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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영 에세이] 오빠와 염소

KAN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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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막둥이가 태어나고
노산으로 젖이 부족하자 
부모님께서는 막둥이에게 우유를 먹이기 위해 
염소를 한 마리 샀습니다. 

최화영 作

젖을 짜는 일이 처음인 아버지는 
애를 먹다가 점차 능숙하게 젖을 짰고 염소를 다루는 것도 역시 
수월히 해내셨습니다.


염소에게 신선한 풀을 먹이는 일은 오빠의 몫이었습니다.
겨울에야 집안에서 볏짚을 먹였지만 나머지 계절엔 들에 염소를 
메어 놓고 저녘 즈음엔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오빠는 지금도 그닥 큰 키가 아니지만 어렸을 때는 
정말 작고 동글동글하고 순했습니다.


저는 오빠에게 따박따박 말대꾸도 잘 했는데
오빠는 그런 저를 한대도 때리지 않고 그냥 넘어갈 정도로 
순둥이였습니다. 

최화영 作

그런 순둥이를 저만 알아본 게 아니었어요.
우리 집 염소.
그 염소도 그 걸 알았던 거죠.


매일 염소를 데리러 나간 오빠는 집에 일찍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염소는 오빠보다 힘도 세고 빠르기도 했으니 
온 동네를 염소 잡느라 얼굴이 벌개지고 
숨이 목까지 차오르도록뛰었습니다.
 

염소 덕분에 오빠 키가 좀 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집으로 돌아올 방법은 한 가지
염소가 스스로 집에 가기를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빠에게는 결정권이 없었어요.
돌아와서 오빠는 거의 울면서 
화를 냈지만 그때 우리는 매일 웃었죠.
 

지금도 웃습니다.
그림을 그리려고 오빠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염소를 쫒는 오빠였어요.
참 착한 우리 오빠
 

갑자기 궁금한 게 생기네요.
그때 오빠가 화냈을 때 염소가 아예 없어지길 바랬는지
그냥 제발 자기 말을 잘 듣길 바랬는지요^^
 

오빠~고마워
오빠가 염소 잘 돌본 덕분에
넘치는 우유를 우리 모두 먹을 수 있었잖아
그리고 그때 너무 웃었던 거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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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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