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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해설] 이금진의 "영화,서울의 봄"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시조 해설] 이금진의 "영화,서울의 봄"

KAN 편집국 기자
입력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 15]

영화, 서울의 봄

 

이금진

 

 

그 시대 역사의 흐름을 말해주는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수도 밤거리

하늘의 별을 따려는

별들의 난사사건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하나회에서 오만하게 명령하는 전두광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고 근육이 뭉친다

 

조국과 상사를 위한 참군인 김오랑 중령

그 이름 흉상 앞에서 묵념하는 추모객들

빛나리 위대한 젊음이여

서울에도 봄이 오는가

 

ㅡ『시와 소금』(2025년 봄호)에서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김오랑) 소령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해설

  영화가 아닌 현실이었다

 

  20231122일에 개봉하여 1,312만 명이 관람한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관람평을 시조로 썼다. 영화를 모티브로 한 시는 종종 보이지만 시조는 거의 본 적이 없기에 아주 신선하다. 김성수가 감독한 영화는 군사반란이 일어난 19791212일 저녁 7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의 9시간을 다뤘는데 이름을 전두광(전두환), 이태신(장태완) 등으로 바꿨다.

 

  이 영화를 개봉관에서 보지 않고 최근에 집에서 보다가 2/3 정도 진행되었을 때 꺼버리고 말았다. 대학 1학년 때 일어난 그 일은 내게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정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고 근육이 뭉치는경험을 이금진 시인처럼 나도 하였다. 도저히 더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배우 정해인이 육군특전사령관 비서실장 오진호(김오랑) 역을 맡아 잠깐 출연하는데 이 시조에서는 전두광보다 더 중요한 인물로 삼았다. 김오랑 소령은 특전사에 있는 대부분의 군인이 신군부의 회유에 넘어간 상태였지만 반란군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절한 뒤 혼자서 권총을 장전하고 사령관실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10분 뒤 평소 친분이 깊던 박종규 중령의 반란 특전사 부대가 사령관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김오랑 소령은 교전 중 반란군에게 가슴과 배 등에 6발의 흉탄을 맞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1990년에 중령으로 추서되었고 2014년에 보국훈장이 추서되었다. 고향인 김해시에서는 주민들의 성금으로 201466일에 김오랑 중령의 흉상이 세워졌고 매년 1212일에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시인은 정의롭고 강직했던 김오랑 소령을 추모하고자 이 작품을 쓴 것이다. 2022년 대한민국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김오랑 소령의 사망을 순직이 아닌 전사로 판정했다. 김오랑 소령은 적 교전, 무장 반란 등을 방지하다가 사망했기 때문에 이전의 순직에서 전사로 변경되었다. 전투 중에 사망한 것으로 보려는 노력이 무려 42년 만에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때 적지 않은 군인들이 죽었는데 서울에 봄이 온 것인가? 기온이 많이 올라갔으니 봄이 오긴 왔다.

 

[이금진 시인]

 

  이금진 시조시인은 2015년 《경남문학》 신인상과 2019년 《서정과 현실》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시조집 『꿈꾸는 봄날』과 『꽃에 대한 명상』을 펴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나무 앞에서의 기도』 『사람 사막』 등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KAN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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