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해설] 정광덕의 "챗GPT에게"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 16]
챗GPT에게
정광덕
넌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못하는 게 없다고 들었어.
얼마나 똑똑하면 그 어렵다는
기사문도 척척!
연설문도 뚝딱!
넌 참 대단해.
너라면 내 숙제쯤은
누워서 떡 먹기겠다, 그치?
너만 믿을게.
ㅡ숙제를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어려운 문제를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어요.
함께 풀어요.
쳇, 좋다 말았네!
ㅡ『시와 소금』(2025년 봄호)에서

[해설]
챗GPT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까?
챗GPT는 OpenAI에서 개발한 GPT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다. 사람이 질문을 하면 기계 속 프로그램인 챗GPT가 그 질문에 대해 여러 가지 변수를 추측하고 지나간 대사와 지식을 참고해 제대로 된 문장을 구성해서 답을 해준다. 신기한 측면도 있고 기특한 측면도 있고 무서운 측면도 있다.
챗GPT는 축적된 학습데이터를 바탕으로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여 답변하는 방식이라 정확함이 요구되는 수학 계산에는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말귀를 웬만큼 알아듣고 어느 정도 논리적이고 풍부한 지식까지 갖고 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타를 인간이 제공하면 그는 문제집의 역할은 못할지라도 참고서나 과외선생의 역할은 해줄 수 있다. 실수는 간혹 하지만 꽤 똑똑한 녀석이다.
초, 중, 고, 대학생이 숙제할 때 챗GPT는 아주 유용하고, 그 활용도가 높일 수 있다. 학교 선생님들이 이제 골치 아프게 생겼다. 이 숙제를 학생이 직접 했는지 챗GPT의 도움을 받아서 했는지 알아낼 방도가 있을까? 이 시의 화자인 아이는 챗GPT 활용법을 알게 되니까 숙제하기가 아주 쉬워졌다. 글을 제법 쓸 줄 아니까 조건만 적절히 말해주면 척척박사다.
그런데 챗GPT가 정직하기까지 한다. “숙제를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어려운 문제를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어요./ 함께 풀어요.” 이런 말을 하지 않는가. 요령과 편법과 타협하지 말고 그대의 양심껏 나를 활용하라고 하니, 머리카락이 주뼛 설 노릇이다. 아이는 “쳇, 좋다 말았네!” 하면서 투덜거리고 있지만 챗GPT의 정직성에 우리는 감탄하게 된다. 이 문명의 이기를 좋은 일에 쓰면 인간의 조력자가 될 것이고 비양심적인 일에 쓰면 인간의 원수가 될 것이다. Open AI측에서는 수학과 과학 같은 전문 데이터 학습과 보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챗GPT가 머리 회전이 느린 나 같은 인간을 향해 “쳇!” 하고 혀를 찰 날이 올 것만 같다. 네가 시인이야? 네 시를 누가 읽는대?
[정광덕 시인]
전남 영광 태생 정광덕 작가는 2012년 《아동문예》 동시 공모에 당선돼 등단했다. 동시집 『맑은 날』과 동화집 『불평등을 수거해 드립니다』를 펴냈다.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전주문화재단 오디오북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제34회 전북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나무 앞에서의 기도』 『사람 사막』 등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