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설] 이기철의 "아기 울음소리"

아기 울음소리

이기철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유리잔처럼 맑아진다

울음 그친 아기가 고사리 손가락으로

젖병을 만지며 깔깔 웃는 소리

그 소리를 들으면

영혼이 살구꽃처럼 피어난다

꽃이 피었다 진 자리

그 둘레를 맴도는 귓바퀴

실려 가는 울음을 쫓아가

바구니에 담아 오고 싶은

안 보이는 미래를

당겨오는

소리

―『눈물, 그토록 아름다운 물방울』(솔과학, 2025)

  [해설]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본 지가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본 지 정말 오래되었다. 내가 자라난 경북의 한 도시 김천에서 중학교에 다닐 때 거의 한 시간을 걸어 다녔다. 버스가 있긴 했지만 한 번도 타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도 길었고 내려서 또 꽤 걷기 때문에 시간이 비슷했다. 오가는 동안 지붕이 낮은 집에서 하루에 한두 번은 반드시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아기가 무엇인가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쓰러웠다.

  그런데 지금 그런 울음소리를 들으면 대견할 것 같다. 이기철 시인은 처음에는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유리잔처럼 맑아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기가 깔깔 웃는 소리는? 그 소리를 들으면 영혼이 살구꽃처럼 피어난다고 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는 없을 것이다. 그 어떤 자연의 소리보다도 우리를 기분 좋게 할 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아기가 또다시 운다. 뭐가 불만스러운가? “꽃이 피었다 진 자리”, “그 둘레를 맴도는 귓바퀴”에 실려 가는 소리이니 우는 아기 곁을 떠날 수 없다. 그 소리는 “바구니에 담아 오고 싶은, 안 보이는 미래를/ 당겨오는/ 소리”이기도 하다. 울음소리에 대한 기가 막힌 표현이다. 이런 소리가 어느 집에서 들려온다면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서 그 아기를 보고 싶을 것이다. 하도 울음이 우렁차서 집 앞에 서 있다가 나도 모르게 초인종을 눌렀다고 하면 아기 아빠는 껄껄 웃지 않을까. 아파트가 아니라 지붕이 낮은 집에서 살았을 때는 함께 껄껄 웃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에 대한 예상 수치를 보면 아주 심각할 정도다. 나라가 없어질 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때 이 시를 읽어서 그런지 아,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본 지 정말 오래되었다. 흥부의 자녀 수를 아시는지? 25명이라고 한다. 지금 같으면 대통령 표창을 받을 것이다.

  [이기철 시인] 

  1943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영남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3년 경북대학교 주최 전국대학생 문예작품 현상모집에서 시 「여백시초」가 당선되면서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김춘수 시인과 만났다.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1974년 첫 시집 『낱말추적』을 시작으로 『청산행』『전쟁과 평화』『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유리의 나날』『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흰 꽃 만지는 시간』『산산수수화화초초』 등의 시집을 펴냈으며, 소설집으로 『땅 위의 날들』, 에세이집으로 『손수건에 싼 편지』『쓸쓸한 곳에는 시인이 있다』『영국문학의 숲을 거닐다』 등을 펴냈다. 현재 영남대학교 명예교수이고 청도 낙산에서 ‘시 가꾸는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문학상, 후광문학상, 김수영문학상, 금복문화예술상, 도천문학상, 시와시학상, 최계락문학상, 목월문학상, 문덕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나무 앞에서의 기도』 『사람 사막』 등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