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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해설] 정희경의 "갈매기 주점ㅡ동네 시장"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시조 해설] 정희경의 "갈매기 주점ㅡ동네 시장"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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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41]

갈매기 주점

ㅡ동네 시장

 

정희경

 

부산의 갈매기들 탁자에 둘러앉아

야구장 파도타기 여기까지 끌고 왔다

바다가 소주잔 가득 펄떡이며 앉는다

 

늙어버린 주점에 가을 전어 한 접시

막다른 시장 골목 가로등이 익는다

소주병 초록 불빛이 희미한 등대 같은

 

묵쉬도록 불러보는 안타의 붉은 저녁

밀물로 끌려오는 9회 말을 위하여

사나이 억센 사투리 갈매기를 부른다

 

―『미나리도 꽃 피네』(도서출판 작가, 2024)

 

 

  [해설]

 

   롯데자이언츠, 올해는 일 좀 내봐라.

 

  제목을 보면 부산의 자갈치시장쯤에 있는 술집 이름이다. 술집에 있는 텔레비전이 켜져 있는데, 롯데자이언츠와 다른 야구팀이 시합하는 것을 중계하고 있다. 술집에 와 있는 손님들의 눈길은 다 그 시합에 쏠려 있다. ‘부산 갈매기는 문성재가 부른 가요인데 롯데자이언츠의 응원가가 되었다. 이 시조에서 부산 갈매기는 부산 사람들이다.

 

  오래된 시장의 낡은 술집이다. 전어 한 접시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서민들. 롯데자이언츠의 승리와 우승이 사는 낙인데 팀의 성적은 영……. 1982년 프로야구 개막 이래 우승은 딱 두 번 했다. 1984년에 최동원이 코리안시리즈 4승을 따내 우승했고 1992년에 염종석과 박동희가 공을 던지고 김민호와 박정태가 방망이를 휘둘러 우승했다. 33년이 지났는데 우승을 못하고 있다. 부산 사람들, 지쳐버렸다.

 

  9회 말, 끝내기 안타, 끝내기 홈런이 나오면 부산 사람들,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 목이 쉬도록 응원가를 부를 텐데 아이고, 끝내기 안타 먹고 져버리네. 그래도 경기장에 가면 부산 사람들, 애향심이 대단하다. 이기면 노래 부르면서 울고 져도 다음 시합을 기대하며 운다. 올해 용하게 3위까지 올라갔다.

 

  부산 사람들, 사는 낙이 뭐 있겠노. 올해 33년 만에 우승 한번 해보소. 정희경 시인이 그럼 또 우승 축하 시조를 쓸 낍니더. (궁금한 것 한 가지. 정희경 시인은 대구 사람인데 응원하는 팀은 어디일까요?)

 

  [정희경 시조시인]

 

1965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과 2010년 《서정과현실》 신인작품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현재 《어린이시조나라》 편집주간을 맡고 있으며 영언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시조집으로 『지슬리』『빛들의 저녁시간』『해바라기를 두고 내렸다』, 평론집으로 『시조, 소통과 공존을 위하여』가 있다. 가람시조문학신인상, 올해의시조집상, 오늘의시조시인상, 부산시조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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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갈매기#롯데자이언츠#시조해설#정희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