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향기] 문득 신문 한 장이 _김영희

신문 한 장이 아무렇게나 구겨진 채 도로 위에 누워 있다. 자동차가 지나가며 날리는 바람에
제 몸을 일으켰다가 맥없이 다시 눕는다. 큰 차가 지나갈 때는 그 덩치만큼 강한 바람이 몰아
친다.
태풍이 몰고 오는 산더미 같은 바람에, 자동차 속도에 비례하는 무정한 바람에 치여서 그는 또 허우적거린다. 태풍에 떠밀려가다가, 자동차에 부딪히며 허공으로 휙 날아올랐다가 툭 떨어져 도로 바닥에 힘없이 눕기를 반복한다. 허공으로 날렸다가 떨어질 때, 신문은 제 몸을 추스르며 바닥에 낮게 엎드린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지만 제 힘이 없어 도로 위를 빠져나오지도 못한다. 그러나 바람과 자동차가 잠시 멈출 때, 그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아주 잠깐 사이다.
거친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온다. 그를 따라 희뿌연 흙먼지와 함께 나뭇잎들이 허공에 날린
다. 눈을 뜰 수 없다. 이리저리 허공을 헤매고 있는 그가 애처로워 보이다가도 한편 춤을 추는 듯 자유로워 보이기도 한다.
나는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큰 도로 사거리에서 허둥대고 있는 그 신문 한 장을 어쩌지 못한다. 잡을 수도 없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신문 한 장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자유로운 영혼, '내 할 일 다 하였으니
이제 인간세상 구경 한번 하고 가리라' 하고 소리치는 듯했다.
신문 한 장은 그날 나를 그렇게 멈춰 서있게 했다.
* 작가는 어느 날 문득 큰 사거리에서 강한 태풍에 이리저리 날리는 신문 한 장을 무심히 보게 된다. 멈춰진 발걸음은 자동차 바람에, 태풍에 휘둘리는 대로 제 몸을 맡기고 있는 신문 한 장에 시선이 고정된다.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날리지만 가장 높이 올랐다 떨어질 때 신문은, 자신을 추스르며 사뿐히 내려앉는다.
바람에 한없이 나약한 존재 같은 신문 한 장이 어쩌면 자유롭게 나부끼는 신문 한 장으로 보일 수 있다. 그날 신문 뭉텅이에서 왜 홀로 빠져나와 거리에서 세찬 바람에 자신을 그대로 맡긴 채, 제 몸을 바람 따라 이리저리 날리고 있었을까.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어쩌면 그것은 자신의 소임을 다한 후의 휴식 같은 자유로움이 아니었을까.

김영희 코리아아트뉴스 칼럼니스트, 문학 전문 기자
충남 공주에서 태어남
수필가, 서예가, 캘리그라피 작가, 시서화
<수필과비평> 수필 신인상 수상
신협 '내 인생의 어부바' 공모전 수상
한용운문학상 수필 중견부문 수상
한글서예 공모전 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