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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시탐구] 한국의 나전칠기, 캐나다 오타와를 홀리다

시인 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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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공예의 ‘지적 자산’을 논하다 — <나전장의 도안실>展, 캐나다를 넘어선 울림  “대중적 한류를 넘어, 한국 문화의 깊이를 캐나다에 각인시키다”

장인의 ‘지적 설계도’로 재조명된 도안(圖案)의 가치
 

[캐나다 오타와=코리아아트뉴스 강영자 기자]  한 점의 나전칠기가 영롱한 빛을 갖추기까지, 장인은 종이 위에서 먼저 ‘빛의 구조’를 탐구하고 설계한다. 이 도안(圖案)은 단순한 밑그림의 기능을 초월해, 천 년을 이어온 한국 공예의 정신, 기술, 미감이 집약된 지적 설계도(Intellectual Blueprint)라 할 수 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고 있는 "나전장 도안실" 전시 작품 [사진: 강영자 기자]

주캐나다한국문화원(KCC)과 서울공예박물관(SeMoCA)이 공동으로 선보이는 특별기획전 <나전장의 도안실>은 이 도안을 한국 공예 근대화의 주역들이 남긴 지적 자산(Intellectual Heritage)으로 재해석하며, 한국 전통 공예를 기능적 유산에서 학술·철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끌어올렸다.

지난 10월 23일 개막한 전시는 오는 12월 12일(금) 폐막을 앞두고 있다. 전시의 미학적·학술적 깊이는 오타와 예술계의 주목을 끌며 “한국 공예의 지적 체계가 드러난 전례 없는 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고 있는 "나전장 도안실" 전시 작품 [사진: 강영자 기자]

근·현대 거장 6인의 ‘사유의 청사진’

 

문화체육관광부 ‘투어링 K-아츠’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완성작이 아닌, 그 창작의 원형인 도안에 집중했다. 이는 관람객들이 장인의 사유, 기술, 철학이 어떻게 형태와 빛이 되는지 창작의 출발점부터 종착점까지 따라가게 하는 중요한 큐레이션 방식이다.

 

전시장에는 근·현대 나전칠공예를 대표하는  전성규 · 김봉룡 · 송주안 · 심부길 · 민종태 · 김태희 6인의 거장이 남긴 희귀 도안 100여 점이 공개되어 있다.

정은주 서울공예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도안은 수많은 시행착오, 미적 기준, 기술적 실험이 압축된 사유의 청사진입니다. 공예가 반복적 노동이 아니라 형태·기능·미감의 치열한 고민 끝에 도달하는 지적 탐구의 과정임을 보여주는 결정적 자료입니다.”

정은주 서울공예박물관 학예연구사가 한국 나전칠기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강영자 기자]  

관람객들은 완성 작품 옆에 놓인 초기 도안들을 통해 “생각이 형태가 되고, 형태가 빛이 되는 순간” 을 직접 확인하는 경험을 누린다.

 

문화의 가교: 디아스포라의 염원과 만난 K-공예


이번 전시는 나전칠의 정교함뿐 아니라 도안 자체가 가진 회화성·추상성이 오타와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성열 주캐나다한국문화원장은 이번 전시의 문화외교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국 전통 공예는 캐나다 예술계와 만나며 문화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나전장의 도안이 오타와에서 울려 퍼지는 것은,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설계한 모든 이들—즉 디아스포라의 염원과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이어, 이번 전시가 “케이팝과 한식 등 대중적 한류를 넘어, 한국 문화의 깊이와 섬세함을 현지에 전달하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지 이주민·한인 동포 사회는 “고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졌다”, “한국 공예의 깊이를 처음 이해했다” 등의 반응을 내놓으며 문화적 울림을 확인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고 있는 "나전장 도안실" 전시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  [사진: 강영자 기자]

폐막을 앞두고: 천 년의 숨결을 만날 마지막 기회

 

전시장을 천천히 걸어 나올 즈음, 오래된 도안들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흐릿한 연필선, 지운 흔적, 자개가 놓일 자리를 표시한 부드러운 호흡 그 모든 세밀함이 하나의 문장처럼 관람객에게 말을 건다.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장인의 손에서 또 다른 시대를 위해 다시 설계될 뿐이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고 있는 "나전장 도안실" 전시 작품 [사진: 강영자 기자]

한국 나전칠공예는 지금, 북미의 중심 오타와에서 새로운 호흡을 얻고 있다.


<나전장의 도안실>展은 한국 전통 공예가 인류의 지적·미적 유산으로 자리매김하는 역사적 순간을 조용히 증언하는 전시다.

 

이제 폐막까지 단 일주일. 빛의 설계도와 한국 장인의 사유와 숨결을 마주할 마지막 기회다.

전시는 12월 12일(금) 막을 내린다.

시인 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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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오타와#나전장의도안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