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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수필 향기] 울음을 풀다 - 임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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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수필 향기] 울음을 풀다 - 임이송

수필가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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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 아버지가 죽은 봄 날, 하얀 사과 꽃을 보며 실컷 울었다..." [이미지: 류우강 기자]

  나에게 울음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나를 묶는 것이고 또 하나는 푸는 것이다... 5년 전, 시아버지 장례식에서 나는 목놓아 울었다... 젊은 내 아버지가 죽었을 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것과 달리, 통곡했다.... 예배를 인도하던 목사님이 '사랑하는 큰 며느님을 두고... ' 라는 부분에서였다. 그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을까. 시아버지의 영정사진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입술이 굳게 닫혀 있었다. 
 

    평생 그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었다. 단 한마디였다. '미안하다'는.  마지막 2 -3년 병 간호를 하는 동안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는 끝내 한마디를 아꼈다. 단단했던 벽, 둘이 마주 보고 뚫을 수 없었던 걸 울음으로 혼자 풀었다. 그날 그 자리에서 그렇게라도 풀어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버지 때처럼 오래 그에게 묶여 있었을 것이다... 나는 시아버지가 죽은 계절이 돌아와도 마음이 담담하다. 남은 게 없다. 그날 그 자리에서 다 풀었다. 

  

    40여 년 전, 아버지가 죽던 날은 봄 날 치고 좋았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오랜 시간 우울을 앓았다. 산 같은 존재 하나가 느닷없이 사라진 봄은, 장미꽃 없는 5월처럼 막막했다... 그때 나는 지금의 나보다 젊은, 마흔 다섯의 아버지가 가졌을 두려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갑자기 맞닥뜨려야 했던 죽음과 어린 자식들과 세상 물정 모르는 순한 아내와 산더미 같은 빚을 남기고 죽어야 했던, 아버지에 대한 고찰이 없었다. 

    
  아버지가 죽고 10여 년 간 몸이 아팠다. 아픈 내내 이유를 몰랐다...  아버지를 잃은 충격과 그 이후 닥친 사나운 일들을 고스란히 삼키기만 했지 한번도 뱉어낸 적이 없었다...  마비된 슬픔을 껴안은 채 살고 있었다. 

    

    서른 즈음 아버지가 죽은 봄 날, 하얀 사과 꽃을 보며 실컷 울었다... 

 

    뭐든 흐르는 게 좋다. 생각이든, 마음이든, 인연이든 한 곳에 오래 묶어두면 고약하고 완악하고 아프고 깊어진다. 아버지를 보내고 오래 참았던 울음은 그 시간만큼 나를 옭아맸고 시아버지를 보내며 빨리 풀었던 울음은 그만큼 나를 빨리 놓아주었다. 

 

임이송 - '울음을 풀다' 중에서 

사과나무꽃 낙화 [ 사진 : 류우강 기자]

[수필 읽기] 

 

    울음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기쁨이 넘쳐 웃다가 우는 울음과 억울함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북받쳐 우는 울음, 슬픔을 견디기 어려워 쏟아내는 울음 등 다양하다. 

    
   작가는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했고, 응어리진 마음 때문에 울음이 북받치는 때가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경우를 한 번 정도는 겪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살다 보면 기쁨이 넘치는 날도 있고, 억울함에 말문이 막힐 때도 있고, 슬픔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때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삶의 응어리들을 가슴 깊이 남기지 않기 위해서 모두 기쁠 때 크게 웃고, 울고 싶을 때 참지 말고 마음껏 울며, 억울할 때 그 억울함을 표현하자. 


    눈물은 마음속에 쌓여있는 화, 슬픔, 분노, 불만 같은 감정들을 밖으로 꺼내 마음의 응어리들을 풀어주어 몸을 이완시키는 효과적인 해독제이다. 실제로 눈물치료나 웃음치료 같은 심리 치료를 이용하여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울음은 스트레스에서 몸을 지키는 방어기제이고, 웃음은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삶의 활력소이다. 


    많은 날들을 깊은 슬픔에 빠져 살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후회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마음껏 웃자. 

 

    슬픔이여 안녕!

김영희  수필가, 코리아아트뉴스 칼럼니스트, 문학전문 기자  
 

김영희 수필가

충남 공주에서 태어남 
수필가, 서예가, 캘리그라피 작가, 시서화 
<수필과비평> 수필 신인상 수상
신협-여성조선  '내 인생의 어부바' 공모전 수상
한용운문학상 수필 중견부문 수상
한글서예 공모전 입선  
 

 

수필가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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