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한국미협 정상화 비대위 결의대회 개최, “정쟁을 멈추고 정상화하라”

한국미술협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결의대회가 1월 21일 오후 서울 한국예총 3층에서 전직 이사장 및 작가 등 1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현장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법적 분쟁으로 멈춰 선 협회 선거를 정상적으로 실시해야한다는 현실적 요구가 모인 자리였다.

행사의 시작은 하정민 준비위원장의 발언으로 열기를 더했다. 그는 자신을 “비대위 준비위원장”으로 소개하며, 이번 역할이 특정 후보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협회 정상화를 위한 절차 복원임을 강조했다. 과거 선거에서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었지만 지금은 신뢰가 무너졌다고 진단하며, 소송 중단과 판결 승복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황제성 예비후보 측으로부터 1심 판결에 조건 없이 승복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공개해 현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전직 이사장들이 차례로 발언대에 올랐다. 20대 하철경 전 이사장은 “비정상 선거로 미협이 추락했다”며, 1월 28일 법원 판결 이후에는 누가 되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대 차대영 전 이사장은 “전임 이사장으로서 부끄럽다”는 표현을 쓰며, 소송과 고소·고발의 악순환을 협회가 해서는 안 될 일로 규정했다. 그는 “누가 되느냐가 아니라 협회의 명분과 권리를 도모하는 자리”라고 못 박았다.

23대 조강훈 전 이사장은 “법으로는 그만”이라는 직접적인 언어로 법적 분쟁 종식을 촉구하며, 임시 집행부 체제가 회원 권리를 돌려주지 않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후보들도 ‘정상화’라는 대의에 동의했다. 이병국 후보는 선거 정지와 임시 체제의 비정상 운영을 지적하며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이 들어가지 않는 순수한 정상화 모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영 후보는 “판결 승복이 이루어져야 후보들이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발언해, 선거 재개를 위한 최소 조건을 확인시켰다.

결의대회의 후반부에서는 비대위원장 선임이 공식화됐다. 전직 이사장들과 후보들의 협의 끝에 신제남 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사심이 없다. 제 작품 작업에 바쁘다”라며 개인 욕망 배제를 강조했고, 비대위원장의 임무를 “공정한 선관위를 빨리 구성하고 선거를 준비해 협회를 정상화시키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한 “우리는 정당이 아니라 같은 배를 탄 식구”라며, 비대위가 특정 세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 회복의 도구임을 선언했다. 특히 그는 후배 세대 문제를 언급하며, 미술대학 진학 준비생과 청년 작가들의 생계 불안, 협회 청년층 유입 감소를 지적했다. 이번 혼란은 단지 선거 문제가 아니라 한국 미술 생태계의 기반을 흔드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결의대회는 동시에 과제를 남겼다. 양성모 후보와 고 허필호 후보 캠프의 불참은 대표성 공백이라는 문제를 드러냈고, 현장에서는 “모든 후보가 같은 출발선에 서지 않으면 정상화는 다시 흔들린다”는 우려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각후보들이 비상위원회 위원을 각각 2명씩 추천하기로 결정되었으나, 이날 참석하지 않은 양성모 후보, 고 허필호 후보캠프에서 비상위원회 위원을 추천하여 비상위원회가 실제적으로 구성될 지가 주목된다.

이번 결의대회는 결국 ‘누가 옳으냐’의 공방을 넘어 ‘무엇을 먼저 회복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정쟁을 멈추고 절차를 회복하는 것, 회원 주권을 되찾는 것, 미래 세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이번 결의대회의 핵심 메시지였다. 한국미술협회는 이제 선거 재개와 제도 정상화라는 현실 과제를 앞두고 있으며, 이번 결의대회는 암울했던 협회 상황에 작은 돌파구를 마련한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한국미술협회는 전국 4만 5천여 명의 회원이 속한 국내 최대 미술 단체로, 2025년 6월 28일 전국 10개 지역(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구, 대전, 전주, 원주, 청주, 제주)에서 제25대 이사장과 부이사장을 선출하는 직접선거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5월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력 후보였던 황제성 후보의 등록을 거부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황 후보는 이에 ‘선거중지 지위보전 가처분’을 신청했고, 6월 2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선거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리며 선거 절차는 사실상 중단됐다. 오는 1월 28일 1심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번 판결 결과가 황제성 후보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임시 이사장이 이끄는 협회의 주장을 인정할지는 불투명하다. 만약 어느 한쪽이 판결에 불복해 항고한다면, 최종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협회는 임시 이사장 체제로 운영되는 파행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취재: 류안 발행인, 임만택 전문기자, 박영석 기자 ㅣ 정리 :류우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