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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김요아킴의 "이곳, 부산에서 세월을 외치다"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시 해설] 김요아킴의 "이곳, 부산에서 세월을 외치다"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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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47]

이곳, 부산에서 세월을 외치다

 

김요아킴

 

그날, 진도 앞바다의 수상한 안개처럼

석삼년의 기다림에도

4월의 봄꽃은 여전히 망울을 틔우지 못하고

이곳 부산에서 팽목항까지, 그리고 안산까지

달려도 닿지 않을 세월의 잔인한 흔적들이

지금 우리의 달력에, 매번

하루하루의 날짜로 지워지고 있다

 

꽃다운 청춘들이 꼭 돌아오길

단호히 바라던 그 리본의 노란 결기는

이제 하얗게 바래어 가고

수많은 별들이 왜 차갑고 무서운

바닷물 위로 떠올라야 하는지

집요해야 할 물음표들도, 점점

부표를 잃고 있다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황사로 몰아치는 눈물을

진정시켜야 할 분노로 잘게 다져가며

반드시 인양되어야 할 거룩한 진실을 위해

지금

바로

여기서

명멸해 가는 한 명 한 명의 어린 영혼들을

우리는 다시 목놓아 불러야 한다

 

―『부산을 기억하는 법』(전망, 2024) 

세월호 참사를  되새기며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해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오늘은 세월호 참사 11주년이 되는 날이다. 감히 명복을 빈다느니 하는 말도 하지 못하겠다. 할 수가 없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어른이 그때 수수방관하고 있었으니 가해자가 아니었나 하는 죄책감에서 헤어날 수 없다. 신속하게 경찰이 출동하고 민과 관이 합심하여 구명에 나섰더라면 사고 난 배는 침몰했을지라도 학생들은 다 구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왕좌왕하고 갈팡질팡하면서 시간을 보내느라 그 많은 학생이 그만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촌각을 다투어 구조작업에 나서야 했는데 잠수부들의 이동을 돕는 대형바지선이 침몰 5일째인 420일에야 투입되었으니 기가 막힌 일이었다.

 

  부산의 시인 김요아킴은 재작년, 참사 9주기를 맞아 이 시를 썼다. 시인의 애통해하는 마음이 찌르르 가슴 깊숙이 전달되어 온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온갖 의혹과 발뺌과 왜곡이 뒤엉킨 사건이었기에 시인은 반드시 인양되어야 할 거룩한 진실을 위해/지금/바로/여기서/명멸해 가는 한 명 한 명의 어린 영혼들을/우리는 다시 목놓아 불러야 한다고 외쳤던 것이다. 사망자 수 299, 실종자 수 5명 중 대다수가 단원고 학생으로서 수학여행 길이었다. “세월의 잔인한 흔적들11년이 지난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생각하면 그저 죄스러울 따름이다. 그런데 그 뒤에도 이태원 참사,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가 있고 작고 큰 온갖 사건이…….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그와 함께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잘 정비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김 시인의 비분강개에 십분 동감하면서 오늘은 묵념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겠다.

 

  [김요아킴 시인]

 

  1969년 경상남도 마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다녔다.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3년 계간 《시의나라》와 2010년 계간 《문학청춘》 제1회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가야산 호랑이』『어느 시낭송』『왼손잡이 투수』『행복한 목욕탕』『그녀의 시모노세끼항』『공중부양사』 등과 산문집 『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 서평집 『푸른 책 푸른 꿈』(공저) 등이 있다. 현재 부산작가회의 회장을 맡고 있고 부산 경원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이승하 시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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