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천원짜리 변호사, 현실에서는 '천억짜리 변호사'였다
[김진용 칼럼니스트 | 액터스뷰] 드라마 속 영웅은 언제나 대중의 환호를 받는다. 그러나 현실 속 영웅은 때로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간다. 법이 권력과 자본의 도구로 전락할 때,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방패가 되어주는 변호사. 2022년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배우 남궁민이 연기했던 천지훈은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단돈 천 원의 수임료를 받으면서도 거대한 권력에 맞서고, 돈보다 사람의 가치를 앞세우는 변호사. 시청자들은 그의 파격적인 행보에 열광했다. 그러나 필자가 가까이에서 지켜본 현실의 법조계에는 드라마 못지않은 삶을 살아온 변호사가 있다. 바로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국제법률 분야에서 활동해 온 황익준 변호사다.
그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 필자는 감히 새로운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천원짜리 변호사의 철학을 지닌, 천억짜리 변호사.'
여기서 천억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수임료나 재산의 규모를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천 원의 대가도 바라지 않으면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때로는 수천억 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국제적 법률문제까지 다루는 변호사의 역량과 책임을 상징한다.

법률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보았던 변호사
황익준 변호사의 이력 가운데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국제금융이나 대기업 자문 경력보다 미국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인들을 도왔다는 이야기다. 황 변호사와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미국에서 장기간 체류 신분을 해결하지 못했거나 가족과 연락이 끊어진 고령 한인,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이민자와 난민 등 법률적 보호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무료로 법률적 도움을 제공해 왔다.
때로는 법률 상담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귀국을 희망하지만 항공권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사비를 들여 귀국 비용을 지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황 변호사 측이 밝힌 누적 구조 및 귀국 지원 인원은 121명에 이른다. 이러한 활동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법률 공익활동의 사례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인원과 개별 사례는 관련 기록을 통해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변호사의 능력을 승소율이나 수임료로만 평가하는 시대에, 경제적 대가 없이 누군가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법률가의 모습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법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천 원의 소송과 천억 원의 사건, 법률가의 가치는 어디에서 결정되는가
황익준 변호사의 또 다른 활동 영역은 국제금융범죄와 기업의 지식재산권, 국가 및 기관의 법률자문 분야다. 미국 법률 실무와 국제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복잡한 자금 흐름을 분석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분쟁에서 법률적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활동은 일반적인 생활법률 사건과는 다른 차원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특히 최근 황 변호사가 관여하고 있다고 밝힌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은 거액의 경제적 이해관계뿐 아니라, 한 예술인의 이름과 이미지, 창작적 기여가 법률적으로 어떻게 보호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를 포함한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 세계적으로 확장된 문화산업에서 창작자와 실연자의 권익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는 이제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대규모 청구액이나 예상 보상액이 곧 법원에서 확정된 권리 또는 실제 수령액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소송의 성과는 판결문, 합의서, 지급기록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최종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필자가 이 분야를 주목하는 이유도 돈의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문화강국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예술가의 이름과 얼굴, 평생의 노력으로 축적된 가치를 정당하게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 문화산업의 성공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정 밖에서도 이어지는 법률가의 책임
황익준 변호사의 활동은 법정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사회적·문화적 교류, 한인 공동체 지원, 역사적 문화유산의 권리관계 검토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특히 독립운동과 관련된 역사자료의 보존 및 환수 문제는 법률전문가가 공공의 역사적 가치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독립운동가의 유산은 특정 개인의 소유 여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것은 후대에 전달되어야 할 역사적 증언이자 민족 공동체의 기억이다. 해외에 남아 있는 역사자료의 소재와 소유권을 확인하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 보존과 기증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은 법률과 역사, 외교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러한 문제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법률적으로 정리하고 공익적 해결의 길을 찾는 데 있다.
필자가 지켜본 황익준, 그리고 새로운 동행
필자는 국제안보와 위기관리, 문화유산 및 글로벌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활동해 오면서 여러 나라의 법률가와 전문가들을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뛰어난 전문가는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황익준 변호사와 필자가 협력하게 된 이유 역시 단순히 서로의 전문 분야가 다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적 이해관계가 걸린 국제사건, 기업의 위기관리, 역사문화유산의 보호, 예술인의 지식재산권 확보 등 서로 다른 영역을 하나의 전략적 관점에서 연결할 필요성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현재 필자가 설립한 에이치글로벌컨설팅(H Global Consulting)과 황익준 변호사의 일휴법률사무소는 법률과 국제전략컨설팅을 결합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의 공통된 지향점은 분명하다.
문제가 발생한 뒤 법률적 대응을 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의 본질을 분석하고 예방하며, 필요한 순간에는 국제적 자원과 전문성을 통합하여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법과 윤리의 경계다. 아무리 큰 사건이라도 정당한 절차를 벗어난 성공에는 지속 가능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정의를 향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천원짜리 변호사》의 주인공 천지훈이 시청자들에게 남긴 인상은 값비싼 양복이나 화려한 변론 기술 때문이 아니었다. 사회적 약자 앞에서는 따뜻했고, 부당한 권력 앞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던 태도 때문이었다.
필자는 황익준 변호사의 삶에서도 그러한 법률가의 지향을 읽는다. 121명을 도왔다는 그의 공익활동 이야기와 국제적인 거액 분쟁에 관여한다는 전문적 경력은 얼핏 상반된 세계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결국 법률이 사람과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동일한 질문이 존재한다. 변호사의 가치는 얼마를 받았는가보다 누구를 위해 어떤 책임을 다했는가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천 원을 받고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 천억 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 앞에서도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사람. 두 가지 태도를 함께 갖춘 법률가라면 그가 가진 진정한 자산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이를 '천억짜리 변호사의 품격' 이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가 기다리는 진정한 법조계의 영웅은 텔레비전 속에서만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다. 화려한 법정 장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순간에 한 사람의 권리를 위해 움직이는 양심이다.
천원짜리 변호사가 보여준 정의의 이상이 현실 속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황익준 변호사의 앞으로의 행보 역시 그 가치와 성과가 객관적으로 증명되는 가운데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기를 기대한다.
법률가의 가격은 수임료가 결정하지만, 법률가의 가치는 그가 지켜낸 인간의 존엄이 결정한다.

글: 김진용 액터스뷰 칼럼니스트
에이치글로벌컨설팅(HGC) 설립자·CEO
IMACT GLOBAL SECURITY GROUP 의장
국제안보·위기관리 및 글로벌 문화유산·IP 전략컨설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