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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아트 거장 파브리치오 플레시, 프랑크푸르트 DIE GALERIE서 ‘SPLASH – WATER (E)MOTION’ 개최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반세기 넘게 ‘물’ 탐구해온 미디어아트 선구자… 9월 16일 개막, 2027년 1월 13일까지 현대 영상기술과 흐르는 물의 명상적 미학 결합한 ‘SPLASH’ 연작 집중 조명

물은 흐르고, 떨어지고, 부딪히며 끊임없이 형태를 바꾼다. 한순간도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지만 그 움직임은 태초부터 이어져 온 생명의 리듬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물’을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 인간의 의식과 생명의 근원에 대한 은유로 바라봐 온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작가 파브리치오 플레시(Fabrizio Plessi)의 작품 세계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펼쳐진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IE GALERIE는 오는 2026년 9월 16일부터 2027년 1월 13일까지 파브리치오 플레시 개인전 《FABRIZIO PLESSI. SPLASH – WATER (E)MOTIO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DIE GALERIE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미디어아트를 중심에 두고 선보이는 전시로, 반세기 이상 영상과 설치, 조각을 넘나들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플레시의 대표적인 주제인 ‘물’에 집중한다.

 

백남준과 함께 거론되는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1940년 이탈리아 레조 에밀리아에서 태어난 파브리치오 플레시는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스스로 선택한 도시 베네치아와 깊은 관계를 맺어온 그는 백남준(Nam June Paik), 브루스 나우먼(Bruce Nauman), 발리 엑스포트(VALIE EXPORT) 등과 함께 초기 비디오아트의 지평을 확장한 주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가 본격적으로 영상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당시 비디오는 미술의 전통적 재료였던 회화나 조각과는 전혀 다른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기술이었다. 플레시는 이 전자적 이미지를 단순한 기술적 실험에 머물게 하지 않고 자연의 원초적인 요소들과 결합시켰다.

 

특히 그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것이 바로 ‘물’이다.

 

플레시에게 물은 단순히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다. 모든 생명이 시작되는 근원이며,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이고, 인간의 기억과 의식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의 화면 속 물은 현실의 물이면서 동시에 정신적인 풍경으로 변화한다.

 

디지털 화면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

 

플레시는 50년이 넘는 작업 기간 동안 물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해왔다.

 

영상 속 폭포가 아래로 쏟아지고, 거대한 구조물 안에서 물줄기가 움직이며, 디지털 화면에서 생성된 물이 실제 건축과 조각적 구조물 사이를 흐른다. 관람객이 보는 것은 영상이지만 그 움직임은 때로 실제 자연현상 이상의 감각적인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번 DIE GALERIE 전시는 그 가운데 2019년을 전후해 제작된 ‘SPLASH’ 연작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SPLASH’는 현대 영상기술이 만들어낸 정교한 이미지와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의 원초적이며 명상적인 아름다움을 결합한 작업이다.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작품임에도 관람객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기술 그 자체라기보다는 물이 가진 리듬과 시간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는 물은 인간의 시선을 붙잡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작품 속 물의 움직임은 잠시 시간의 속도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명상적인 장면이 된다.

 

전시 제목인 ‘Water (E)Motion’ 역시 이러한 작품의 특징을 압축한다. ‘Motion’이라는 움직임 속에 ‘Emotion’이라는 감정을 겹쳐 놓으며, 물리적인 움직임이 어떻게 인간의 감각과 정서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준다.

 

“나의 예술은 사물의 시와 역사, 영혼을 찾는 끊임없는 탐색”

 

플레시의 작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는 작가 자신의 말에서도 찾을 수 있다.

 

“My art is a ceaseless search for the poetry, the history and the soul of things.”

 

“나의 예술은 사물이 지닌 시와 역사, 그리고 영혼을 찾아가는 끊임없는 탐색이다.”

 

그의 작품에서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이러한 탐색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언어다. 영상과 모니터, 전자 이미지 같은 차가운 기술은 불과 물, 돌과 같은 원초적인 자연의 요소를 만나면서 인간적인 감성을 획득한다.

 

특히 물은 형태를 가둘 수 없다는 점에서 플레시에게 특별하다. 흐르면서 변화하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며, 주변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속성은 인간의 기억과 시간, 삶 그 자체를 닮았다.

 

이번 전시 역시 최첨단 영상기술의 시각적 완성도뿐 아니라 그 속에 흐르는 이러한 철학적 질문을 함께 만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9월 16일 작가 참석 개막행사

 

전시 개막행사는 9월 16일 수요일 오후 6시 30분 DIE GALERIE에서 열린다. 파브리치오 플레시가 직접 참석할 예정이며, 갤러리 대표 피터 펨퍼트(Peter Femfert)가 작가와 작품에 관한 소개와 함께 다양한 일화를 들려준다.

 

DIE GALERIE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Grüneburgweg 123에 위치해 있으며 현대·동시대미술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국제 미술시장과 교류해왔다. 갤러리는 국제 주요 아트페어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2026년 9월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026) 참가 일정도 공개하고 있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그룹전 《East-German Artscapes》는 오는 9월 9일 종료된다.

게르하르트 알텐부르크, 베아테 데부스, 요하네스 하이지히, 에블린 리히터 등 12명의 작가가 참여해 브란덴부르크와 베를린,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등 동독 지역을 둘러싼 역사적·사회적 풍경과 다양한 시선을 회화와 조각, 사진으로 풀어낸 전시다.

 

DIE GALERIE는 9월 5일과 6일 진행되는 Frankfurt Art Experience에도 참여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시장을 개방할 예정이다.

 

반세기 넘게 물을 바라보며 생명과 시간, 기억의 본질을 탐구해온 파브리치오 플레시. 디지털 화면 위에서 쉼 없이 흐르고 부서지고 다시 생성되는 그의 물은 단순한 영상 이미지를 넘어 현대인의 시간과 감정에 대한 하나의 은유가 된다.

 

첨단 미디어와 자연의 가장 오래된 물질 가운데 하나인 ‘물’이 만나는 《SPLASH – WATER (E)MOTION》은 기술과 자연, 물질과 이미지, 움직임과 감정 사이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개요

  • 전시명: FABRIZIO PLESSI. SPLASH – WATER (E)MOTION
  • 작가: Fabrizio Plessi
  • 전시기간: 2026년 9월 16일 ~ 2027년 1월 13일
  • 개막행사: 2026년 9월 16일 오후 6시 30분
  • 작가 참석: Fabrizio Plessi
  • 전시 소개: Peter Femfert
  • 장소: DIE GALERIE
  • 주소: Grüneburgweg 123, 60323 Frankfurt am Main, Germany
  • 문의: +49 69 9714710 / [email protected]
  • 관람시간: 월~금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2시

    자료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 DIE GALERIE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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