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해설] 한분순의 "젊어, 콜라처럼"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71]
젊어, 콜라처럼
한분순
저녁은 퍽 야릇해
밤은 젊어, 콜라처럼
마음에
둔
사람 있어
그 이름
게워내듯
되올라 속눈썹 닿아
그림자를 포개는
―『그대의 끼니가 아름답기를』(동학사, 2024)

[해설]
들끓는 마음으로 뜨거운 시를
시조집 한 권을 읽는 내내 어쩜 이렇게 작품들의 형식과 내용이 젊을까, 남녀관계의 미묘함을 이렇게 잘 알고 있을까, 연인들의 심리를 이렇게 잘 파악하고 있을까, 계속 감탄하였다. 시들이 이제 막 사랑에 눈뜬 10대나 20대가 쓴 것 같다. 아니면 위태로운 중년이 쓴 시 같다. 아, 이제 시인이 젊게 사는 비결을 알았다. 시를 이렇게 젊게 쓰고 계신 덕이다.
콜라는 젊은이들의 음료다. 탄산이 들어 있어 흔들면 거품이 많이 일어난다. 저녁은 퍽 야릇하고 밤은 콜라처럼 젊다고 한 것이 초장이다. 중장에 들어가서 화자는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고 고백한다. 콜라를 마시면 트림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람의 이름을 트림 토하듯이 게워낸다.
종장에 가면 반전을 꾀하게 된다. 속눈썹이 닿아 그림자를 포개게 되었다는 것은 짝사랑이 아니다. 저질러버린, 일심동체를 이룬, 뜨거운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다. 거품만 피운 사랑이 아니라 꿀꺽꿀꺽 삼켜버린 사랑이다. 두 사람의 나이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한창때로 돌아가 온몸,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다. 시조집 『그대의 끼니가 아름답기를』에는 이런 뜨거운 작품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아, 나도 이런 농염한 시를 써보고 싶다.
[한분순 시인]
1943년 충북 음성 출생으로, 서라벌 예술대를 졸업했다.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실내악을 위한 주제』『서울 한낮』『손톱에 달이 뜬다』『저물 듯 오시는 이』『한국대표 명시선100 서정의 취사』 등이 있고, 시화집 『언젠가의 연애편지』, 산문집 『소박한 날의 청춘』 등을 출간했다. 한국시조문학상, 정운시조문학상, 유심작품상 특별상, 한국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신문 출판편집국 부국장, 세계일보 문화부장 부국장,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 등 역임.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명예이사장, 한국여성문학인회 고문, 한국시인협회 이사.
이승하 시인,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