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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투고] "창살 없는 화폭, 자유로운 붓" - 이승우 화가 /최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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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투고] "창살 없는 화폭, 자유로운 붓" - 이승우 화가 /최진규

KAN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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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탐색]   전북 완주 연석산 우송미술관, 5월 1일 ~ 31일 " 이승우 화가 개인초대전"
동일한 소재나 비슷한 테마를 평생동안 반복해서 그려내는 화가들이 꼭 이상한 것만은 아니지만, 나는 그러한 상황을 매너리즘 (Mannerism)에 빠졌다 라고 말하고, ‘울궈 먹는다’ 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한편 ‘화풍’이라 얘기하고 ‘개성’이라 쓰기도 한다. 
천 가지의 상서로운 기운이 구름처럼 모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전북의 오지 중 하나였던 완주군 동상면의 연석산 아래 <우송미술관>이 있다. 관장의 이름은 '이문수'였는데, 어느 날 개명하여 문리(Moon Ly)가 되었다. 미국식일까? 문리와는 한때 'C8 Page'라는 명칭의 발칙한 그룹에서 전시 활동을 함께 했었다. 암튼, 문리는 중학교 은사이자 자신을 화류계(畵類界)로 끌어들인 이승우 선생님을 모시어 제1관(우관)에서 초대전을 치르고 있다.

인간은 생각을 하고, 생각은 사고를 끌어내며, 사고는 사유를 형성하고 사유思惟는 마침내 철학을 탄생시킨다. 뭐 그렇다고 철학이 밥을 먹여주는 세상도 아니니 때로는 밥 만도 못한 것이 철학이지만, 지적 탐구를 추구하는 자들의 최종 목적지가 될 수도 있고, 또 아무나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존중받아 마땅하다. 자기 철학은 치열한 사고와 사유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꿈  속에 뜬구름처럼 사는데
또 꿈꾸고, 그림 속에서 허허로이
늙어가며, 또 그림을 그리네
세월이 쌓일수록 작업에 혼신을 다하시는 이승우 선생님은 희한한 분이다. 그러니까 기운 넘치던 젊은 날에는 설렁설렁 발칙하게도 뙤똥한 작업만 골라 하시더니 몇년 전부터 밤잠을 거의 반납하시고 날밤을 새며 은밀하게 페인팅 작업에만 천착한다는 얘기다. 작업 중의 중력을 버텨내는 두 발 중 한 발은 의족이다. 당뇨의 합병증으로 한 발을 잃은 지 오래되었고 더구나 세월에 비례하여 고단함과 불편함이 가중되는데도 말이다.

작업의 내용과 기법도 감성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오랫 동안 공간을 구분하고 가르면서 꽃창살이라는 테마로 꽃창살 안과 꽃창살 밖에서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던 논리적인 사유를 추적했었다. 그러다가 창살 밖의 꽃들을 드리핑 기법으로 형상화하여 또 다른 사유를 불러일으키더니, 최근에는 아예 창살을 없애고 공간을 통합한 뒤 상형문자를 차용하여 시각적 충돌을 유도한다. 충돌은 불편하지만 에너지를 일으키는 원천이기도 하다. 곡선의 부드러움과 딱딱한 직선의 대비, 파랑색과 주황색의 보색 대비, 두터운 질감과 녹아들 듯 스며드는 엷은 안료의 대비, 자연스러운 풍성한 색상의 꽃과 인위적이고 고리타분한 글자의 대비, 이런 화면 위의 충돌들은 시각적인 에너지와 사유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일련의 작업들은 전통적인 문인화의 형식을 현대적으로 인용한 듯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꽃 옆에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프린팅된 듯한 문자는 꽃과 더불어 늙어가는 인생의 방향을 예시하고, 때로는 풍경과 술을 예찬하며 천 가지 상서로운 기운이 구름처럼 그대에게 모일 거라는 엄청난 덕담까지 화면 위에 존재하지만, 입담일 뿐이고 평면 위에서 문자 형태로 존립하는 회화적 요소 중 하나인 조형 언어일 것이다.
景中有酒酒中有畵

서로 몸을 섞은 꽃들도 있고, 강렬한 검은색 바탕의 직선에서 부드러운 꽃들과 충돌하는 문자도 보인다. 그림속에 살면서 허허롭게 그림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그 문자의 행간에는 그리기를 즐기면서도 죽을 때까지 그림만 그리겠다는 비장함까지 함의되어 있다. 이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그림이 아니고 자신을 위해 스스로 즐기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선생님의 결기가 멋져 보이니 건강을 잘 챙기셔서 오랫동안 자신의 삶이 녹아있고 구순의 어머니가 알 수  있는 그림그리기를 즐길 수 있으시길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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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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