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36] 정해란의 "내 웃음 무료로 나눠드립니다-故 뽀빠이 이상용 선생님의 천상 안식과 평화를 빌면서"
내 웃음 무료로 나눠드립니다
-故 뽀빠이 이상용 선생님의 천상 안식과 평화를 빌면서
정해란
내 나이테가 새겨진 웃음을
무료로 나눠 드립니다
세월 속에 잃어버린 표정과 감각을
유머로 가볍게 두드려 주는
웃음이란 처방을 내려 드립니다
무거운 시대의 그늘에서 벗어나게요
깊어지던 강물의 속울음도
햇살 받을 땐 윤슬로 반짝이듯
함께 마음 놓고 웃는 동안에는
저음으로 가라앉은 번뇌도 잠시 솟구치지요
가장 세찬 폭포의 허벅지에서
지느러미로 나침반을 바꾸는 찰나
강한 생명력으로 급류를 거스르는 연어처럼
잠시라도 시간 거꾸로 올라가 봐요
폭포에서 희망의 무지개 찾아봐요
계절마다 온몸으로 맞은 바람의 흔적
암갈색 애환일랑 내 가슴에 묻고
아낌없는 웃음을 선물로 드릴게요
누구든 가지고 태어난 웃음이란 영약(靈藥)
한 방울씩의 윤기를 자꾸 터뜨려 봐요
정색하는 말보다 해학과 유머가 때로
각과 모서리를 발 빠르게 지워줘
폭포도 세월도 오를 수 있답니다
혹여 인생길 돌아서더라도
눈물 한 송이 대신
웃음 한 다발로 피어나시길
내 웃음 무료로 나눠 드립니다
*시작 노트: 이 시는 故 이상용 선생님의 입장이 되어 이런 말씀을 남기고 싶으실 것 같아 쓴 시입니다.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는 분들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시라고 모두 웃으면서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커피 한 잔의 고요가 깨어나면』(도서출판 천우, 2025)
![[서울=뉴시스]채널A '행복한 아침'에 출연하는 방송인 이상용 (사진 = 채널A) 2021.10.18. photo@newsis.com](https://koreaartnews.cdn.presscon.ai/prod/125/images/20260130/1769721423310_958040104.jpg)
[해설]
웃음과 희망의 전도사였던 이상용
이 시의 화자는 뽀빠이(별명) 이상용이다. 작년 5월 9일에 82세의 나이로 영면하였다. 시인은 저승에 가 있는 이상용을 지상으로 불러내 유언을 청하였다. 이상용은 “내 나이테가 새겨진 웃음을/ 무료로 나눠 드립니다”라는 말로 운을 뗀 뒤 청산유수로 웃으며 살라고 말한다. 그럼 뭐가 좋아지는가를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웃음은 무거운 시대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하고, 저음으로 가라앉은 번뇌도 잠시 솟구치게 하고, 폭포에서 희망의 무지개를 찾게 한다고 말해준다. 하하, 이상용이 이렇게 시적인 표현을 잘하던 사람이었나?
이 시는 그러니까 이상용의 입을 빌려왔지만 웃음의 기능에 대한 정해란 시인의 평소의 생각을 펼쳐놓은 잠언집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젊음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 하는데,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누구든 가지고 태어난 웃음이란 영약(靈藥)/ 한 방울씩의 윤기를 자꾸 터뜨려 봐요”라는 방법이 있다고 가르쳐준다. “정색하는 말보다 해학과 유머가 때로/ 각과 모서리를 발 빠르게 지워줘/ 폭포도 세월도 오를 수 있답니다”란 말은 우리가 젊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귀띔해준 것이다.
보양식, 건강보조식품, 각종 비타민보다 웃음이 우리의 몸에 도파민을 돌게 할 것이다. 인간인 이상 생로병사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울해하지 말고 “혹여 인생길 돌아서더라도/ 눈물 한 송이 대신/ 웃음 한 다발로 피어나시길” 바란다고 이상용이 말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시인이다. 그러고 보니 이상용은 방송에 출연할 때 늘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그는 50여년을 전국을 돌며 해학의 미를 설파한 웃음 전도사였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어머니가 이상용을 임신했을 때 남편을 만나기 위해 충남 부여군에서 백두산까지 10개월 동안 걸어갔는데, 가보니까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살고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1944년, 그는 미숙아로 태어났고 너무나 병약해 살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외삼촌들이 이상용을 생매장했는데 다행히 당시 일곱 살에 불과했던 이상용의 막내이모가 몰래 이상용을 구해 산으로 갔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은 이상용을 그냥 키우기로 했다. 책가방 들 힘조차 없어 아버지가 대신 책가방을 들어줘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불굴의 노력으로 매일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아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다른 평범한 아이들 수준으로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으며, 고등학교 때 보디빌딩을 시작해서 ‘미스터 대전고’를 수상했다 한다. 고려대학교에 진학해서는 대학 보디빌딩 대회에서 우승해서 ‘미스터 고대’가 되었고 고려대 응원단장으로 활약했다. ROTC(5기) 장교로 군에 복무했고 병과는 기갑으로 전차소대장을 역임했다. 평생 방송인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물했기에 시인은 그를 본받고 싶었나 보다. 내게 재담하는 재능은 없으니 자주 웃어야겠다. 笑門萬福來!
[정해란 시인]
2020년 대한문인협회 시 부문 등단. 서울시 공립초등학교 교사로 명예퇴임. 독서교육학 석사. 해변시인학교 최우수상, 세계문학상, 탐미문학상, 황진이문학상 등 수상. 시집 『설렘과 낯섦 사이』『일어서는 밤』『시간을 여는 바람』『커피 한 잔의 고요가 깨어나면』, 한영시집 『한국시 평화의 날개 날다』 등 출간.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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