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 신간 리뷰 ] 남택성 시집 『너는 없고 나는 있고』 – 상실을 무심으로 건너는 법

남택성의 신작 시집 『너는 없고 나는 있고』는 상실의 풍경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감상에 빠지지 않는 독특한 태도로 주목받는다. 사랑했던 사람은 떠나고, 소중한 순간은 기억 속으로 멀어지며, 아름다웠던 풍경은 뒤로 사라진다. 그러나 시인은 그 빈자리를 비극으로 확대하지 않고, 오히려 그 자리가 만들어내는 작은 떨림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시집 속에서 「오동나무에 앉은 울새」는 그리움을 직접 호소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갈망을 전하고, 「툭」은 애도를 일회적 감정이 아닌 지속적 행위로 재정의한다. 「무심천」에서는 슬픔을 강물에 띄워 보내는 섬세한 기술로서의 ‘무심’을 보여주며, 「꽃잠」에서는 무심이 냉담이 아니라 최대한의 배려임을 드러낸다.

당신이 
숲으로 들어간 후 
 

찔레꽃이 피고
뻐꾸기가 울고 

나는 그 숲속에 들어갈 수 없었다 
 
당신이 꽃잠을 잘까 봐 
당신이 꽃잠을 깰까 봐

 - 「꽃잠」전문

문학평론가 황정산 시인은 이 시집을 두고 이렇게 평한다.
 

“남택성 시인이 우리에게 건네는 것은 감정을 지우는 냉담이 아니라 감정의 속도를 늦추는 기술, 곧 ‘무심’의 호흡법이다. 물과 길, 낡음과 침묵, 피어남과 사라짐을 통과해 온 시들은 슬픔을 밀어내지 않고 그 옆자리에 자리를 펴 준다. … 무심은 잊어버리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오래 기억하기 위한 자세이며, 조급한 확언을 유보하고, 스침의 미학으로 사물 사이의 간격을 다시 건너는 느린 실천의 방식이다.”

황정산의 말처럼, 남택성의 시는 세계를 밝히는 조명이 아니라 빛을 덜어내는 커튼에 가깝다. 과잉된 감정 위에 얇은 그늘을 드리우고, 그 그늘 속에서 사물과 기억이 천천히 또렷해지기를 기다린다. 독자는 이 느린 시간 속에서 가라앉지 않으면서도 깊어지는 법을, 사라진 것을 붙잡지 않으면서도 기억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너는 없고 나는 있고』는 부재와 현존 사이에서 호흡을 고르는 법을 가르치는, 아름답고도 슬픈 시집이다. 코리아아트뉴스는 이번 신간을 통해, 상실과 애도의 풍경 속에서 새로운 감정의 문법을 발견한 남택성 시인의 목소리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남택성의 시는 세계를 밝히는 조명이 아니라 빛을 덜어내는 커튼에 가깝다. 과잉된 감정 위에 얇은 그늘을 드리우고, 그 그늘 속에서 사물과 기억이 천천히 또렷해지기를 기다린다. 독자는 이 느린 시간 속에서 가라앉지 않으면서도 깊어지는 법을, 사라진 것을 붙잡지 않으면서도 기억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너는 없고 나는 있고』는 부재와 현존 사이에서 호흡을 고르는 법을 가르치는, 아름답고도 슬픈 시집이다. 상실을 비극으로만 보지 않고, 무심의 태도로 건너가는 법을 알려주는 이 시집은 젊은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