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임종엽 개인전 ‘숨과 숨 사이’, 서울드래곤시티서 개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나의 형상이 태어나기 전, 그리고 그것이 다시 여백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는 어떤 시간이 흐르고 있을까.

임종엽(LIM JONGYEOP)작가는 오는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드래곤시티 호텔 3257에서 개인전을 열고,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숨과 숨 사이’의 세계를 관객들에게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는 대상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여백과 색채, 표면의 갈라짐과 돌출, 그 틈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통해 존재가 생성되고 소멸하는 순간을 탐색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강렬한 청색과 거의 무채색에 가까운 백색은 서로 극단적인 듯 보이지만, 임종엽의 작품에서는 모두 ‘숨겨짐과 드러남’이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작업을 위해 마주하는 모든 대상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그 사이에는 ‘숨겨진 경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 경계를 더듬는 동안 수없이 겹쳐지는 붓질은 마치 숨이 안개처럼 스며드는 과정과 같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색을 거듭 올리며 공간을 확장해 간다.
천 번의 색이 만든 여백
임종엽의 화면에서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비어 있음’이다. 그러나 그의 여백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다. 수많은 색과 시간이 쌓이고 난 뒤 얻어진 결과에 가깝다.
작가는 “천 번의 색을 올리면 여백은 순수함으로, 형상들은 원숙한 공간으로 완성되어 간다”고 설명한다. 그의 화면에 나타나는 형상은 구체적인 사물을 직접 가리키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현실의 어떤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모이고 흩어지며, 서로를 구분하는 동시에 다시 아우르려는 힘이 화면 안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한다.
흰 화면의 중심을 가르는 미세한 균열은 어느 순간 새의 날개처럼 보이고, 식물의 잎이나 인간의 몸, 혹은 깊은 상처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형상은 하나의 의미에 정착하지 않는다. 관람자의 시선과 빛의 방향, 작품이 놓인 공간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
특히 작품 속 표면은 평면회화라는 전통적 범주를 넘어서는 강한 물질성을 드러낸다. 두껍게 쌓아 올린 물감과 찢어지듯 벌어진 틈, 그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색채는 화면 자체를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끼게 한다.
푸른 심연에서 솟아오르는 흰빛

이번 전시 작품 가운데 강렬한 울트라마린 블루 계열의 작업들은 깊은 바다 혹은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를 연상시킨다. 넓은 청색의 화면 한가운데 흰색 형상이 솟아오르거나 길게 갈라진 틈으로 빛이 새어 나온다. 화면 위에서 흰색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라 어둠을 밀어내고 존재를 증명하려는 움직임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백색 계열 작품에서는 최소한의 흔적만이 남는다. 거의 비어 있는 화면을 따라 가느다란 균열이 이어지고, 그 틈 사이로 노랑이나 희미한 청색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엇인가 완전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막 모습을 보이려는 순간 혹은 다시 사라지기 직전의 찰나다.
임종엽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혼돈과 질서의 과제를 풀어가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수없이 반복되는 작업을 통해 형상이 일어서지만, 그것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질서를 유지하려는 순간적인 움직임이다. 화면의 형체는 숨었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휘어지고 변화한다.
작품의 완성은 관객의 몫
작가에게 작품은 작업실에서 끝나는 완성품이 아니다.
임종엽은 자신의 작품이 “관객에 의해 그들만의 빛으로, 숨결로 그려지고 완성되어지길 바란다”고 말한다. 작품이 놓이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숨겨짐과 드러남을 반복하며 살아가기 위해 작가 자신이 많은 것을 비워야 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무엇을 그렸는가’를 확인하는 전시라기보다 ‘무엇이 보이기 시작하는가’를 경험하는 자리에 가깝다.
멀리서 바라보면 한없이 고요했던 화면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미세한 붓질과 물감의 층, 갈라진 표면과 그 안의 빛을 드러낸다. 관객이 작품 앞으로 이동할 때마다 그림의 표정도 달라진다. 어쩌면 임종엽 작가가 말하는 ‘숨과 숨 사이’는 바로 그 순간, 보는 사람과 작품 사이에 새롭게 생겨나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이어지는 ‘SHH’의 궤적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임종엽이 지속적으로 구축해 온 작업의 흐름을 보여준다.
2020년 제작한 〈Between breath and breath 218〉(90.0×100.0㎝, Mixed Media on Canvas)을 비롯해 2025년 작품 〈SHH 113〉(19.0×23.5㎝), 2026년 제작된 〈SHH 139〉(73.0×61.0㎝) 등이 포함된다.

