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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창고형 대형 약국의 확산, 편리함 뒤에 숨겨진 그림자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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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 곳곳에서 창고형 대형 약국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를 연상시키는 넓은 공간에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등을 대량으로 진열하고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한곳에서 비교·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변화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의료와 약료 서비스의 공공성 측면에서 바라보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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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이 가져올 지역 약국의 위기

 

창고형 대형 약국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일반 약국보다 낮은 가격과 다양한 상품 구성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만,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주민 건강을 책임져 온 중소 약국들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동네 약국은 단순히 약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복약지도를 통해 의약품 오남용을 예방하며, 노인과 만성질환자들에게는 가장 가까운 건강 상담 창구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폐업이 늘어난다면, 결국 지역 주민들은 가까운 곳에서 받을 수 있었던 약료 서비스를 잃게 될 수 있다.

 

특히 농어촌이나 고령화 지역에서는 소규모 약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대형 약국이 수익성이 높은 도심에 집중되는 반면, 중소 약국이 사라진 지역은 의료 취약지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의 공공성과 상업화 사이

 

약국은 일반 유통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의약품은 생명과 건강에 직접 연결되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지나친 가격 경쟁과 판매 중심의 운영은 약사의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약국을 단순한 유통 매장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프랜차이즈 형태가 확대될 경우 자본력이 큰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독과점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초기에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겠지만, 중소 약국이 사라진 이후에는 오히려 가격 결정권이 대형 체인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해외 사례가 주는 교훈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대형 체인 약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동시에 지역 약국의 붕괴와 약료 서비스의 질 저하, 의료 접근성 악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본 역시 지역사회 약국 기능 강화를 위해 '가정약사 제도'와 방문 약료 서비스를 확대하며 동네 약국의 역할을 보호하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은 단순히 대형화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약국과 대형 약국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균형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정책 방향

 

첫째, 약국을 단순한 판매시설이 아닌 공공 의료 인프라로 바라보는 정책적 인식이 필요하다.

 

둘째, 대형 약국과 프랜차이즈 확산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되거나 자본에 의한 사실상의 기업형 약국이 형성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셋째, 동네 약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 복약관리, 만성질환 상담, 방문 약료 서비스, 디지털 헬스케어 연계 등 전문 서비스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농어촌과 의료 취약지역의 약국 유지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기본적인 약료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공공 지원과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소비자 역시 약국을 단순히 가격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전문적인 상담과 안전한 복약지도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건강 파트너로 인식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균형과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소비자의 편익과 가격 경쟁은 중요하다. 그러나 의료와 약료 서비스의 공공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창고형 대형 약국의 등장은 시대적 변화의 한 흐름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 건강 안전망인 동네 약국이 무너진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다.

 

국가의 역할은 대형화 자체를 막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 경쟁과 공공성을 조화시키고 지역 약국과 대형 약국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균형을 만드는 데 있다. 

 

약국은 단순한 판매점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전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때이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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