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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휘의 K-메디 건강미학 2] 비만에서 치매까지, 건강의 파수꾼인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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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휘의 K-메디 건강미학 2] 비만에서 치매까지, 건강의 파수꾼인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한의사 김두휘 칼럼니스트
입력
“장 속 미생물이 당신의 기억력과 체중을 결정한다” 비만·당뇨·치매까지, 내 몸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생명체의 비밀


“신토불이.” 어릴 적, 김치 독 앞에서 어머니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주 하시던 말이다. 몸과 땅은 하나라는 뜻의 이 말은, 땅에서 난 음식이 곧 몸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옛 철학을 담고 있다. 실제로 어머니가 차리신 식탁에는 늘 제철 채소로 담근 김치와 구수한 된장국이 빠지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아흔이 넘은 아버지와 여든 중순을 넘긴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총명하고 기억력도 뛰어나며 정정한 모습이다.

처음엔 단순히 좋은 체질이라 여겼지만, 현대 과학은 그 비결의 일부가 장속 미생물에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우리 장 속에 사는 수십 조의 미생물들, 즉 장내 미생물군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의 파수꾼인 셈이다.
 

우리 장 속에 사는 수십 조의 미생물들, 즉 장내 미생물군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의 파수꾼이다
[이미지:류우강 기자]


장내 미생물, 인체의 숨은 장기

인간의 장 속에는 약 40조 개의 세균이 살고 있으며, 이는 인체 세포 수(약 30조 개)보다도 많다. 이 미생물들의 총 무게는 뇌와 비슷한 수준이며, 인체 속에서 마치 특별한 장기처럼 기능하면서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유전적으로도 방대한 잠재력을 지닌 장내 미생물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는 인체의 거의 모든 생리 과정에 관여한다고 할 만큼 중요하다.

최근 연구들은 장내 박테리아가 소화를 돕는 수준을 넘어 면역 조절, 대사와 에너지 균형, 염증 조절 등에 폭넓게 작용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장 환경이 무너지면 몸의 균형도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만병의 근원, 장내 미생물 불균형

더 놀라운 것은 장내 미생물이 각종 질병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불균형한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비만과 당뇨 같은 대사질환부터 알레르기, 심혈관계 질환, 일부 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질환 발생과 연관되어 있다. 나아가 류마티스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같은 자가면역 질환, 자폐증과 같은 신경발달 장애에도 장내 미생물의 이상이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만병은 장에서 시작된다”는 옛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비만과 간 건강, 대사증후군까지

식생활의 서구화로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푸념이 흔하다. 흥미롭게도,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무너진 사람들에게서 그런 현상이 자주 보인다. 유익균이 부족하고 유해균이 늘어난 장내 환경 불균형은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에너지 대사 효율을 교란시켜 지방을 잘 축적되는 몸으로 만들 수 있다.
 

비만인 사람의 장내 미생물 조성은 날씬한 사람과 다르며, 특정 미생물은 에너지를 과도하게 추출해 남는 열량이 지방으로 축적되게 한다.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의 장내 미생물 조성은 날씬한 사람과 다르며, 특정 미생물은 에너지를 과도하게 추출해 남는 열량이 지방으로 축적되게 한다. 반대로 유익균이 풍부한 장은 음식물로부터 적정한 에너지만 흡수하고, 염증을 억제하여 지방간 등의 발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특히 간 건강과 장내 미생물의 관계는 ‘장-간 축(gut-liver axis)’이라는 개념으로도 불린다. 장과 간은 문맥 혈관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장이 건강할 때는 장내 미생물이 만든 비타민, 단쇄지방산 등 이로운 물질들이 간으로 운반되어 간 대사에 도움을 준다. 반면 유해균이 증식한 경우, 이들이 내놓는 내독소(LPS) 등의 독성물질이 간으로 유입되어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

