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울강남 호텔아트페어와 인사동 아트페어, 무엇이 달랐나
아트페어는 이제 단순히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 장르가 아니다. 어디에서 열리느냐, 어떤 구조로 운영되느냐에 따라 시장의 성격과 관람의 결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제7회 히즈아트페어와 제8회 히즈아트페어는 한국 중소형 아트페어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다.

제7회는 서울 강남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에서 열린 호텔형 아트페어였고, 제8회는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전관에서 진행된 도심 갤러리형 아트페어였다. 같은 브랜드 아래 열린 행사였지만, 공간의 성격과 관람 경험, 판매 구조, 상징성은 상당히 달랐다.

먼저 제7회 히즈아트페어는 강남의 호텔 공간이 지닌 상업성과 체류성을 적극 활용했다. 미디어피아 보도에 따르면 이 행사는 2024년 12월 6일부터 9일까지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8·9·10층에서 열렸고, 원로·중견·신진 작가가 함께하는 구조를 내세웠다. 사전 보도에서는 약 120명의 작가 참여가 소개됐고, 후기 기사에서는 실제 참여 작가가 약 110여 명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는 호텔이라는 공간이 지닌 압축적 동선, 객실 또는 룸 중심의 관람 구조, 그리고 구매자와 작가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 특성을 잘 보여준다.
호텔형 아트페어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구매 친화성’이다.
호텔은 기본적으로 방문객에게 폐쇄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체류 환경을 제공한다. 관람객은 복도와 룸을 이동하며 작품을 보다 사적인 분위기 속에서 접하게 되고, 작가나 관계자와의 대화도 보다 직접적이고 밀도 있게 이뤄질 수 있다. 강남이라는 입지 역시 소비 여력 있는 관람층과 컬렉터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요소다. 미디어피아 기사들이 반복해서 강조한 것처럼, 제7회는 “작가에게 직접 듣는 작품 설명”과 “작가가 주인이 되는 아트페어”라는 점을 내세웠는데, 이것은 호텔형 공간이 지닌 프라이빗한 응접 기능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강남 호텔형 아트페어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첫째, 호텔은 상징적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럽지만, 동시에 심리적 진입장벽도 높다. 일반 대중, 특히 미술 입문층에게는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
둘째, 룸 중심 전시는 개별 부스의 독립성은 높지만, 전체 서사나 공공적 축제감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셋째, 강남 상권의 이점은 곧 비용 압박과도 연결된다. 장소가 주는 ‘럭셔리 이미지’는 행사 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지만, 자칫 작품보다 장소 이미지가 먼저 소비될 위험도 있다.
결국 호텔형 아트페어는 판매에는 유리할 수 있으나, 공공적 확장성에서는 한계를 노출할 수 있다. 이 평가는 제7회의 성격을 직접 설명한 미디어피아 보도와, 이후 한국아트넷뉴스 인터뷰에서 드러난 “직거래 모델의 지속성·재방문 구조가 약하면 매출이 단발로 끝날 수 있다”는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반면 제8회 히즈아트페어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택했다.
코리아아트뉴스와 미디어피아, 한국아트넷뉴스 보도에 따르면 제8회는 2026년 2월 25일부터 3월 3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1~5층 전관에서 열렸고, 콘셉트는 분명했다. 바로 “다시 인사동”이다. 이 선택은 단순한 장소 변경이 아니라, 히즈아트페어가 자신을 한국 미술의 문화지구 한복판에 다시 위치시키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인사동형 아트페어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과 상징성이다.
인사동은 여전히 한국 미술시장과 전통문화의 상징 공간이며, 관광객·일반 시민·전시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열린 거리다. 코리아아트뉴스는 제8회 개막 기사에서 인사동의 상징성과 접근성을 바탕으로, 작가와 관람객이 현장에서 직접 만나 소통하는 “아트마켓형 페어”의 취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폐막 기사에서도 제8회가 인사동 한복판에서 동시대 미술의 현재를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즉, 인사동형 아트페어는 단지 작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의 유동인구와 문화적 기억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특히 제8회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구조적 메시지였다.
코리아아트뉴스는 이 페어를 “작품 판매 수익 100%를 작가에게 지급하는 직거래 구조”라고 명시했고, 한국아트넷뉴스도 인사동 문화지구 한복판에서 작가 중심의 전시·마켓 접점을 확장한다고 전했다. 또한 AI 특별관을 신설해 디지털·AI 기반 작품을 독립 섹션으로 운영한 점은, 인사동이라는 전통적 공간에 새로운 언어를 들여놓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는 단순히 “전통 vs 현대”의 대비가 아니라, 전통적 장소성 위에 동시대 기술 예술을 포개는 실험이었다.
다만 인사동형 아트페어에도 단점은 있다.
첫째,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은 곧 실구매자보다 구경객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열린 거리와 복합적 상권 속에 놓인 전시는 호텔형보다 관람 집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셋째, “작가 중심 직거래”는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현실에서는 작가 개인의 설명력·응대력·브랜딩 역량 차이에 따라 성과 편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을 한국아트넷뉴스 인터뷰가 짚었다. 직거래 모델은 관람 경험을 강화하지만, 작가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편차와 홍보의 지속성 부족, 페어 이후 관계 유지 시스템의 미비가 한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인사동형 아트페어는 확장성은 크지만 운영 완성도와 후속 시스템이 더 중요해지는 구조다.
규모 측면에서도 두 회차는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제7회는 약 110~120명 수준의 참여 작가가 소개된 반면, 제8회는 코리아아트뉴스 보도에서 200여 명 참여로 정리됐다. 이는 장소의 차이만이 아니라, 브랜드가 7회에서 8회로 넘어오며 보다 공공적이고 다층적인 플랫폼 성격을 강화했음을 보여준다. 강남 호텔이 ‘선별된 응접’의 공간이었다면, 인사동 전관은 ‘확장된 장터’의 공간에 가깝다. 하나는 집중도와 구매 가능성에, 다른 하나는 접근성과 생태계 확장에 무게를 둔다.
결국 제7회와 제8회의 비교는 단순한 장소 비교가 아니다.
강남 호텔 아트페어는 미술을 보다 상품화된 프리미엄 시장의 언어로 보여주는 형식이고, 인사동 아트페어는 미술을 도시의 흐름과 공공의 접점 속으로 되돌려 놓는 형식이다. 전자는 판매와 응접에 강하고, 후자는 소통과 확산에 강하다. 전자는 밀도 있고 후자는 개방적이다. 전자는 컬렉터 친화적이고, 후자는 대중 친화적이다.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히즈아트페어가 이 두 방식을 모두 실험하면서, 한국 미술시장에서 “작가 중심 직거래형 아트페어”라는 자기 정체성을 계속 가다듬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강남형이든 인사동형이든, 행사 기간의 활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시 이후에도 작가와 관람객, 작가와 컬렉터를 이어주는 아카이빙과 데이터, 재방문과 재구매를 만드는 후속 플랫폼이 필요하다.

한국아트넷뉴스 인터뷰에서 후후 운영위원장이 말했듯, 히즈아트페어의 과제는 규모보다 ‘표준’이 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제7회와 제8회는 하나의 결론으로 이어진다. 호텔이든 인사동이든 중요한 것은 장소 자체가 아니라, 그 공간 안에서 작가가 실제로 주체가 되는 구조를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만드느냐는 점이다.
그것이야말로 한국형 중소 아트페어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진짜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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