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평화의 길,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유라시아, 그리고 하나의 한국'
프랑스 노르망디의 바닷바람이 부는 해변.
80여 년 전 총성과 포성이 뒤덮었던 그 전쟁의 땅에 한 아이가 서 있다. 아이는 아직 역사도, 이념도, 국경도 모른다. 그저 푸른 바다를 바라보다가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빠, 사람들은 왜 싸워요?”
어른들은 쉽게 답하지 못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그 질문 하나가 한 가족을 움직였고, 결국 유라시아 22,500km를 횡단하는 거대한 평화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정락석 로드메이커TV 대표와 네 살 아들 정하성 군, 그리고 사진작가 이지희 씨는 오는 6월 15일부터 125일 동안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대한민국 임진각과 제주까지 이어지는 ‘아이의 눈, 하나의 한국(Child's Eyes, One Korea)’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번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전쟁과 분단, 화해와 평화, 그리고 인간의 희망을 기록하는 이동형 다큐멘터리다.

아이는 국경을 모른다
어른들은 세상을 국가와 이념, 종교와 이해관계로 구분한다.
그러나 아이는 그렇지 않다.
하성이의 눈에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와 한국은 단지 서로 다른 풍경일 뿐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인 「아이의 눈, 하나의 한국」도 바로 여기에서 시작됐다.
정락석 대표는 오랫동안 재외동포 사회와 문화예술 현장에서 활동하며 "분단을 가장 이상하게 바라보는 존재는 아이들"이라고 말해왔다.
"왜 벽을 세워요?"
"벽을 눕히면 길이 되잖아요?"
아이의 질문은 때로 정치인들의 연설보다 강력하다.
이번 여정의 핵심은 그 질문을 세계 시민들에게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모아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전쟁의 해변에서 시작되는 평화의 길
여정의 출발지는 프랑스 노르망디 오마하 비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상륙작전이 벌어졌던 이곳은 인류가 경험한 가장 거대한 전쟁의 상징 가운데 하나다.
정락석 대표는 이곳에서 국화를 헌화하고, 아들과 함께 평화를 기원하는 출정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파리의 한국전 참전기념 공간,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 알프스 산맥, 프라하의 존 레논 벽, 베를린 장벽,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차례로 방문한다.
파괴와 재건, 분단과 통합의 현장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베를린 장벽 앞에서 던지는 메시지
이번 여정의 첫 번째 상징적 절정은 독일 베를린이다.
분단 독일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은 이제 세계인이 찾는 예술 공간으로 변했다.
정락석 대표는 이곳에서 "베를린 장벽을 눕혀 임진각의 다리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선포할 계획이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벽이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성이는 장벽을 보며 또 질문할 것이다.
"왜 사람들은 벽을 만들어요?"
그 질문 앞에서 독일 시민들은 어떤 답을 들려줄까.
아우슈비츠에서 마주하는 침묵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많은 유대인이 희생된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장소 가운데 하나다.
철조망 앞에 선 아이는 묻는다.
"아빠, 저 철조망은 왜 있어?"
그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인류가 왜 서로를 미워했고, 왜 죽였으며, 왜 지금도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다.
정락석 대표는 이곳에서 "기억하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첫 번째 방법"이라는 메시지를 기록할 예정이다.
러시아를 건너 고려인을 만나다
프로젝트의 가장 긴 여정은 러시아 횡단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지나 우랄산맥, 시베리아, 바이칼호수,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약 12,000km를 달린다.
특히 극동 러시아에서는 고려인 공동체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다.
강제이주와 망명, 생존과 정착의 역사를 간직한 고려인들은 한민족의 또 다른 얼굴이다.
국경을 넘어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는 분단된 한반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질 것이다.
"우리는 정말 하나의 민족인가?"
그리고 "하나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동차는 움직이는 평화관이 된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존재는 검은색 푸조 5008 차량이다.
차량 외부에는 노르망디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붉은 선이 그려져 있다.
차량에는 QR코드가 부착돼 있으며, 세계 시민 누구나 평화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차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인의 서명과 기록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정락석 대표는 이 자동차를 "움직이는 평화관"이라고 부른다.
벽돌 한 장이 벽이 되기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임진각에서 완성되는 세계의 목소리
125일의 여정은 대한민국 임진각에서 절정을 맞는다.
10월 3일 개천절.
세계 곳곳에서 모은 평화 메시지와 시민들의 답변이 임진각에 펼쳐진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함께 외친다.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노르망디에서 시작된 질문은 결국 한반도 분단의 현장으로 돌아온다.
아이가 던진 질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정락석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정치적 해답을 제시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은 왜 싸워요?"
"벽은 왜 세워요?"
"평화벽돌을 쌓으면 벽도 길이 돼요?"
어쩌면 평화는 거대한 외교 협상이나 국제회의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네 살 아이의 순수한 질문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유라시아 22,500km.
그 길은 자동차 바퀴가 지나가는 도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음의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정말 벽은 벽이어야만 하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말처럼,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평화 동행 신청 링크 :
https://forms.gle/tLbvgxVRSXMGX5P79
공동취재 및 정리 : 한국아트넷뉴스 임만택 기자
자료제공 : 로드메이커TV 정락석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