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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이은봉의 "큰 강물 - 소녀상에게"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시 해설] 이은봉의 "큰 강물 - 소녀상에게"

이승하 시인
입력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46 ]

큰 강물

ㅡ소녀상에게

 

이은봉

 

내 마음의 넓고 큰 강물,

출렁거리며 네게로 흐른다

이렇게 흐르는 큰 강물,

네 마음에 이르러 눈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백 년 전 그때는 아무나 네게

절망과 짐승을 강요했다

슬픔과 고통을 강요했다

아무런 이유도,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지금은 큰 강물이 된 네 앞에

국화꽃 송이송이 내려 쌓인다

차고 시린 눈보라 속에서도

너는 국화꽃처럼 밝고 환하게 피어나야 한다

 

―『바람의 파수꾼』(천년의시작, 2025)  

소녀상

  [해설]

  인간이 그때 그렇게 유린되었다

 

  위안부(慰安婦) 혹은 종군위안부(從軍慰安婦)를 생각하면 여러 가지로 가슴이 아프다. 용어부터가 문제다. 일본이 지은 용어를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누가 누구를 위안한다는 것인지? 왜 여성이 타의에 의해 종군을 한 것인지?

 

  아시아 거의 모든 지역을 침략해 들어간 일본은 군인의 성욕 해결이 난제였다. 강간이 이뤄지고 성병까지 도니까 아예 여성을 군 내부에 두고는 일정 기간마다 강간이 이뤄지게끔 한 것이다. 731부대의 인체 실험과 함께 일본은 인류에게 크나큰 죄를 지었다. 생존한 사람들은 하루에 30번 이상 성행위를 강요당했다고 증언했다.

 

  시인은 이나 항변’, ‘사죄같은 단어를 쓰지 않았다. 그대들이, 그대들의 슬픔이 큰 강물이 되었다고 말한다. 나의 눈물은 동정의 눈물이니 애써 자제하고, 그대들의 큰 강에 가 닿기를 원하고 있다. 2연은 그들의 범죄행위를 딱 네 줄로 요약했다. 길게 말할 것도 없다. 납치나 인신매매 혹은 취업사기를 통해 여성을 군 막사에서 살아가게 하면서 그 행위를 강요했다는 것은 엄청난 인권유린이었다. 시인은 제3연에서 위로의 말을 건넨다. 물론 위로가 될 턱이 없다. 하지만 시인인 이상 시를 쓸 수밖에,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일본 정부는 징용이나 위안부 관련 배상 문제는 1965622일 박정희 정권과 맺은 한일기본조약으로 끝났다는 입장이다. 이때 일본이 준 배상금은 일부만 피해자에게 돌아갔고 대부분은 한국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에 썼다. 일본 입장으로는 이때 해결하는 것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합의를 본건데 이제 와서 다시 배상해라 요구하니 반박하게 된 것이다. 한일기본조약에 대해 알고 나자 일본 정부에 대해 옹호 입장으로 돌아서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한일기본조약은 애초 애매하게 맺은 조약이라 해석에 따라 달라질 소지가 많은 조약이다.

 

  20151228, 박근혜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협상, 타결했다고 발표하였다. 다행히 아베 신조 총리대신은 담화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고 한마디 했다. 바로 그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20여년을 끌어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최종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유엔에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연행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제출했다. 시인이 이 엄청난 소식들을 듣고 세 번째 연에서 위로의 뜻을 전한다. 몇 명 남지도 않은 그분들 가슴에 한일 양국 정부는 대못을 쾅쾅 친 것이다.

 

  [이은봉 시인]

 

   1953년 충청남도 공주(, 세종시)에서 출생했다.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집으로 『좋은 세상』『봄 여름 가을 겨울』『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무엇이 너를 키우니』『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길은 당나귀를 타고』『책바위』『첫눈 아침』『걸레옷을 입은 구름』『봄바람, 은여우』『생활』, 평론집으로 『실사구시의 시학』『진실의 시학』『시와 생태적 상상력』『화두 또는 호기심』『시와 깨달음의 형식』『시의 깊이 정신의 깊이』 등이 있고, 시론집으로 『화두 또는 호기심』『풍경과 존재의 변증법』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부이사장, 대전문학관장을 역임했다.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명예교수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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