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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권혁소의 "모두 내 책임"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시 해설] 권혁소의 "모두 내 책임"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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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61]

모두 내 책임

 

​권혁소

 

직설법을 좋아하는 나라

섬뜩한 고속도로 경고문을 본다

 

달리다 죽는 건 오직 운전자 책임일 뿐이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는

복고풍 경고는 차라리 귀엽다

 

경고문을 보다가 앞 차를 받았다

모두 내 책임이다

 

은유가 사라진 도로 위로

사체들이 달려간다

 

—『거기 두고 온 말들』(달아실, 2024) 

"달리다 죽는 건 오직 운전자 책임일 뿐이다"  [이미지 : 류우강 기자]

  [해설]

 

  교통사고 사망자가 너무 많다

 

  내일부터 5월이다. 가정의 달이다. 그런데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은 달이 5월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통계에 의하면 10월은 교통사고 사망자가 제일 많은 달이고 음주운전 사망자도 제일 많은 달이다. 7월은 과속운전 사망자가 제일 많은 달이다. 작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2,521명이라고 하는데 역대 최저치라 한다. 이중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38명으로 지난해 159명보다 많이 감소했다. 음주운전 사망자가 287명이었던 2020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1991년으로 행락철 대형사고가 많아 그해에 13,429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 시의 화자는 교통사고를 낸다. “달리다 죽는 건 오직 운전자 책임일 뿐이다란 플래카드 경고문을 보다 잠시 딴생각을 했고, 순식간에 남의 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다. 이 경고문은 직유법은 아니고 직설적이다. “은유가 사라진 도로 위로/사체들이 달려간다는 말이 경고문보다 더욱 섬뜩하다. 고속도로 운행은 정말 위험하다. 겁이 많아 비운전자인 나는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가면서 늘 바짝 긴장한다.

 

  5월에는 졸음운전하기 좋으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해야 할 것이다. 여러분들은 졸음운전의 종착지는 이 세상이 아닙니다’ ‘겨우 졸음에 목숨을 거시겠습니까?’ ‘졸음운전! 목숨을 건 도박입니다’ ‘단 한 번의 졸음, 모든 것을 잃습니다같은 표현 중 하나는 본 기억이 날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한 문구는 졸면 죽는다!’였다. 교통사고는 모두 내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운전대를 잡으면 좋겠다.

 

  [권혁소 시인]

 

  강원도 평창 진부에서 났다.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바다별곡」이 당선되었다. 시집 『論介가 살아온다면』『수업시대』『반성문』『다리 위에서 개천을 내려다 보다』『과업』『아내의 수사법』『우리가 너무 가엾다』 등을 펴냈다. 고등학교에서 음악 교사를 오래 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장,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한국작가회의 강원지회장 등을 했다. 3회 강원문화예술상과 제6회 박영근 작품상을 받았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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