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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킴, ‘달토끼’와 함께 한남동에 펼치는 공감과 희망의 우주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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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InORBIT SPACE 김대성·안웅철·진킴 3인전 참여… 두들링·크로스해칭으로 관계와 내면의 풍경 풀어내

수많은 작은 존재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토끼와 사람, 동물과 별, 우주선과 악기, 일상의 사물들이 서로 기대고 부딪치며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이룬다. 그 복잡하고도 유쾌한 풍경 한가운데에는 때로 커다란 토끼가 등장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작은 토끼 한 마리가 고요한 달 위에 홀로 앉아 있다.

진킴 作

이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온 시각예술가이자 그림책 작가 진킴(Jean Kim)이 오는 8월 26일 서울 한남동 InORBIT SPACE에서 개막하는 김대성·안웅철·진킴 3인전에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매체와 조형 언어를 구축해온 세 작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조망하는 자리다. 김대성이 사물의 형태와 기능을 해체하며 우리가 대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되묻고, 안웅철이 사진을 통해 시간과 풍경의 서정성을 포착한다면, 진킴은 수없이 반복되는 선과 이미지,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관계와 내면을 하나의 상징적인 세계로 확장한다.

 

작가의 분신에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Rabbit Moon’

 

진킴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존재는 ‘달토끼(Rabbit Moon)’다.

 

처음에는 작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달토끼는 한 개인을 넘어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감정을 투영하는 상징으로 발전했다. 홀로 있으면서도 누군가를 바라보고, 서로 다른 존재들 사이에서 관계를 맺으며, 때로는 외롭지만 다시 희망을 향해 움직이는 모습이다.

 

작가는 달토끼를 통해 고독과 연결, 단절과 공감, 불안과 희망이라는 서로 상반된 감정들을 이야기한다. 특히 별이 떠 있는 깊은 공간 속에서 거대한 달 위에 홀로 앉아 있는 작은 토끼의 모습은 진킴의 작품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광활한 우주와 비교하면 토끼는 한없이 작지만, 그 작은 존재가 바라보는 방향과 몸짓에는 이야기가 있다. 혼자이지만 완전히 고립되지 않은 존재,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존재다.

 

그래서 진킴의 ‘Rabbit Moon’은 특정한 캐릭터라기보다 우리 자신과 닮은 감정의 초상에 가깝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수천 개의 작은 이야기

 

진킴의 또 다른 특징은 수많은 작은 이미지가 화면 전체를 뒤덮는 독특한 조형 방식이다.

진캄 作

토끼를 비롯해 사람과 동물, 로봇, 우주선, 악기, 음식, 식물과 장난감 같은 이미지들이 검은 선으로 촘촘하게 연결된다. 언뜻 보면 자유롭게 그려진 낙서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각각의 작은 존재들이 저마다 다른 행동과 표정, 상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두들링(doodling)과 반복되는 선을 축적해 명암과 질감을 만드는 크로스해칭(cross-hatching)을 주요 조형 언어로 사용한다.

 

하나의 선은 또 다른 선과 만나 형상이 되고, 작은 형상들은 다시 모여 거대한 화면을 구축한다. 개별적인 존재들이 모여 사회와 공동체를 만드는 인간의 삶처럼, 진킴의 화면 역시 수많은 작은 존재들의 관계를 통해 완성된다.

진킴 作

작품 속에서 커다랗게 자리한 ‘HOPE’라는 글자 역시 상징적이다. 글자 주변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캐릭터와 이미지가 둘러싸고 있다. 희망은 홀로 존재하는 거대한 선언이라기보다 수많은 삶과 관계, 작은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떠올리게 한다.

 

진킴의 작업이 밝고 친근한 캐릭터를 사용하면서도 단순한 일러스트레이션에 머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면 속에서 웃고 뛰어노는 존재들 사이에는 외로운 존재도 있고, 어디론가 떠나는 존재도 있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존재도 있다. 관람객은 복잡한 화면 속을 천천히 따라가며 자신과 닮은 작은 이야기를 찾아내게 된다.

 

캔버스를 넘어 도자기로 확장되는 ‘달토끼의 세계’

 

진킴의 ‘Rabbit Moon’ 세계는 평면 작업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회화와 드로잉에서 시작한 작가의 이미지들은 최근 도자기와 입체, 공간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통적인 달항아리를 연상시키는 둥근 도자기 표면을 작은 토끼와 동물, 상상의 존재들이 빼곡하게 채우고, 그 위에 검은 갓이 놓인 작업에서는 한국적인 조형 이미지와 진킴 특유의 현대적인 캐릭터 세계가 흥미롭게 결합한다.

