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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조
[강영임의 시조 읽기]
시인 강영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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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하나
김윤숙
어둠이 저를 낮춰
남은 숨 몰아쉴 때
신성의 입구부터
빛나던 낙타가시풀
우리는 외길 위에서 어디에 있었던 걸까
유목의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
답신 같은
전언 같은
그 음성 들었는지
순식간 감전된 하늘
귀울음 저릿하다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 (가히.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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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윤동주의 「쉽게 쓰여진 시」에 나오는 시구(詩句)다. 김윤숙 시인의 「별똥별 하나」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시를 쓰다보면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맺지 못해 며칠씩 몇 달씩 끙끙거릴 때가 있다. 아마도 시인도 그러한 길을 걷는 듯하다.
여름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색채와 소리가 다르다. 우리의 여름은 힘차고 푸르다. 나무는 폐활량을 늘리며 초록으로 덮고 바다는 파랑으로 충만하다.
그러면 이 시의 배경인 몽골의 여름은 어떨까. 황금빛 모래로 뒤덮인 사막과 광활한 초원 그리고 별빛들이 일렁일 것이다. 어둠이 내리는 별무리나 별똥별은 한 편의 시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유목의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시구였다. 파랑은 풍랑이나 너울 색감으로도 읽힐 수 있지만, 이 시에서는 소망, 바람으로 읽힌다. 이는 곧 파랑을 받는 이는 우리 곁에 누군가일수도, 시인일수도 있을 것이다. 사는 일에 치여 잊고 산 꿈이거나, 사랑이거나, 상처를 위로해주는 숙명 같은 한 편의 시일 수도 있겠다.
오늘 우리는 누구에게 저 파랑을 줄 것인가.

강영임 시인
서귀포 강정에서 태어나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가 있다.
시인 강영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