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AI 인문학 6] 인공지능,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
사람과 복지를 잇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의 역할은 무엇인가
"기술이 돕는 새로운 방식"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 가능성은 복지, 안전, 금융, 교육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필요한 정보가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고, 서류 하나를 떼기 위해 여러 기관을 오가는 일이 여전히 반복된다. 정보를 한데 모아 살펴볼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둘째, 중요한 판단이 일부 영역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주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록이 시스템에 입력되더라도, 해석과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인 경우가 많다. 이는 반복되는 징후나 미묘한 변화가 놓치기 쉽고, 이상을 감지했을 땐 이미 중요한 타이밍이 지나버린 경우도 적지 않다. 정보 흐름을 꾸준히 살피고, 필요한 대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셋째, 위기 신호를 효과적으로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변화는 갑작스럽게 일어나기보다는, 작은 단서들이 이어지며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정보가 여러 기관에 나누어 존재하거나, 필요한 연결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 사람의 시간과 자원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일상의 수많은 요청 속에서 모든 변화를 놓치지 않고 대응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다섯째, 정보가 있어도 ‘찾아가는 구조’가 아니다.
제도가 있어도 먼저 알지 못하면, 제때 도움을 받기 어렵다.
정보가 있어도, 연결되지 않으면 닿기 어렵고, 도착하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기는 쉽지 않다.

기술은 어떻게 제도를 바꾸는가
"‘찾아가는 복지’에서 ‘찾아오는 복지’로"
인공지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의 다양한 현장에서 그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전기·통신·의료 기록을 분석해 복지 사각지대를 감지하거나, 연체나 소비 패턴을 통해 청년 부채의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고 이력과 CCTV 데이터를 활용해 아이들의 등하교 길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기술도 일부 지역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재난 상황에서는 인파 밀집이나 통신 밀도 같은 정보를 분석해 경보 체계를 정교하게 운영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속도나 효율성의 문제를 넘어, 제도가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다시 성찰하게 한다. 신청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구조에서, 기술이 먼저 반응하고 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돌발 상황 이후에야 움직이던 흐름에서 벗어나,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향한 관심과 논의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정보가 있어도 찾아가야 하는 구조, 복지가 있어도 모르면 소용없는 시스템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정보 사각지대에 머물게 한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한계를 완화하고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보를 먼저 연결하고, 상황을 미리 감지하며, 그에 맞는 제안이 가능하다면, 기술은 더 많은 사람에게 선제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행정의 방식뿐 아니라, 제도가 사회에 접근하는 방식을 서서히 바꾸어 가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공지능의 끝은 사람이어야 한다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술"
기술은 사람을 빠르게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데이터를 읽는 기술을 넘어서, 삶의 맥락을 함께 읽고,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사람마다 다른 신호를 구체적으로 감지하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예: 시계열 기반 이상 탐지, 비정형 데이터 분석).

예기치 못한 위기를 미리 알아차리고, 적절한 도움을 건네며, 말하지 못한 어려움을 먼저 발견하는 기술(Behavioral signal detection, 패턴 기반 리스크 조기 탐지). 복잡한 절차 없이도 제도에 닿을 수 있고, 혼자였던 시간에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신뢰가 생기는 사회. 인공지능은 그런 미래를 향한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기술이 진정으로 사람을 위한 것이 되려면, 더 정교한 계산보다 더 따뜻한 감각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을 넘어, 사람의 삶에 닿고 공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더불어 사는 미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기술은 지금, 더 가까운 사회를 향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 문을 어떻게 열 것인지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더 많은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누구도 놓치지 않는 내일을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은 인간을 향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시인, 칼럼니스트, IT AI 연구원 , KAN 전문기자
(주)데이터포털에서 빅데이터시각화팀장으로서 데이터 시각화와 AI 기술을 활용해 공공데이터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음.
시인과 컬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문학과 데이터 과학을 접목하여 AI 플랫폼 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