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탐방]세계적인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 개인전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나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 , 4월 11일 ~ 7월 13일
국립현대미술관(서울)에서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열리는 론 뮤익(Ron Mueck)의 개인전이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호주 출신의 극사실주의 조각가로 평가받는 뮤익은 현대 인물 조각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정의했다는 찬사를 받으며, 독창적인 표현 방식으로 조각의 새로운 차원을 제시한다.

뮤익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크기의 차이다. 그는 인물을 실제보다 훨씬 크거나 작게 표현하여 관람객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입장과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그의 자화상 작품 ‘마스크 II’는 작가의 얼굴을 4배 크기로 확대한 거대한 형상이다. 정교하게 표현된 머리카락과 피부, 수염 한 올 한 올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 앞에 서면 숨소리마저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실적인 작품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절로 생긴다.

그와는 반대로 ‘나뭇가지를 든 여인’은 의도적으로 작은 크기로 제작되어 불안한 기묘함을 자아낸다. 가까이에서 보면 피부가 나뭇가지에 긁힌 듯한 세밀한 흔적까지 표현되어 있어 그 정교함에 감탄하게 된다.
작품 속 인간의 삶과 감정
뮤익의 작품은 단순히 놀라운 기술력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각 작품은 인간의 삶과 감정을 깊이 탐구하며, 보는 이에게 다양한 해석을 남긴다. ‘침대에서’는 4m에 달하는 거대한 여인의 모습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베개와 이부자리까지 정밀하게 표현된 이 작품은 거대한 크기와 대비되는 내면의 고독과 고요를 전달하며 관람객을 비현실적인 세계로 이끈다.

또한, ‘치킨/맨’은 인물과 동물을 독특하게 배치한 작품으로, 닭과 노인이 팽팽하게 대치한 모습이 마치 눈싸움을 하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극사실주의적 표현이 주는 현실성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유머가 흥미롭다.

‘유령’은 사춘기 소녀의 몸의 변화에 따른 어색함과 수줍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성장 과정에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며, 관람객 역시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

한편, ‘젊은 연인’은 처음엔 다정한 모습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복잡한 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작품이다. 인간 관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표현하며, 사랑의 감정이 단순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쇼핑하는 여인’은 유난히 현실적인 작품으로, 품에 안은 아이의 간절한 표정과 손에 든 비닐봉투 속 물건들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아이의 표정을 클로즈업해서 보면 더욱 극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대형 설치작품과 뮤익의 작업 과정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매스(Mass)’는 100개의 대형 두개골 형상을 쌓아 만든 설치작품으로, 전시장의 특성에 맞춰 배치된다고 한다. 공간을 압도하는 이 작품은 죽음과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뮤익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배에 탄 남자’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제6전시실에서는 그의 작업실을 촬영한 사진 작품들과 두 개의 다큐멘터리 영상(고티에 드블롱드 각본 및 감독)을 관람할 수 있다. 영상을 통해 극사실주의 조각을 완성하기까지의 긴 제작 과정과 시간, 뮤익이 작품에 담고자 한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첫 작품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어떻게 이런 작품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리게 된다.
추천하는 필수 관람 전시
이번 전시는 단순히 조각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감성과 인간의 삶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론 뮤익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극사실주의 조각이 주는 강렬한 인상과 몰입감 속에서 뮤익이 표현한 인간의 내면과 감정의 세계를 깊이 느껴볼 수 있는 이 전시는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서울)에서 열린다. 조각 예술의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