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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야 다츠코, 국내 첫 개인전 《The Unspoken Hour》 개최…말하지 못한 감정과 고독의 순간을 그리다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동시대 여성의 내면과 관계의 미묘한 간극을 탐구하는 2026년 신작 공개 10월 31일부터 12월 12일까지 서울 유나갤러리에서 개최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에서도 우리는 문득 혼자라는 감정을 느낀다. 누군가와 함께 웃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생각과 감정이 머무른다. 러시아 출신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화가 젠야 다츠코(Jenya Datsko, 1991년생)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내면과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감정의 순간을 회화로 포착한다.

전시포스터_젠야 다츠코_The Unspoken Hour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유나갤러리(UNAW Gallery)는 오는 10월 31일부터 12월 12일까지 젠야 다츠코의 국내 첫 개인전 《The Unspoken Hour》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말해지지 않은 시간’을 주제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 개인의 감정과 고독, 침묵의 순간을 조명한다. 특히 처음 공개되는 2026년 신작들을 중심으로 작가 특유의 절제된 구도와 선명한 색채, 서정적인 인물 표현을 선보인다.

 

관계 속에서 발견하는 고독과 여성의 내면

 

젠야 다츠코의 작품에는 여성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화려한 파티에 참석하거나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시선은 화면 밖을 향하거나 자신의 생각에 잠겨 있다.

 

손에 든 와인잔, 꽃 한 송이, 무심하게 놓인 팔과 시선은 단순한 장면의 구성요소를 넘어 인물의 감정과 심리적 상태를 암시한다.

 

특히 인물들은 특정한 개인의 초상이라기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익명의 여성들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감정의 거리와 개인의 정체성, 타인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는 내면의 세계를 탐구한다.

 

다츠코는 2023년 영국 패션지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정서적으로 가장 강인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작가의 시각은 여성 인물을 단순한 감상의 대상으로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작품 속 여성들은 자신의 감정과 시간을 지닌 독립적인 존재로 등장하며, 외부 세계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기만의 내면을 간직한다.

 

꽃과 잔, 시선과 여백으로 완성하는 감정의 언어

 

다츠코 회화의 특징은 평면적인 색면과 정돈된 구도, 부드럽고 깊이 있는 색채의 조화에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뚜렷한 윤곽과 절제된 형태로 표현되지만, 그들이 전달하는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화면에 등장하는 꽃과 칵테일 잔, 체인, 수영장 등의 소재 역시 장식적인 요소를 넘어 인물과 주변 세계의 관계를 드러내는 상징적 장치로 기능한다. 꽃은 아름다움과 생명력뿐 아니라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의 연약함과 시간의 일시성을 환기한다. 잔을 쥐고 있는 손은 타인과의 교류를 암시하면서도 개인의 내면으로 향하는 심리적 거리를 보여준다.

 

특히 수영장처럼 명확하게 구획된 공간은 개방성과 제한성이 공존하는 장소로 표현된다. 이는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일정한 경계를 유지하는 인간의 내면적 상태와 맞닿아 있다.

 

작가는 인물의 감정을 명확하게 설명하거나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시선과 자세, 공간과 사물 사이에 의도적인 여백을 남긴다. 그 여백은 관람객이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투영하며 작품 속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이 된다.

 

2026년 신작을 통해 만나는 젠야 다츠코의 회화세계

 

이번 전시에서는 《Late afternoon in early May》, 《Espérame》, 《A beautiful mistake》, 《Unbearable After》 등 주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Unbearable After, oil on canvas, 150x100cm, 2026

2026년 제작된 《Unbearable After》는 여러 인물이 한 공간에 모인 장면을 담고 있다. 정장을 입은 남성과 잔을 든 여성들이 등장하는 화면은 사교적인 분위기를 연상시키지만, 인물들의 시선과 표정은 서로 완전히 연결되지 않는다. 함께 있는 상황에서도 각자의 감정에 머무는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관계 속에 존재하는 고독과 심리적 거리감을 드러낸다.

Late afternoon in early May, oil on canvas, 130x195cm, 2026

《Late afternoon in early May》에서는 물방울무늬 의상을 입은 여성이 여러 인물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주변의 인물들과 대비되는 여성의 정적인 모습은 화면에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Espérame, oil on canvas, 146x97cm, 2026

《Espérame》는 검은 의상을 입은 여성이 붉은 꽃을 쥐고 있는 장면을 통해 절제된 감정을 보여준다. 인물의 몸짓과 꽃의 선명한 색채는 조용한 화면 속에서 감정의 단서로 작용한다.

A beautiful mistake, oil on canvas, 150x100cm, 2026

또 다른 작품 《A beautiful mistake》에서는 수영장 옆에 앉아 생각에 잠긴 여성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단순화된 공간과 인물의 자세는 외부 세계와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내면의 시간에 머무는 인물의 심리적 상태를 환기한다.

 

이처럼 다츠코의 회화는 일상적인 장면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과 관계의 복합성을 통해 관람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러시아에서 스페인과 런던으로…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여성 화가

 

1991년 러시아 서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젠야 다츠코는 스페인 발렌시아로 이주한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장해왔다. 현재 스페인과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국제 미술무대에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스페인 마드리드 Vlab Gallery 개인전을 비롯해 2024년 런던 Gillian Jason Gallery의 《Crossroads》, 미국 뉴욕 Future Fair 솔로 부스, 2025년 런던 《Short Stories》와 중국 선전 《Her Unlocked Suitcase》 등을 통해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또한 마이애미 Untitled Art Fair, 싱가포르 Art Works Singapore, 중국 Art Shenzhen, 터키 Contemporary Istanbul 등 다양한 국제 아트페어와 전시에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작가의 작품과 활동은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영국 《하퍼스 바자》, 《하입비스트(Hypebeast)》 등 해외 매체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서울 전시는 국제무대에서 활동해온 젠야 다츠코의 작품세계를 국내 관람객에게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첫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을 처음 방문해 국내 언론과 관람객을 만나 자신의 작업과 예술세계를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말하지 않은 감정, 관람객의 시선으로 완성되는 이야기

 

《The Unspoken Hour》는 여성의 초상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감정을 탐구하는 전시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타인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자리다.

 

화면 속 인물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관람객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그들의 시선은 때로 화면 밖을 향하고, 표정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침묵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다. 오히려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과 기억, 관계의 흔적이 머무는 시간이다.

 

다츠코의 회화에서 고독은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상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인의 내면을 의미한다. 관람객은 작품 속 인물과 시선을 마주하거나 엇갈리는 과정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감정의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전시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쉽게 말하지 못했던 감정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침묵과 여백이 지닌 회화적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개요

  • 전시명: 《The Unspoken Hour》

  • 작가: 젠야 다츠코(Jenya Datsko)

  • 전시기간: 2026년 10월 31일(토) ~ 12월 12일(토)

  • 전시장소: 유나갤러리(UNAW Gallery)

  •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74길 11, 지하 1층

  • 주요 출품작: 《Late afternoon in early May》, 《Espérame》, 《A beautiful mistake》, 《Unbearable After》 외

  • 문의: 02-523-1833

  • 홈페이지: www.unawgallery.com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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