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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에세이] 서복례의 "꿈을 그리는 소나무"
미술/음악

[그림 에세이] 서복례의 "꿈을 그리는 소나무"

큐레이터 김정은 기자
입력
[김정은의 삼삼한 그림 1] 

3년 전부터 아트페어나 미술관, 갤러리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그림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때로는 특정 작품 앞에서 깊은 사색에 잠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다 한 점씩 작품을 구매해 집에 걸어보기도 했는데, 그림 수집의 시작은 다소 엉뚱하게도 복을 부른다는 해바라기 그림이었다.
 

프린트화나 판화보다는 이름 없는 길거리 화가의 작품이라도 붓과 아크릴 물감이 빚어내는 터치감과 묵직함, 그리고 자연스러운 음영이 살아있는 원화가 주는 기쁨이 컸다. 원화를 집에 걸어두었을 때 느껴지는 감동은 특별했다.


주로 서양화, 인물화, 풍경화를 감상하며 시대적 배경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를 음미하던 중, 친구의 권유로 서복례 작가의 개인전에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 동양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없었지만, 전시는 예상 밖의 인상을 남겼다.

서복례 ㅣ 꿈을 이루는 송-06 (40호)  한지에 수묵담채  [필자 제공]

‘소나무 작가’로 불리는 서복례 작가의 작품은 기존 동양화의 이미지와 달랐다. 화폭에 담긴 소나무의 기운과 웅장함은 보는 이를 압도했다. 여백의 미보다 화폭을 가득 채운 소나무 가지와 섬세하게 표현된 솔잎은 작가의 정성과 고유한 기법을 보여줬다.

서복례 ㅣ 비룡재천-11(60호) 한지에 수묵담채  {필자 제공]

특히 작품 제작 당시, 소나무 가지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주문받은 크기보다 더 큰 작품을 완성했다는 일화는 깊은 감동을 줬다. 작가의 철학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서복례 작가를 계기로 동양미술에 대한 이해와 감상이 시작됐고, 이로 인해 한국적인 테마를 가진 다른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생겼다. 작가의 ‘꿈을 그리는 송’ 시리즈는 무한히 뻗어나가는 소나무의 용맹함, 섬세한 솔잎,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는 붉은 태양 등을 통해 강인한 한국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서복례  ㅣ비룡재천-04 (60호) 한지에 수묵담채  [필자 제공]

결국 나 역시 ‘꿈을 이루는 송’ 시리즈 중 한 점을 구입해 집에 걸어두었다. 작품을 감상하며 느끼는 감정과 사색은 특별한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엔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림 감상은 어느 순간 나만의 일상이 됐다. 거실에 걸고 싶은 그림을 떠올리고, 그 그림을 보며 하루를 시작할 때의 설렘은 진정한 예술의 기쁨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서복례 ㅣ맑은심지(60호) 한지에 수묵담채 [필자 제공]

[편집자주 :  미술 큐레이터이자 콜렉터인 김정은 기자의 " 김정은의  삼삼한 그림" 이라는 그림 에세이 게재합니다.  이 코너를 통해  좋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한편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작가 및 작품 추천 등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바랍니다. [email protected]]     

큐레이터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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