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규 칼럼]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생활 자기결정력 !
AI가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준비해야 할 것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AI가 이렇게 빠르게 세상을 바꾸는 동안, 나는 내 삶을 얼마나 스스로 읽고 결정하고 있는가? 앞으로의 삶을 좌우할 핵심 역량은 어쩌면 기술 활용 능력보다 더 근본적인 곳에 있습니다.
내 몸의 변화를 읽는 능력, 내 돈의 흐름을 읽는 능력, 내 일의 변화를 읽는 능력, 그리고 내 관계를 스스로 선택하고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저는 이것을 생활의 자기결정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세 가지 전환이 있습니다. 몸의 전환, 경제와 일의 전환, 관계의 전환입니다.

병이 난 뒤가 아니라, 몸의 신호를 읽는 시대. 우리는 오랫동안 건강을 병이 없는 상태로 생각해 왔습니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고,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현대의학에서 진단과 치료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영역입니다. 따라서 개인이 자신의 몸을 관찰하는 것이 의료진의 진단을 대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건강관리의 중심이 치료에서 예방과 자기관리로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6년에도 자기관리를 개인·가족·지역사회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며 질환에 대처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식습관, 신체활동, 충분한 수면, 금연과 절주, 그리고 건강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도 자기관리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건강 문해력 입니다.
건강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판단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구별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질문하고, 적절한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아프면 병원에 간다 에서 평소 내 몸을 관찰하고 이상 신호가 있으면 적절하게 대응한다는 방향으로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매일의 수면은 어떠한지, 평소보다 피로가 오래가는지, 체중이나 식욕에 변화가 있는지, 혈압이나 혈당 등 관리가 필요한 지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걷는 능력이나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웨어러블 기기와 AI도 이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원칙이 있습니다. AI가 의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AI는 내가 내 몸을 더 잘 관찰하고, 필요한 질문을 준비하도록 돕는 도구여야 합니다. 결국 건강의 첫 번째 전환은 병을 치료하는 사람에서 내 몸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사람 으로의 전환입니다.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돈의 흐름을 읽는 것입니다. 두 번째 전환은 돈과 일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적 성공을 주로 얼마를 버느냐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오래 살고, 일하는 방식이 빠르게 바뀌며, AI가 직업과 업무를 재편하는 시대에는 질문이 달라져야 합니다.
얼마를 버는가?”에서 내 삶의 현금흐름은 지속 가능한가?”로 바뀌어야 합니다. 월급이나 사업소득이 얼마인지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매달 들어오는 돈은 얼마인지, 고정비는 얼마인지, 변동비는 얼마인지, 부채 상환액은 얼마인지, 보험료와 의료비는 얼마나 필요한지, 노후에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현금은 얼마인지,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현금흐름 문해력입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서도 전체 성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5.7점이었고, 20대는 62.6점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단순한 금융교육뿐 아니라 개인의 재무상황에 맞춘 상담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금융교육은 금융상품의 이름을 많이 아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내 생활을 숫자로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300만원이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300만원이라는 숫자만 보면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거비 100만원, 생활비 80만원, 대출상환 50만원, 보험·통신·교통비 40만원, 기타 고정지출 20만원이라면 실제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은 10만원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득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고정비가 낮고 부채가 적으며 일정한 연금과 부수입이 있다면 훨씬 안정적인 삶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소득보다 현금흐름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AI가 등장합니다. AI는 단순히 일자리를 없애는 기술로만 볼 수 없습니다.
OECD의 2026년 연구에 따르면 AI는 기존 업무의 자동화뿐 아니라 새로운 업무와 직업의 창출, 생산성 향상이라는 여러 경로를 동시에 통해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반복적 업무에서는 일자리 대체 위험도 존재합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OECD와 한국노동연구원이 2025년 발표한 한국 노동시장 보고서는 AI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문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는 동시에 일부 노동자에게는 전환과 일자리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AI시대의 일은 AI 때문에 내 일자리가 없어질까? 라는 질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AI를 활용하면 내가 어떤 가치를 더 잘 만들어낼 수 있는가?입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금융 문해력도, 단순한 디지털 문해력도 아닙니다. 생활 문해력입니다.
돈을 읽고, 계약을 읽고, 세금을 읽고, 일의 구조를 읽고, AI를 읽고, 내 삶의 비용구조를 읽는 능력입니다.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느냐가 삶의 질과 미래를 결정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의 크기만이 아니라, 부를 활용하는 안목과 선택의 능력입니다.
가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 관계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관계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오랫동안 가장 중요한 안전망이었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돌보고, 형제자매가 어려울 때 돕고, 노후에는 자녀에게 의지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사회구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4년 우리나라 1인가구는 약 804만 가구로 전체 일반가구의 36.1%를 차지했습니다. 2023년 35.5%에서 다시 증가한 수치입니다. 장래에도 이러한 변화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통계청은 2052년 1인가구가 2022년 739만 가구에서 962만 가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가족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가족의 부담을 가족에게만 집중시키지 않기 위해 관계의 안전망을 더 넓혀야 한다는 뜻입니다. 친구가 필요합니다. 이웃도 필요합니다. 지역사회도 필요합니다. 취미 공동체도 필요하고, 직업 공동체도 필요합니다. 때로는 온라인에서 연결된 느슨한 관계도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계의 확장이 곧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관계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누구와 가까이할 것인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인지, 어떤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쓸 것인지, 어떤 관계에서는 건강한 거리를 유지할 것인지. 이것이 관계의 자기결정입니다.

과거에는 가족이 나를 지켜준다는 안전망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각자의 삶도 존중하는 관계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의존과 고립 사이에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세 가지 전환은 하나의 질문으로 만납니다.
몸의 전환.
돈과 일의 전환.
관계의 전환.
겉으로 보면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 보면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내 몸을 남이 대신 살아줄 수 없습니다. 내 돈의 흐름을 남이 대신 책임져줄 수도 없습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도 결국 내가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고 어떤 공동체에 속할 것인지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 최종적인 결정까지 AI에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AI는 몸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고, 가계부를 정리할 수 있고, 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삶의 목적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몫입니다.
그래서 AI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문해력은 단순히 AI 사용법을 배우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몸을 읽는 문해력, 돈을 읽는 문해력, 일을 읽는 문해력, 관계를 읽는 문해력, 그리고 AI를 제대로 사용하는 문해력. 이 다섯 가지가 결합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생활 자기결정력’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건강에서는 자기관리, 경제에서는 현금흐름 관리, 일에서는 AI와 함께하는 역량 전환, 관계에서는 자기결정과 상호돌봄입니다. 이것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도 학교도 기업도 지역사회도 이러한 전환을 지원해야 합니다.
건강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생활금융 교육을 실질화하고, 중장년과 고령자의 재교육 기회를 넓히고, AI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가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며, 가족에게만 돌봄을 떠넘기지 않는 지역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AI시대의 복지는 단순히 돈을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기 삶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결국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술이 아니라 더 나은 판단일지도 모릅니다.
내 몸을 읽고, 내 돈을 읽고, 내 일을 읽고, 내 관계를 읽고, 그리고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 몸의 전환에서 시작해 경제의 전환으로, 경제의 전환에서 관계의 전환으로. 그 끝에는 하나의 목표가 있습니다.
남이 설계한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AI와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사람

조선규 | 칼럼니스트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