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설] 신중신의 "육개장'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 45]
육개장
신중신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넘겼냐고 묻는가?
솥에서 슬슬 끓는 육개장,
이열치열의 염천 보양식 있어
구슬땀 쏟는 한낮, 그것으로 근기 지탱해 왔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삶은 쇠고기―깃머리 양지머리 걸랑을 찢어 깔고
숭숭 썰어 놓은 대파 무
살진 고사리 숙주 토란 줄기 입맛 따라 넣어
얼큰하게 끓인 육개장.
멀리서 찾아온 손을 맞은 겸상에서 흐뭇하고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하는 출출한 저녁참에도
이 한 그릇 있어 사는 재미를 느낀다네.
춥고 긴 겨울을 어찌 날 거냐고 묻는가?
뜨끈하고 불그스레한 국물 위에
고추기름 둥둥 뜨는 육개장 한 그릇,
그거면 이내 콧잔등엔 땀이,
불시에 뱃속이 후끈해지며
허리마저 백두대간처럼 꼿꼿해지지 않던가.
없던 배짱도 두둑이 생겨
한밤중 태백준령도 거뜬히 넘을 것 같으니
한기며 고뿔이 뭔 줄을 모른다네.
―『시로 맛을 낸 행복한 우리 한식』(한국시인협회 엮음, 2013)

고추기름 둥둥 뜨는 육개장 한 그릇,
그거면 이내 콧잔등엔 땀이,
불시에 뱃속이 후끈해지며
허리마저 백두대간처럼 꼿꼿해지지 않던가"
- 신중신
[해설]
보신탕 대신 육개장을
개식용종식특별법이 제정되었다. 개식용 관련 업체가 전·폐업할 시간이 필요하기에 유예기간 3년이 적용되어 2027년 2월 7일부터 개 사육·도살·유통·판매 행위가 금지되는 것이다. 3년 안에 전·폐업해야 하는 개식용 관련 업체는 5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정부는 올해 2월 6일부터 3개월간 개식용 관련 농장과 영업장의 운영 신고를 받았는데 총 5625개 업체(사육 농장 1507개, 도축업 163개, 유통업 1679개, 식품접객업 2276개)가 신고했다. 이들 업체는 8월 5일까지 전업 또는 폐업할 것인지 이행계획서를 각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개식용종식특별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개의 사육·증식 및 도살과 개 또는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만을 금지한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 또는 증식하거나 개 또는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지만 먹은 사람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다. 개를 잡아서 요리하면 안 되지만 먹어도 된다?
보신탕 애호가들이여. 이런 상황이니 견공들을 생각해 육개장을 먹도록 하자. 시인 신중신은 육개장의 효능을 이열치열의 염천 보양식이라고 하였다. 이거 한 그릇만 먹으면 이내 콧잔등에 땀이 나고 뱃속이 후끈해지며 허리마저 백두대간처럼 꼿꼿해진다는 시인의 말이 맞다. 한기도 감기도 안 걸리게 하는 음식, 바로 우리네 전통음식 육개장이란다. 깃머리, 양지머리, 걸랑(소의 갈비를 싸고 있는 고기)을 찢어 깔고 대파, 무, 고사리, 숙주, 토란 줄기 등을 넣었으니 맛은 어떻고 영양가는 또 어떤가. “뜨끈하고 불그스레한 국물 위에/고추기름 둥둥 뜨는 육개장 한 그릇”이라니 군침이 나온다.
보신탕은 먹지 말라고 하니 이제 육개장으로 올해 여름 삼복더위를 이겨냅시다.
이 시를 쓴 신중신 시인이 84세를 일기로 3월 23일에 소천했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신중신 시인]
1941년 경상남도 거창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사상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투창』『바이칼호에 와서』『카프카의 집』 등과 『나의 세계 명작 순례기』가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시협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