그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이나 간염 등이 악화될 수 있다. 반대로 유익균이 만들어내는 부티르산 같은 짧은 사슬 지방산(SCFA)은 간의 대사작용을 원활하게 돕고 장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하여, 간으로 유해물질이 넘어가는 것을 막아준다. 장내 미생물 균형을 바로잡으면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고, 혈압까지 안정되는 등 대사증후군 전반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장과 뇌를 잇는 연결고리: 정신건강과 치매

장이 ‘제2의 뇌’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장에는 뇌 다음으로 많은 신경세포가 밀집해 있고, 뇌와 장은 미주신경 등을 통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최근 밝혀진 사실은, 이 장-뇌 연결고리의 중요한 매개자가 다름 아닌 장내 미생물이라는 점이다.

장 속 미생물들은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면역신호 물질 등을 통해 뇌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정신 및 뇌 기능에 영향을 준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환자의 장내 세균 구성이 건강한 사람과 현저히 다르다는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등 다양한 정신과 질환에서 장내 미생물 다양성 감소나 특정 균의 부족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장내 세균이 생성하는 세로토닌(행복 호르몬)과 GABA 등의 물질은 뇌의 감정 조절에 직접 관여한다. 다시 말해 장속 미생물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장내 미생물은 뇌의 퇴행성 질환과도 관련되어 있다. 한때 뇌 질환은 뇌의 문제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치매도 장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 최근 연구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분석해보니 치매가 아닌 사람과 미생물 구성에 차이가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국내 연구진 또한 치매 초기 환자의 장내 세균 종류가 정상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대변 검사를 통해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스위스 제네바대의 연구에서는 장내 유해균이 만들어내는 독소인 지질다당류(LPS)나 일부 유해 짧은 사슬 지방산 SCFA 수치가 높을수록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치매 유발 물질)이 많이 쌓이는 반면, 유익균이 만들어내는 부티르산 수치가 높을수록 뇌의 아밀로이드 침착이 적었다고 한다. 이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치매의 위험인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인의 장, 서양인과 다른 점은?

서구와 비교해볼 때,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에는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쌀밥과 채소 반찬 위주의 식단을 이어왔고, 김치를 비롯한 여러 발효채소를 매일 먹어왔다. 이러한 식생활 덕분에 한국인의 장에는 식이섬유 분해를 돕는 균과 유산균 등이 비교적 풍부하게 서식하며, 서구인의 장내 미생물 구성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양상을 보인다.

한 연구에서는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군에 섬유소 분해를 잘하는 프레보텔라(Prevotella) 계열 균주가 많이 나타났으며, 이는 채소 위주 식단의 영향으로 해석되었다. 반면 서구식 식단은 고지방·고단백 위주여서 다양한 채소와 발효식품 섭취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에 맞춘 미생물만 우세해 장내 미생물군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유해균 증식이 쉬워진다. 이는 서구식 식습관을 빠르게 받아들인 현대 한국인들에게서 비만과 대사질환이 늘고 있는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리의 유전적·생리적 특성에 최적화된 전통 식단을 버리고 급격히 바뀐 음식 환경에 장내 미생물군이 적응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시 ‘신토불이’ 철학을 떠올릴 수 있다. 내 몸과 내가 사는 땅은 하나이므로, 그 땅에서 나는 음식이 곧 내 몸에 이롭다는 조상들의 지혜다. 과학의 언어로 풀자면,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의 식생활에 맞춰 공생해온 토착 미생물들이 우리의 건강에 이롭다는 의미다. 한국인의 전통 발효식품들은 이러한 신토불이의 지혜가 담긴 생활 속 실천이라 할 만하다.

예를 들어 김치, 된장, 청국장 등은 각각 특유의 발효 과정을 거치며 풍부한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와 유기산, 항산화 물질 등을 만들어낸다. 김치에서 자라는 유산균은 장내 유해균을 억제하고 소화를 돕는데, 한 연구에서는 꾸준한 김치 섭취가 체중 증가를 막고 장내 균총을 건강하게 바꿨다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또한 한국의 여러 발효식품들은 임상 및 실험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비만·당뇨 개선, 기억력 향상 등 놀라운 건강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특히 김치는 장내 유익균을 늘리고 과민성대장증후군(IBS) 같은 대장 질환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을 위한 식습관: 실천 가이드

그렇다면 장내 미생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습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음은 실천 가능한 식습관 가이드다.

