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행사] 시조 50년, 봉인되다 -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시조 반세기 역사 타임캡슐에 담아 미래로.
한국 현대 시조 문학사에 오래 기억될 특별한 행사가 열려 문학계의 화제다.
한국의 유수 시조시인 단체인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의장 오종문) 가 12월 6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시에그린한국시화박물관’에서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념하여 현대시조 50년 타임캡슐 매설식을 거행하며 반세기의 문학적 여정을 미래 세대에게 조용히 부쳤다.

행사는 내외빈과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회원, 시조 관련 단체, 지역 문화예술인 등 80여 명이 함께 모여 성대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박물관 뜰에 설치된 무대는 겨울빛 속에서도 고즈넉한 기품을 풍겼고, 참석자들은 한국 시조의 역사와 미래가 한 자리에 포개지는 순간을 지켜보며 의미를 되새겼다.

이번 타임캡슐 매설식은 '오늘의시조시인회의' 가 마련한 “백년의 시간을 잇다”라는 주제 아래 진행되었다. 이는 단순히 유물을 묻어두는 의식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문학적 감성과 정신을 미래의 시간에게 전하는 문화적 약속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울림을 지닌다. 타임캡슐은 한 세대가 지나 다시 열릴 때, 당시의 기록과 예술, 사회의 공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역사적 증언으로 기능한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일종의 ‘시간의 우편함’이자, 인간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가치와 기억을 보존하려는 오래된 열망을 담아온 문화적 장치이다.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오종문 의장은 기념사에서 시조 문학의 미래적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그는 “K-시(詩)의 종가인 시조의 탁월성을 지구촌 사람들이 공유하고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종다양한 분야와 연계해 소통하면서 통섭의 사유로 현대적 의미를 확장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혹은 잃어버린 존재의 본래 모습을 되살려 지속 가능한 문학 장르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시조의 본질을 지키면서 새 답을 모색하려는 문학계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매설된 타임캡슐에는 오늘의시조시인회 회원들이 펴낸 시조집 60여 권과 250여 편의 작품이 정성스럽게 담겼다. 이는 단순한 책과 문서의 묶음이 아니라, 지난 반세기 동안 시조를 지켜온 시인들의 사유와 삶, 시대의 감각을 아우르는 집적물이다. 이 캡슐은 50년 뒤인 2075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그때의 독자와 문학인들은 오늘의 시인들이 남긴 목소리를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며, 시조가 지나온 길과 변화의 흐름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의 타임캡슐 매설은 한국 시조문학이 지난 50년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기반 위에서 다시 새로운 50년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현재를 미래에 봉헌하는 이 상징적 의식은 문학이라는 삶의 기록이 어떻게 세대를 건너 살아남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가치가 더 단단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적 장면이었다.
앞으로 반세기 뒤, 이 캡슐이 다시 세상의 빛을 마주하는 순간, 오늘의 이 기록과 마음이 어떤 울림으로 되살아날지 조용한 기대가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