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20분간 사투… 죽을 각오로 뛰었습니다”
사회/문화/패션/교육
사회/문화

“20분간 사투… 죽을 각오로 뛰었습니다”

성연주 기자
입력
광주 폭우 속 맨홀에 빠진 노인, 시민이 끝까지 버텨 구해내

“진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광주광역시 동구 소태동에서 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는 최승일(54) 씨는 지난 7월 17일, 폭우로 인한 참사 현장에서 몸을 던져 한 어르신의 생명을 구했다. 그날 오후 5시 무렵, 갑작스레 쏟아진 비로 하천 둑이 무너지며 도심 전체가 침수되기 시작했다.

 

최씨는 물이 공업사 안으로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모래주머니를 쌓고 있었다. 그때, 눈에 띈 건 이상한 물살의 움직임이었다. 가까이 보니, 한 노인이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오다 맨홀에 두 다리가 끼어 빠져나오지 못한 채, 얼굴까지 물에 잠긴 위험한 상황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바로 뛰어들었습니다. 다리가 구조물에 걸려 빠지지도 않고, 숨도 거의 못 쉬고 계셨거든요.”

최씨는 급류를 헤치고 노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맨몸으로는 구조가 어려웠다. 그는 나무판자를 이용해 일시적으로 물길을 막아 노인이 숨을 쉴 수 있게 하고, 직원들과 힘을 합쳐 공업사에서 사용하는 도구로 다리를 빼내려 애썼다.

 

구조 도중, 차량 한 대가 물에 떠내려와 최씨 일행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원들이 온힘을 다해 차량을 막아냈고, 구조 작업은 계속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쓰레기와 타이어 등에 팔을 부딪히며 상처를 입었지만, 최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운동을 좀 해서 힘이 센 편인데도, 그 상황에선 제대로 서 있기도 버거웠습니다. 그래도 그 어르신만은 꼭 살려야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

 

그렇게 20분간의 고된 구조 끝에, 노인은 무사히 물 밖으로 나왔다. 의식과 호흡 모두 정상이었고, 최씨는 노인을 사무실로 데려가 안정을 취하게 한 뒤 119에 인계했다.

 

다음 날, 노인의 가족이 공업사를 찾아와 깊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최씨는 “쑥스럽기도 했지만, 같은 상황이 와도 다시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위험을 감수하고 함께 도와준 직원들에게도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성연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