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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해설] 송명숙의 "픽픽 아리랑"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동시 해설] 송명숙의 "픽픽 아리랑"

이승하 시인
입력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 44 ]

픽픽 아리랑

 

송명숙

 

취구에 입술 대고

손가락으로 지공 막았다 떼었다

아리랑 연습하는

우리 엄마

 

배운 지 한 달 된

초보 엄마 대금 소리가

픽픽!

웃고 있다.

 

―무슨 노래야?

동생이 묻고

―픽픽 아리랑이야

내가 대답하고

 

대금이 픽픽!

동생과 나도 픽픽!

서툴러서 즐거운

픽픽 아리랑.

 

―『우주선 탄 엄마』(도토리숲, 2024)

대금

  [해설]

  엄마는 왕초보라 대금이 픽픽!

 

  집의 두 아이가 취학했는지, 여유가 좀 생긴 엄마는 대금을 배우기로 했다.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을 배워와 집에서 연습하는데 완전 초보라서 그런지 대금 소리가 아니고 픽픽!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난다. 동생이 내게 묻는다. 저게 무슨 노래냐고. 나는 픽픽 아리랑이라고 농담 삼아 대답한다. 대금에서 나는 소리도 픽픽!이지만 이 동시가 재미있는 것은 나와 동생이 픽픽! 웃는 장면이다. 그리고 화룡점정(畵龍點睛), “서툴러서 즐거운/픽픽 아리랑에 와서이다.

 

  픽픽이란 부사는 여럿이 잇달아 힘없이 쓰러지는 것을 묘사할 때 제일 많이 쓴다. 썩은 줄 같은 것이 계속해서 힘없이 끊어질 때도 픽픽이란 말을 쓴다. 그리고 다물었던 입술을 약간 벌리며 싱겁게 자꾸 웃을 때 픽픽이란 말을 쓴다. 하나 더 있다. 막혔던 가스나 기체 따위가 힘없이 터져 나오는 모양이나 그 소리를 가리킬 때도 픽픽이란 말을 쓴다. 이 동시를 쓴 송명숙 시인은 이 가운데 뒤의 2개 픽픽을 사용했다.

 

  아이들이 음악학원에서 배운 것을 집에 와서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가 연출되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엄마가 대금을 배워 집에서 연습하고자 부는데 두 아이가 아직은 영 서툰 엄마를 놀리는 장면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오늘날에는 가족의 이런 모습도 참 소중하고 아름답게 여겨진다. 보통은 자녀가 악기를 학원에 가서 배워 오게 하는데, 여기서는 엄마가 배워 오고 아이들이 구경하고 있으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엄마도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픽픽 아리랑! 이 집이 천국이다.

 

  [송명숙 시인]

 

    오랫동안 어린이들에게 독서 수업을 하던 것을 계기로 동화와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2003년 『문학과 어린이』에 동시 당선. 시집으로 『낮에 떨어진 별』『여섯 개의 관절이 간지럽다』, 동시집으로 『버스 탄 꽃게』『옹알옹알 꼬물꼬물』『현무암이 되고 싶다』가 있다. 동요가 된 동시로 「단풍잎」「개나리꽃」「버스 탄 꽃게」「개구리네 가족회의」「수줍은 파도」「옹알옹알 꼬물꼬물」 등이 있다. 광명예술대상, 광명문학상, 동서문학상, 광명시 전국문학상, 박화목문학상, 한국아동문학작가상을 받았고 올해의 좋은 동시집으로 선정되었다. 현재 민화를 그리고 한국화 작가로 활동 중.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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