또한 2026년 작품 〈SHH160〉, 〈SHH159〉, 〈SHH161〉은 각각 45.5×50.3㎝ 크기의 Mixed Media on Canvas 작업으로, 작가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물성과 여백, 경계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SHH’라는 제목은 누군가에게 조용히 하라고 속삭이는 소리처럼 읽힌다. 그것은 세상의 소음을 잠시 멈추고 화면 안에서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존재의 기척을 들어보라는 요청처럼 다가온다.
숨겨졌기에 더욱 선명해지는 것들
임종엽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드러난 형상보다 오히려 그 주변에 남아 있는 공간이다.

강렬한 청색조차 결국 하나의 거대한 여백이 되고, 순백의 화면 역시 수많은 시간이 축적된 깊은 공간으로 변한다. 갈라진 틈 안쪽에서 나타나는 작은 빛과 색은 화면 전체를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된다.
작가는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추고, 지우고, 비워 둔다. 그 때문에 관객은 그림 앞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들인다.
상처로 보였던 균열은 어느 순간 새로운 생명이 빠져나오는 통로가 되고, 찢어진 것 같았던 화면은 다시 이어지는 경계가 된다. 거대한 푸른 공간에서 떠다니는 흰 형상은 섬이나 새, 혹은 기억의 파편으로 변한다.
완성된 하나의 답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의 시선에 따라 다시 태어나는 그림. 그것이 임종엽이 ‘숨과 숨 사이’에서 보여주려는 회화의 모습이다.
8월의 끝자락, 서울드래곤시티에서 펼쳐질 이번 개인전은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에서 잠시 호흡을 늦추고 눈앞에 있는 여백을 오래 바라보게 한다. 아무것도 없는 듯했던 공간에서 문득 작은 형상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관객은 그림의 숨과 자신의 숨이 맞닿는 경험을 만나게 된다.
그 순간 작품은 더 이상 작가만의 것이 아니다. 임종엽이 비워 놓은 공간을 관객의 기억과 빛, 그리고 숨결이 채우면서 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전시 개요
전시명 : 임종엽 개인전(LIM JONGYEOP SOLO EXHIBITION) – ‘숨과 숨 사이’
작가 : 임종엽
기간 : 2026년 8월 28일~30일
장소 : 서울드래곤시티 호텔 3257
주요 작품 : 〈Between breath and breath 218〉, 〈SHH 113〉, 〈SHH 139〉, 〈SHH160〉, 〈SHH159〉, 〈SHH161〉 등
임종엽 | LIM JONG YEOP 작가 프로필

임종엽 작가 - 주요 연작 : 〈숨과 숨 사이〉
- 개인전 : 33회
- 국내외 단체전 및 국제교류전 : 250여 회
- 2026 제15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BAMA 2026 참가
- 2026 Gallery DAOOM 개관 기념 제33회 개인초대전 《숨과 숨 사이, 훔친》
- Gallery DAOOM 개인전 출품작 50점 전 작품 Sold Out
주요 수상
- KAN 한국문화예술대상 K-CULTURE 작가대상
-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주목할 예술가상
- 중국 국제미술제전 대상
- 기타 국내외 미술상 다수
주요 작품 소장
- UCONN Gallery, University of Connecticut, USA
- 청와대, 천명재단, SBS, 국내외 기관 및 개인 컬렉션
작품세계 주요 키워드
숨과 숨 사이 · 백색 · 여백 · 시간 · 생명 · 존재와 부재 · 생성과 소멸 · 한국적 정신성
임종엽의 회화는 눈에 보이는 대상을 그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 생명이 이어지는 순간과 순간 사이,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시간을 화면 위에 드러내며 현대사회 속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