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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탐방]세계적인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 개인전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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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탐방]세계적인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 개인전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나다

조정현 사진작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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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서울) , 4월 11일 ~ 7월  13일

국립현대미술관(서울)에서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열리는 론 뮤익(Ron Mueck)의 개인전이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호주 출신의 극사실주의 조각가로 평가받는 뮤익은 현대 인물 조각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정의했다는 찬사를 받으며, 독창적인 표현 방식으로 조각의 새로운 차원을 제시한다.

론 뮤익전 입구 설명
전시장 입구 [사진: 조정현 기자]

뮤익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크기의 차이다. 그는 인물을 실제보다 훨씬 크거나 작게 표현하여 관람객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자화상 77 X 118 X 85cm [ 사진: 조정현 기자]

입장과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그의 자화상 작품 ‘마스크 II’는 작가의 얼굴을 4배 크기로 확대한 거대한 형상이다. 정교하게 표현된 머리카락과 피부, 수염 한 올 한 올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 앞에 서면 숨소리마저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실적인 작품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절로 생긴다.

'나뭇가지를 든 여인'  170X183X120cm [사진: 조정현 기자]

그와는 반대로 ‘나뭇가지를 든 여인’은 의도적으로 작은 크기로 제작되어 불안한 기묘함을 자아낸다. 가까이에서 보면 피부가 나뭇가지에 긁힌 듯한 세밀한 흔적까지 표현되어 있어 그 정교함에 감탄하게 된다.


작품 속 인간의 삶과 감정


뮤익의 작품은 단순히 놀라운 기술력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각 작품은 인간의 삶과 감정을 깊이 탐구하며, 보는 이에게 다양한 해석을 남긴다. ‘침대에서’는 4m에 달하는 거대한 여인의 모습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베개와 이부자리까지 정밀하게 표현된 이 작품은 거대한 크기와 대비되는 내면의 고독과 고요를 전달하며 관람객을 비현실적인 세계로 이끈다.

'침대에서'   162X650X395cm [사진: 조정현 기자]


또한, ‘치킨/맨’은 인물과 동물을 독특하게 배치한 작품으로, 닭과 노인이 팽팽하게 대치한 모습이 마치 눈싸움을 하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극사실주의적 표현이 주는 현실성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유머가 흥미롭다.

'치킨 / 맨'    86X140X80cm [사진: 조정현 기자]


‘유령’은 사춘기 소녀의 몸의 변화에 따른 어색함과 수줍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성장 과정에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며, 관람객 역시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

'유령'   202X65X99cm [사진: 조정현 기자]


한편, ‘젊은 연인’은 처음엔 다정한 모습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복잡한 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작품이다. 인간 관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표현하며, 사랑의 감정이 단순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젊은 연인'   89X43X23cm [사진: 조정현 기자]

‘쇼핑하는 여인’은 유난히 현실적인 작품으로, 품에 안은 아이의 간절한 표정과 손에 든 비닐봉투 속 물건들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아이의 표정을 클로즈업해서 보면 더욱 극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쇼핑하는 여인'   113X46X30cm [사진: 조정현 기자]
'쇼핑하는 여인'  확대촬영 [사진: 조정현 기자]


대형 설치작품과 뮤익의 작업 과정

'매스'     설치작품-가변크기 [사진: 조정현 기자]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매스(Mass)’는 100개의 대형 두개골 형상을 쌓아 만든 설치작품으로, 전시장의 특성에 맞춰 배치된다고 한다. 공간을 압도하는 이 작품은 죽음과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뮤익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배에 탄 남자’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배에 탄 남자'  159X138X429cm
'배에 탄 남자' 159X138X429cm [사진: 조정현 기자][사진: 조정현 기자][사진: 조정현 기자]


제6전시실에서는 그의 작업실을 촬영한 사진 작품들과 두 개의 다큐멘터리 영상(고티에 드블롱드 각본 및 감독)을 관람할 수 있다. 영상을 통해 극사실주의 조각을 완성하기까지의 긴 제작 과정과 시간, 뮤익이 작품에 담고자 한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첫 작품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어떻게 이런 작품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리게 된다.


추천하는 필수 관람 전시


이번 전시는 단순히 조각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감성과 인간의 삶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론 뮤익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극사실주의 조각이 주는 강렬한 인상과 몰입감 속에서 뮤익이 표현한 인간의 내면과 감정의 세계를 깊이 느껴볼 수 있는 이 전시는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서울)에서 열린다. 조각 예술의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조정현 사진작가 기자
#뮤익#국립현대미술관#론뮤익#극사실주의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