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설] 주선화의 "화산 짐꾼"

화산 짐꾼

주선화

지고 갈 수 있겠어요?

갈 수 없어도 가야죠 들고 온 짐을 끝까지 책임지는 게 짐꾼입니다

등짐을 한 번 더 들썩이며 그녀가 말했다

잘못이라면 제 옆에 있게 한 것 짐을 들게 한 것 벼랑 끝에 서게 한 것

벼랑 끝에 서서 담배 한 대 물며 그녀의 남편이 말했다

한 발 헛디디면 굴러떨어져 지고 마는 별

내 아들에게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화산 짐꾼 부부

딱지 위에 딱지가 앉아 굳은살로 박힌 어깨

이를 앙다문 그녀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나눠서 지는 양쪽 어깨 위로

절벽이 앉는다

절경이 절경이 아닌 절벽

귀가 절벽에 닿는 낭떠러지

먹고 사는 길이 이 길뿐이어서

가진 것이 몸뿐이어서

신은 딱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무게만 준다고 믿는다

하늘이 내린 화산 짐꾼 부부

*화산: 중국의 5대 악산 중 하나.

**화산 짐꾼: EBS 다큐 영화 〈길 위의 인생 - 벼랑 끝에 서다, 화산 짐꾼〉.

―『얼굴 위의 이랑』(한국문연, 2024)

  [해설]

   부부간의 참 아름다운 사랑

  이 시를 읽자마자 유튜브에 들어가 <길 위의 인생 – 벼랑 끝에 서다, 화산 짐꾼>을 쳐보니 바로 화면이 나온다. 44분짜리 EBS 다큐멘터리 프로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이 부부는 가난하고 힘들어도 이렇게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구나! 참으로 부럽다. 주선화 시인은 이 부부를  "하늘이 내린 화산 짐꾼 부부"라고 하였다. 중국 산시성 웨이난시에 사는 이 부부가 지금도 등짐을 지고 천하의 악산을 오르내리고 있으려나? 4년 전에 찍은 프로인데 지금은 두 사람이 골병이 들어 앓아누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끔찍한 육체노동을 하고 있는데 두 사람의 얼굴이 밝아서 불가사의했다. 앞날에 대한 희망이 있어서 밝은 것일까?

  친구 셋에게 “아내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 뭐가 떠오르니?”라고 물어보았는데 한 친구는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했고, 한 친구는 ‘공포감’이라고 했고, 한 친구는 성호를 그으며 ‘주여! 저를 악에서 구하소서!’ 하고 외쳐 넷이서 배를 잡고 웃은 기억이 난다. 이들에게 내가 한 말은 “엄처시하에서 다들 고생이 많구나.”였다.

  시는 부부의 힘든 일상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되는데, 그 프로를 본 소감을 솔직히 썼을 뿐 그 어떤 시적인 전환을 하거나 가감을 하지 않는다. 시인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시집에는 모딜리아니와 잔의 사랑, 임화와 지하련의 사랑도 다루어 부부지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시가 여러 편 나온다. 부부지간을 가리키는 사자성어로 천생연분(天生緣分)이니 부창부수(夫唱婦隨)니 하는 것들이 있는데 사이 좋은 부부를 보면 다만 부러울 따름이다.

  [주선화 시인]

  경주 감포 출생, 2007년 서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7년 《시와 창작》으로 등단. 마산문인협회 사무간사와 사무차장을 역임했다. 2013년 마산문화예술 공로상 수상. 현재 경남문학관 이사, 경남시인협회 편집위원으로 있다. 시집 『호랑가시나무를 엿보다』『까마귀와 나』, 디카시집 『베리베리 칵테일』이 있다. 경남문학 우수작품상, 유등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