 연구실 밖 다섯 인물의 개인적인 시간을 교차시킨다.
상경해 홀로 생활하는 사람,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 귀갓길에도 배달 콜을 받는 사람 등 같은 ‘청년’이라는 이름 아래 놓여 있지만 각자의 생활 조건은 전혀 다르다.
연구실에서는 하나의 통계와 개념으로 묶였던 청년들의 삶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는 순간 서로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작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청년’이라는 하나의 단어가 모든 개인의 조건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연출은 음향을 활용해 인물이 자신의 삶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듯한 시점을 만들며, 배우들 역시 고정된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공간을 이동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관객은 극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이미 하루 일과가 시작된 연구실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빈곤과 고립은 분리할 수 없다”
작품이 청년 고독사를 바라보는 중요한 문제의식 가운데 하나는 빈곤과 고립의 관계다.
개인의 외로움이나 인간관계 문제만으로 고독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주거, 일자리, 경제적 불안,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연구자들의 논쟁과 일상을 통해 보여준다.
연구를 위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던 인물들은 결국 자신 역시 불안정한 주거와 취업, 관계의 문제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청년 고독사라는 문제를 ‘특별한 누군가의 죽음’으로 거리를 두고 바라보던 시선이 점차 지금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일상적인 조건으로 이동하는 것이 작품의 핵심적인 흐름이다.
‘공간’과 ‘공감’으로 동시대 사회문제 다뤄온 프로젝트520
프로젝트520은 2018년 5월 20일 창단된 예술창작집단이다. 단체명에는 ‘오늘 이뤄지는 공연’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프로젝트520은 ‘공간’과 ‘공감’을 주요 작업 축으로 삼아 극장을 넘어 카페와 야외 등 일상의 공간까지 공연 무대를 확장해 왔다.
2020년 레스토랑에서 선보인 ‘별의, 별일’을 시작으로 일상적인 장소를 공연장으로 전환하는 ‘공간시리즈’를 이어왔으며, 청년 고독사와 부동산 사기, 실존과 소외 등 동시대 사회문제를 소재로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2025년에는 신진 창작자 10명을 모집해 작품 인큐베이팅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연극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공연 개요
공연명: 연극 ‘현대사회 청년 고독사에 관한 원인 분석: 고독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연기간: 2026년 10월 3일(토)~10월 4일(일)
공연시간: 토·일 오후 2시, 오후 6시 / 총 4회
공연장: 극장PLOT(서울 서대문구 연세로4길 27 지하 1층)
관람연령: 12세 이상
러닝타임: 90분, 인터미션 없음
작·연출: 김경은
출연: 고혜진, 김성민, 김연우, 김지수, 석서현
기획: 정인선
조연출: 서현
조명: 강상민
제작: 프로젝트520
주최·주관: ㈜옐로우클립, 극장PLOT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
협력: 서울어텀페스타
예매: 타이니티켓(tinyticket)
문의: 인스타그램 @project__520 / [email protected]
티켓 정가는 4만원이며 신촌 거주자·직장인·학생, 예술인, 문화누리카드 이용자, 장애인·국가유공자는 2만원에 관람할 수 있다. 프로젝트520 공연 재관람객과 PLOT STAGE 참여작 유료 관람객에게는 2만5000원의 할인 가격이 적용된다. 할인은 중복 적용되지 않으며 공연 당일 관련 증빙자료를 지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