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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6】초콜릿과 목이버섯
문학/출판/인문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6】초콜릿과 목이버섯

시인 김선호 기자
입력

 

초콜릿과 목이버섯


김선호

 

눈이 늙어 침침하믄 물정도 어둑하니라

 

중국 여행 선물이라꼬 오래전에 받은 물건이 단디 말라 굳은기 네모꼴에 커피색이라 딱 봐도 초코렛 같애 입에 침이 도는기라 뭔지 자시 봐야겄는디 눈뜬 장님 아니드나 희뿌연 동자 너머로 글자는 싸게 숨고 홧김에 덥썩 깨무니 뻣뻣한기 요상한기라 짜가가 판친다디 단맛은 얼씬도 않고 사램 먹는 선물인디 좋은 놈을 사올기지 은근히 서운한 맴이 단맛 대신 도는기라 아까워 뱉도 못하고 한참 물고 버텼는디 요놈이 녹기는커녕 한입 가득 붇는기라 참다가 쏟아내고야 버섯인 줄 그때 안기라

 

내사 마 눈이 나쁘니 그래 당해도 싸다만 눈뜨고 코비기는 참말로 얼척없데이 글깨나 배운 안경잽이도 굴비처럼 낚이드만 벌벌 떠는 딸애 전화에 덩달아 벌벌 떨다가 밑돈 다 내주고야 정신번쩍 들더라데 멀쩡한 딸년을 보니 허망하고 분했다드만 가짜가 둔갑하믄 진짜보다도 멀끔하제 유튜분가 뭔가하는디 벨에벨 말이 다 도니라 보기엔 빨강인디 듣고 나면 파랑 같데이 나라에 돈 없는디 넘쳐나는 공약 좀 보레이 가만 앉아 있어도 금세 부자 안 되겄나 빚이야 늘든 말든 좋은 시상 온다잖드나

 

목인지 초코렛인지 깨물어 봐야 확실하데이 

[이미지 : 류우강 기자] 

출국장 저만치 앞서가는 게 선물 걱정이다. 부피와 가격과 실용성 등을 살핀다. 여정 중 만난 판매장에 인파가 몰렸다. 주인공은 한 뼘 크기 종이상자 안에 든 10개들이 목이버섯이다. 소분하여 편리하고 만족도가 높다며, 가이드가 열을 올린다. 저렴한 가격은 기름을 부었다.

 

 윗집 아저씨는 글씨가 안 보일 만큼 시력이 나쁘다. 중국 여행 선물이라는 얘길 듣고는 초콜릿으로 지레짐작했다. 언뜻 보기에도 꼭 초콜릿 상자를 닮았다. 입에 넣은 버섯이 불어나서 숨이 막히더라는 고백은 폭소를 자아냈다.

 

 각설하고,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이다. 신상이 털린 지는 오래전이고, 집요하게 매달리는 마케팅 전화는 일상이 됐다. 갈수록 진화하는 스미싱은 기상천외하다. 대형 통신사나 행정부마저 해커들이 넘나든다. 하도 들어 덤덤해진 공약들은 오늘도 열심히 아양을 떤다. 심지를 곧추세우고 중심을 바로잡을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이다.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김선호 시인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으밀아밀』등 네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

시인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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