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AI 인문학 3] 정부부처간 데이터 왜 연결되지 않는가?
디지털 전환과 공공데이터의 실제 조건 (1/3)
부처 간 데이터는 왜 연결되지 않는가
행정의 디지털화, 그 시작은 분명히 성공적이었다
대한민국 전산화와 공공정보 연계 인프라의 출발점
대한민국의 전산 행정은 1997년 ‘전자정부 기본계획’ 수립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행정 효율성과 투명성 확보가 국정과제로 떠오르며 전자정부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이후 '전자정부법(2001)' 제정과 ‘정부통합전산센터(2005)’ 설립 등은 디지털 행정의 골격을 만들었다. 2010년대에는 세계 전자정부 평가에서 3회 연속 1위를 기록할 만큼, 대한민국은 디지털 행정의 글로벌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구축된 디지털 행정 시스템은 기능별로 정교하게 작동해왔지만, 데이터는 대부분 부처별 기준과 구조에 따라 개별적으로 구축되었고, 이로 인해 행정 정보는 각자의 시스템 안에서 상호 해석되기 어려운 방식으로 고립되기 시작했다. 특히 동일한 지번이나 주소 정보조차 통계청,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가 서로 다른 행정 코드를 사용하는 현실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전산화는 분명 성공적이었지만, 정보가 연결되지 않은 채 축적되면서, 정책은 여전히 각 부처의 단절된 데이터를 해석하고 맞추는 일에 상당한 행정 자원을 쓰고 있다. 기술은 진화했지만, 행정 구조는 여전히 복잡한 조율과 해석을 필요로 한다.
데이터는 삶에 닿을 때 비로소 의미가 된다
민생과 행정정보의 실제 거리
전입신고를 마쳤는데도, 아이의 학교 배정이나 아동수당 신청이 늦어지는 경우가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다. 지자체는 전입 정보를 인식했지만, 교육청이나 복지 시스템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차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행정 절차가 중첩되어, 시민은 같은 내용을 다시 제출해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유사한 사례는 재난 상황에서도 발생한다.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제 거주지가 다를 경우, 지원이 지연되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확인된 바 있다.
이는 시스템의 오류라기보다는, 부처 간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계되지 않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정보 간 연결 구조(데이터 연계 인프라)’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민생과 맞닿는다. 서로 다른 시스템이 하나의 정보를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 정책은 일관되게 작동하기 어렵다.
시민이 체감하는 불편은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다.
결국 모든 기술은 ‘연결’이라는 조건이 충족될 때 의미를 가진다. 연결되지 않은 시스템은 제각기 작동할 뿐, 민생은 그 사이에서 정책 효과를 실감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전환점을 맞이한 공공데이터, 이제는 구조 설계로
융복합, 메타데이터, 연결 설계의 조건
현재 정부는 공공데이터 개방과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질적인 연계와 통합은 단일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행정정보의 실시간 연계, 공간정보·위경도 기준의 정합성 확보, 공통 행정코드의 일관된 해석을 위해서는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구축해온 데이터를 서로 읽고 해석할 수 있는 기준 체계가 필요하다.
이 기준은 단순한 기술 통합이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하고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논리의 구조’이자, 행정과 정책 전반의 해상도를 높여줄 공공정보의 공통 문법이어야 한다.
문제는, 이 공통 기준이 정부 내부의 역량만으로는 자발적으로 수립되기 어려운 성격을 지닌다는 점이다.

데이터가 정책에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부 내부의 범위를 넘어, 다양한 데이터 간 해석과 조율을 가능하게 할 외부적 역량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
민간, 학계, 연구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연결의 공백을 메우는 구조가 마련될 때, 데이터는 비로소 정책의 기반이자 실행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시인, 칼럼니스트, IT AI 연구원 , KAN 전문기자
(주)데이터포털에서 빅데이터시각화팀장으로서 데이터 시각화와 AI 기술을 활용해 공공데이터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음.
시인과 컬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문학과 데이터 과학을 접목하여 AI 플랫폼 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