•     식이섬유 풍부한 식품 충분히 섭취하기
채소, 과일, 해조류, 통곡물, 콩류 등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의 보고다. 식이섬유는 대장에서 유익균에 의해 발효되며 짧은 사슬 지방산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장 환경을 산성화시켜 유해균 증식을 억제하고 장 점막을 건강하게 만든다. 매 끼니 채소반찬을 곁들이고, 간식으로 과일을 섭취하며, 흰쌀밥 대신 현미 등 통곡을 먹는 식으로 하루 25g 이상의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전통 발효식품 매일 먹기
김치, 된장, 청국장, 식초, 낫토 등 발효식품에는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하다. 꾸준히 섭취하면 장내에 유익균 군락을 형성하여 유해균의 성장을 막고 면역력을 높인다. 식약처에서도 김치, 된장 등 유산균 함유 발효음식을 충분히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음식만 지나치게 먹기보다 다양한 발효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     균형 잡힌 식단 유지하기
발효식품이 몸에 좋다고 해도 채소만 잔뜩, 혹은 고기만 잔뜩 먹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육류와 어류, 곡류와 채소를 골고루 먹는 균형식이 결국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높여준다. 단백질이나 지방도 양질의 식품에서 적당량 섭취하면 유익균의 영양원이 되지만, 과잉 섭취 시 남은 영양분이 부패하면서 오히려 유해균 증식을 부를 수 있으므로 과유불급이다.

•     가공식품, 당분, 과음은 멀리하기
가공육, 인스턴트 식품, 달콤한 간식과 탄산음료 등은 장내 유해균의 먹이가 되는 당과 첨가물이 많고 섬유질은 적어 미생물 생태계를 망가뜨린다. 또 기름진 음식의 과다섭취는 장내 담즙산 분비를 증가시켜 일부 유해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과도한 음주는 장 점막을 손상시키고 유익균을 급감시키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서구형 식습관을 최대한 멀리할수록 우리 장 속 ‘착한 균’들이 활개칠 수 있다.

•     항생제 남용 피하기
불가피하게 항생제를 복용할 때를 제외하면, 일상적으로 항생제 남용은 삼가야 한다. 광범위 항생제는 장내 유익균까지 몰살시켜 미생물 생태계의 황무지를 만들 수 있다. 잦은 항생제 노출로 장내균총의 다양성이 떨어지면 면역력도 떨어지고 대사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꼭 필요할 때만 신중하게 사용하고, 복용 이후에는 발효유나 김치 등의 유산균 섭취를 늘려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장 속 작은 우주를 위한 따뜻한 실천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이 있다. 장내 미생물을 연구하는 과학이 발전할수록, 우리 선조들이 남긴 이 지혜가 얼마나 정확한지 새삼 놀라게 된다. 몸에 좋은 토종 식재료와 발효 음식으로 내 장 속 작은 우주를 풍요롭게 가꾸는 일—어쩌면 그것이 비만, 당뇨, 치매까지 막아주는 가장 근본적이고도 따뜻한 치료일지 모른다.

김두휘  한의사 보건학 박사
압구정린바디한의원 대표원장 김두휘

압구정린바디한의원  대표원장 
유럽 1호 시술 허가 한의사
국제 한방성형협회 회장
대한 한방성형협회 회장 
대한민국 최초 한방 성형침 네트워크
대한 한방 피부미용학회 학술이사
비만관리 의원장 (전)
대한 메디컬뷰티협회 이사
코리아 뷰티 디자인협회 상임이사
뉴욕 키토 전문 다이어트 원장
코리아아트뉴스 건강 전문위원 

한의사 김두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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