진킴 作

도자기의 둥근 표면은 마치 하나의 작은 행성처럼 보인다. 평면 화면 속을 떠돌던 존재들이 구체적인 사물의 표면으로 옮겨가면서 ‘Rabbit Moon’은 관람자가 실제 공간에서 마주할 수 있는 하나의 세계로 변한다.

 

작가에게 매체의 확장은 단순한 형식 변화가 아니다. 선으로 만들어온 세계가 물성과 공간을 획득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관람객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과정이다.

 

그림책과 현대미술을 넘나드는 시각적 서사

 

진킴은 시각예술가인 동시에 그림책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진킴 작가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겸임교수이자 기초조형학회 논문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욕 Writers House 에이전시 소속 작가로서 국제 출판계에서도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Scholastic과 HarperCollins 등 미국 주요 출판사를 통해 그림책을 출간했으며, 여러 국가에서 작품이 소개되고 국제적인 수상 경력을 쌓으며 그림과 이야기를 결합하는 작가로 활동해왔다.

 

그림책과 현대미술이라는 두 영역은 진킴에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림책에서는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회화에서는 한 화면 안에 수백 개의 장면이 동시에 펼쳐진다. 관람객이 어떤 인물에서 출발해 어느 방향으로 화면을 읽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진킴의 작품은 보는 그림이면서 동시에 ‘읽는 그림’이다.

 

김대성·안웅철과 만나는 세 개의 시선

전시 전경

이번 InORBIT SPACE 3인전에서는 진킴의 이러한 작품세계가 김대성, 안웅철의 작업과 함께 소개된다.

 

김대성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사물의 형태와 기능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선과 재료를 통해 익숙한 존재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상처와 치유, 완전함과 불완전함, 평면과 입체 사이의 경계를 탐구한다.

 

안웅철은 오랫동안 인물과 풍경, 도시의 순간을 특유의 서정적인 시선으로 기록해온 사진가다. 가나아트센터 레지던시를 거쳐 세 권의 에세이를 출간했으며, 독일 ECM Records의 국내 유일 커버 아티스트로 30여 장의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와 대한항공 기내지 등에 사진을 기고했고, 최근에는 삼성문화재단 60년사 제작에 대표 사진가로 참여하는 등 사진과 출판, 음악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세 사람의 작업 방식은 분명 다르다.

 

그러나 ‘무엇을 바라보는가’에서 출발해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관계 맺는가’라는 지점에서는 서로 연결된다. 특히 진킴이 구축한 수많은 존재들의 세계는 김대성의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 안웅철의 기억과 시간의 이미지와 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또 다른 맥락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을 통해 다시 ‘관계’를 이야기하다

 

진킴의 화면에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출발점에는 고독이 자리한다.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살아가면서도 때때로 혼자라고 느끼는 현대인의 감정은 작은 달토끼의 모습과 겹쳐진다.

 

그러나 작가는 그 고독에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토끼 옆에는 또 다른 존재가 등장하고, 하나의 선은 또 다른 선과 이어지며, 하나의 작은 그림은 다른 그림들과 관계를 형성한다. 진킴의 화면에서는 결국 모든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된다.

 

그 관계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로 다른 모습의 존재들이 같은 화면 안에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희망이 된다. 그래서 진킴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HOPE’는 단순한 긍정의 문구라기보다 작가가 오랫동안 작업을 통해 이어온 세계관에 가깝다.

 

오는 8월 26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오프닝 파티에서는 김다솜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큐레이션 세션도 마련된다. 오후 6시와 7시 두 차례 진행되는 세션을 통해 참여 작가들의 작품세계와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관람객들과 나눌 예정이다.

 

전시가 열리는 InORBIT SPACE는 예술과 미식, 사람 사이의 교류를 결합하는 문화 공간을 지향한다. 작품 감상에서 경험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매개로 대화를 시작하고 새로운 관계와 커뮤니티로 이어지는 공간을 만들어간다는 취지다. 오프닝 당일에는 3층 InORBIT Dining에서 프라이빗 다이닝과 네트워킹도 이어진다.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의 이야기를 수없이 많은 선으로 기록해온 진킴. 이번 한남동 전시는 그의 달토끼가 만들어온 세계가 회화와 드로잉, 도자와 공간을 거쳐 관람객의 현실과 다시 만나는 자리다.

 

거대한 화면 속 수많은 존재 가운데 자신과 닮은 한 존재를 찾아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킴의 작품을 만나는 가장 흥미로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전시 개요

전시: 김대성·안웅철·진킴 3인전
오프닝: 2026년 8월 26일(수) 오후 6시~9시
장소: InORBIT SPACE 1F / InORBIT Dining 3F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0길 47-9
참여작가: 김대성 · 안웅철 · 진킴(Jean Kim)
큐레이션 세션: 김다솜 아나운서 / 오후 6시·7시
주최: 인오빛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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