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이벤트
공연

정Tree 프로젝트 움직임극 《여기까지》, 선돌극장서 공연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두 여성의 이별에서 출발해 사랑과 돌봄, 소유와 경계의 문제를 몸의 언어로 묻다 10월 22~25일 ‘2026 선돌-정반합’ 선정작으로 무대에

몸과 공간,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실험해 온 창작집단 정Tree 프로젝트가 장원정 연출의 신작 움직임극 《여기까지》를 오는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선돌극장에서 선보인다. 

공연포스터

이번 작품은 선돌극장 기획프로그램 ‘2026 선돌-정반합’ 선정작으로, 두 여성의 이별을 출발점 삼아 사랑과 돌봄, 소유와 경계가 뒤섞이는 관계의 복잡한 모습을 네 배우의 몸과 목소리로 탐구한다.

 

《여기까지》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명확하다. 사랑은 언제 돌봄에서 통제로 바뀌는가. 그리고 “여기까지”라고 관계의 끝을 선언한 뒤에도 몸에 남는 기억과 감정은 어떻게 사라질 수 있는가.

 

작품은 이별을 단순히 하나의 관계가 끝나는 사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서로를 이해하고 보호하려는 마음이 때로는 붙잡음과 소유, 침범으로 변해가는 순간을 포착하며 인간관계 속 친밀함과 통제 사이의 경계를 들여다본다. 

 

무대에는 네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이들은 특정 인물에 고정되지 않고 연인과 가족, 부모와 자식, 보호자와 피보호자 등 서로 다른 관계의 자리를 오간다. 한 사람에게 부여된 정체성과 관계 역시 고정되지 않는다. 말과 움직임, 이미지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관계의 형태는 계속 변화하고, 배우들의 몸은 관계마다 달라지는 친밀감과 힘의 불균형을 드러낸다. 

 

몸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다. 배우들은 가까워지고 기대고, 서로를 밀어내다가 다시 붙잡는다. 누군가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사람의 위치가 달라지고, 한 사람의 선택은 관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에서 관계는 따뜻한 연결이면서 동시에 긴장과 피로를 발생시키는 공간으로 바뀐다.

 

작품은 특히 상대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과 상대를 소유하려는 욕망의 경계를 바라본다. 보호하려는 행위가 통제가 되고, 함께한 기억이 상대를 소유하는 방식이 되며,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자신의 일부로 만들려는 순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여기까지》 연습 장면

시놉시스 역시 이러한 관계의 긴장을 집약한다. 암전 속에서 “그만”, “안 돼”, “미안”, “여기까지”라는 네 개의 목소리가 겹치고, 조명이 켜지면 네 사람은 서로 연결된 채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한 사람이 가까워지면 다른 사람이 멀어지고, 한 사람의 선택이 나머지 사람들의 위치를 바꾼다.

 

네 사람은 창조자와 피사체, 부모와 자식, 오래된 가족, 연인,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으로 관계를 계속 바꿔간다.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별은 오히려 이들을 더 깊이 결합시키고, 한 사람의 움직임이 다른 사람의 몸에 남는 방식으로 관계의 흔적을 시각화한다. 작품은 마지막에 “그들은 정말 여기까지 온 것일까. 아니면 여기서 다시 시작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남긴다.

《여기까지》 연습 장면

이번 공연은 움직임극이라는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대사만으로 관계를 설명하기보다 배우의 신체가 만들어내는 거리, 접촉, 방향, 무게와 긴장 자체가 하나의 서사가 된다. 공개된 연습 장면에서도 배우들이 서로의 몸을 붙잡거나 기대고, 붉은 끈으로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움직이는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물리적인 연결과 구속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면서 작품이 탐구하는 관계의 이중성을 구체화한다.

 

정Tree 프로젝트는 몸과 공간,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작업해 온 창작집단이다. 무용과 연극, 미술 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공연과 예술교육, 장애예술 분야를 넘나드는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사회와 삶에서 발견한 질문을 예술적인 상상으로 바꾸고,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나 관계를 맺는 방식을 탐구해 왔다.

 

이번 작품의 각색·연출을 맡은 장원정은 정Tree 프로젝트 대표이자 연출가·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몸을 인간의 가장 오래된 언어로 바라보며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과 관계를 움직임과 이미지, 서사로 표현해 왔다.

《여기까지》 연습 장면

《여기까지》는 이러한 창작 경험을 토대로 장원정의 연출 방법론을 더욱 확장한 작품이다. 안무가로서 축적해 온 몸과 움직임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텍스트와 배우, 장면과 이미지가 맺는 관계를 적극적으로 무대화한다. 관계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배우들의 몸이 만들어내는 거리와 접촉을 통해 관객 스스로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의 경계를 감각하도록 이끈다. 

 

이번 공연이 참여하는 ‘선돌-정반합’은 선돌극장이 2008년부터 이어온 창작 지원 기획프로그램이다. 기존 ‘선돌에 서다’를 통해 유망 예술가들의 창작 개발을 지원해 왔으며, 2025년 ‘신진 연출가전’을 ‘정반합’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개편했다. 2026년 프로그램에서는 모두 5편의 신작이 공연되며 《여기까지》도 그 가운데 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공연에는 김시연, 박범수, 오승은, 이청안이 출연한다. 차지성이 극작과 조명을 맡았으며, 장원정이 각색·연출, 신윤아가 드라마투르그, 이인화가 조연출을 맡았다. 음악 이보람, 음향 오퍼레이팅 이민규, 조명크루 김한솔, 기획·홍보 김현정이 함께한다.

 

 

《여기까지》는 두 여성의 이별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시작하지만 특정한 관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연인과 가족, 보호자와 피보호자 등 다양한 관계를 교차시키면서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상대를 ‘나와 다른 존재’로 인정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관계가 연결을 의미하는 동시에 때로는 상대를 삼키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여기까지》는 바로 그 모순의 지점에서 사랑과 돌봄, 기억과 소유, 가까워짐과 침범 사이의 경계를 몸의 언어로 풀어낸다.

 

공연 개요

공연명: 《여기까지》
기간: 2026년 10월 22일(목)~10월 25일(일)
시간: 평일 오후 7시 30분 / 주말 오후 3시
장소: 선돌극장
러닝타임: 60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티켓: 전석 30,000원
주최: 극단이루
주관: 선돌극장
제작: 정Tree 프로젝트 × 장원정
출연: 김시연, 박범수, 오승은, 이청안
작: 차지성
각색·연출: 장원정
드라마투르그: 신윤아
조연출: 이인화
음악: 이보람
기획·홍보: 김현정
예매: NOL 티켓
공연 문의: 070-8058-9110

임만택 전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