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임의 시조 읽기 6】장영춘의 "봄, 엿보다"

봄, 엿보다
장영춘
바람처럼 왔다가 사나흘 살더라도
피우리라, 피우리라 물관으로 실어나른
저것 봐 바람꽃 한 송이
얼린 손 내미는 거
어제 놓아버린
핏줄 마른 다짐들이
또다시 꽃 앞에서 속수무책 무너지고
게으른 발자국 털며 출렁이며 오는 봄
『달그락, 봄』 (한그루. 2024)
봄이 왔다.
봄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색채가 다르다. 꽃들은 축포처럼 터지고 우리는 솜사탕처럼 가볍다. 봄은 와인 마신 것처럼 몽실몽실 몸과 마음이 혼미해지는 계절이다.
그러나 장영춘 시인의 「봄, 엿보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바람꽃이 바람처럼 왔다가 사나흘 살고, 얼린 손 내밀며 핀다고 한다. 힘겹게 피고 쉽게 스러진다. 두 번째 수를 읽다 보면 아련함이 전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마음이거나, 나태한 마음이거나, 무기력하고 우울한 마음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음이 어떻든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봄이다.
우리나라의 바람꽃은 이름들이 특이하다.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만주바람꽃, 홀아비바람꽃, 꿩의바람꽃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꽃이 20여 종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바람꽃을 직접 본 이는 많지 않다. 자라는 환경과 개화 기간이 짧아서 그럴 것이다. 이러한 바람꽃을 시인은 만난 듯하다. 어쩜 바람꽃을 만난 것도 시인과의 인연일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가오고 멀어진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는 먼 과거를 이끌고 미래로 뻗어간다. 매 순간마다 새롭게 만나는 인연이나 관계 앞에 그 순간들이 봄을 엿보는 바람꽃처럼 피어나면 좋겠다.
강영임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서귀포 강정에서 태어나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편집자주: "강영임의 시조 읽기" 코너는 매주 수요일 아침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