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엠갤러리, 최혜연 개인전 《흰 그림자들》 개최
히든엠갤러리가 2026년 4월 16일부터 5월 7일까지 최혜연 개인전 《흰 그림자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개인과 사회의 무의식, 그리고 쉽게 언어화되지 않는 트라우마의 흔적이 어떻게 시각화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자리로, 작가가 지속적으로 다뤄온 ‘숲’의 이미지를 중심에 놓는다.

전시는 서울 강남구 논현로 86길 16 제포빌딩 L층 히든엠갤러리에서 진행되며,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일요일, 월요일, 공휴일은 휴관이다.
이번 전시에서 최혜연에게 숲은 단순한 자연의 풍경이나 치유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경쟁과 긴장이 공존하는 비가시적 질서의 구조이자, 개인의 기억과 사회적 폭력성, 집단적 무의식이 겹겹이 침잠한 심리적 장소로 제시된다. 작가는 이 정돈되지 않은 숲의 구조를 통해 예측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해체되는 인간 존재의 상태를 드러낸다. 숲은 곧 현실과 내면, 감각과 상처가 동시에 얽혀 있는 또 하나의 정신적 지형도다.
최혜연의 작품은 형상을 미리 계획해 구축하기보다, 단순화된 획 위에 우연적인 흔적을 축적하고 그 안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길어 올리듯 형성된다. 이 과정은 고정된 자아보다 변화와 선택의 연속 속에서 이루어지는 존재의 상태를 반영한다. 작품 속 형상들은 분명하게 닫힌 상징으로 규정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고 흩어지며 열린 서사로 확장된다.

전시 제목인 ‘흰 그림자들’은 특히 인상적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 드러나지만, 여기서의 흰 그림자는 밝은 빛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흔적을 뜻한다. 이는 쉽게 인식되지 않지만 여전히 현재를 구성하고 흔드는 무의식, 트라우마, 감정의 잔여를 상징한다. 작가는 이 역설적 표현을 통해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 설명하기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감각되는 내면의 층위를 회화적으로 소환한다.
전시는 회화뿐 아니라 공간 전체를 하나의 감각 장치처럼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푸른빛과 회백색 계열이 지배하는 대형 회화들이 넓은 화이트 큐브 공간에 배치되어 있고, 바닥에서 벽으로 이어지는 검은색과 흰색의 설치 작업은 숲의 잔상과 무의식의 흐름이 공간 속으로 흘러넘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작품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감상하는 전시라기보다, 공간 전체가 하나의 심리적 숲처럼 작동하는 구성이 돋보인다.
출품작 가운데 〈우연의 숲35〉와 〈우연의 숲36〉은 이번 전시의 정서를 선명히 보여준다. 〈우연의 숲35〉는 장지에 채색으로 제작된 130.3×193.9cm 크기의 작품으로, 어둡고 깊은 숲의 기운 속에 생물과 식물, 감각적 흔적이 뒤섞이며 꿈과 무의식의 장면처럼 펼쳐진다.
반면 〈우연의 숲36〉은 97×193.9cm의 작품 안에서 보다 차갑고 옅은 색조로 미세한 흔적과 흐름을 축적하며, 존재와 부재 사이의 감각을 더욱 응축된 방식으로 보여준다. 두 작품은 모두 작가가 말하는 ‘숲’이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 흔적이 중첩된 심리적 공간임을 잘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결국 인간을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형성되는 존재로 바라보게 한다. 동시에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쳐온 감정의 잔여, 집단적 기억의 흔적, 그리고 보이지 않는 상처의 결을 다른 방식으로 감각하게 만든다. 최혜연의 숲은 설명보다 감응을 먼저 일으키며,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 어딘가에 남아 있던 ‘흰 그림자’를 조용히 마주하게 한다.
히든엠갤러리는 2015년 개관 이후 현대미술 작가 발굴과 지원, 그리고 공간의 장소성을 활용한 실험적 전시 기획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흰 그림자들》 역시 갤러리의 이러한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전시로, 회화와 공간, 감각과 사유가 맞물리는 밀도 높은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정보
- 전시명: 《흰 그림자들》
- 작가: 최혜연
- 기간: 2026년 4월 16일 ~ 5월 7일
- 장소: 히든엠갤러리
-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86길 16 제포빌딩 L층
- 관람시간: 화–토 13:00–18:00
- 휴관: 일요일, 월요일, 공휴일
- 주최·주관: 히든엠갤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