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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규 칼럼] AI를 '많이' 쓰는 회사가 아니라, 제대로 쓰는 회사

조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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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AX 성과 발표회가 던지는 질문

인공지능 열풍 속에서 많은 기업이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AI를 도입했습니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AI가 실제로 일을 바꾸었습니까?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 변화가 기업의 성과와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습니까? 그 기술이 조직의 성과로 이어졌습니까?


지난 8월 12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서울 양재 본사에서 AX 성과 발표회를 열고 이 질문에 대한 자신들의 답을 공개했습니다. 이날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의 발언은 이 행사의 성격을 분명히 규정합니다.


AX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협업하는 방식을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주목할 대목은 현대차그룹이 이 변혁의 시작점을 AI가 아니라 2018년으로 소급한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의 우리는 IT 회사보다 더 IT 같은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발언이 출발점이었습니다. 즉, 현대자동차그룹의 AI 전환은 생성형 AI의 등장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7년 이상 축적된 디지털 전환(DX)의 연장선이라는 것입니다. 전략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척도는 화려한 시연보다 시간의 깊이에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 보다 전환 이라는 단어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선택한 경로는 정석이었습니다. 첫째, 마이크로소프트 365, 지라, 컨플루언스 같은 글로벌 SaaS를 전사에 도입해 개인의 PC와 메일함에 흩어져 있던 지식을 조직의 자산으로 전환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SaaS 활용 가이드라인까지 확보한 점은, 규제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제도적 노력을 동반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힙니다. 연구개발·생산·판매·품질 전 과정의 데이터를 연결하는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공통 코드와 기준 정보를 표준화했습니다. AI 시대의 격언대로, 좋은 AI는 좋은 데이터 위에서만 작동합니다.

AI를 도입한다고 업무가 자동으로 혁신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기업에서 AI 도입의 첫 번째 장애물은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의 상태입니다. 자료가 부서별로 흩어져 있고, 같은 고객이나 제품을 서로 다른 코드로 관리하며, 업무 지식이 개인의 메일함과 PC에 갇혀 있다면 아무리 뛰어난 AI를 붙여도 조직 전체의 지능으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AI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좋은 데이터를 넣어야 좋은 결과를 내는 매우 강력한 도구일 뿐입니다.
 

그 토대 위에 올라간 것이 사내 AI 플랫폼 H Chat Pro'입니다. 2023년 중반 개발을 시작해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 임직원이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를 자유롭게 선택해 쓸 수 있게 한 이 플랫폼은, 지난 7월 기준 사용자 3만 명을 넘겼습니다.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 임직원의 약 80%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특정 부서의 실험이 아니라 전사적 일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도입률이 아니라 정착률 이라 부를 만합니다.


성과는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연구개발에서는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가 수십 년간 축적된 충돌 시험 데이터를 통합 검색해, 사례 탐색과 자료 검토 시간을 약 90% 단축했습니다. 숙련 엔지니어의 기억에 의존하던 지식이 조직의 자산으로 바뀐 것입니다. 제조 현장에서는 차량 식별번호를 카메라로 자동 판독하는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가 국내외 약 70개 현장에서 가동되며 그룹 전체 기준 연간 52.4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부품 공급 대차의 이동 경로를 강화학습으로 최적화한 기술은 불필요한 생산 중단 시간을 약 86% 줄였습니다. 서비스 영역에서는 AI 정비 지원 서비스가 정비 대응 시간을 42% 이상 단축했고, 연말까지 6,000여 개 딜러와 4만 명 이상의 정비사에게 확대될 예정입니다. 고객 리뷰 대응은 1건당 평균 35분에서 5분으로 줄었고, 전체 리뷰의 약 85%를 AI가 처리하며 최대 17개 언어를 지원합니다.


많은 기업이 AI를 도입하면서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IT 부서에 AI를 맡기는 것입니다. 물론 IT 부서는 플랫폼과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IT 부서가 아닙니다. 자동차를 설계하는 엔지니어이고,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현장 전문가이며, 고객을 만나는 영업사원이고, 차량을 수리하는 정비사입니다. 따라서 AX의 주체가 IT 전문가에게만 머무르면 안 됩니다. AI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AI로 일하는 사람이 중심에 서야 합니다.
 

그러나 숫자 뒤에 남는 질문들, 물론 이날 발표는 성과 발표회라는 형식의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공개된 수치는 기업이 검증한 자체 데이터이며, 경쟁사와의 정량적 비교나 독립 기관의 검증은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비용 절감액의 산정 근거, AI 답변의 오류율 관리 체계, 자동화로 재배치된 인력의 실제 이동 규모 같은 세부 사항도 비공개 영역에 남아 있습니다.


개발 기간 자체가 단축되고 제품 출시 속도가 빨라진다면 비로소 기업 경쟁력의 변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이 측정해야 할 것은 AI 사용률이 아닙니다. AI가 만들어낸 시간의 가치와 의사결정의 질’ 그리고 ‘사업 성과의 변화입니다.
 

또한 진은숙 사장이 직접 언급했듯, 현대차그룹은 중국 업체 대비 긴 차량 개발 기간을 공식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AI로 단축하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AI가 개별 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것과, 제품 개발 주기라는 구조적 경쟁력을 바꾸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전자는 달성됐고, 후자는 이제 시작입니다. 전사 전환의 진짜 시험대는 80%의 사용률이 아니라, 그 사용이 매출과 품질, 개발 속도의 재무 지표로 환산되는 다음 단계에서 놓일 것입니다.


이 점에서 이 현대차그룹이 주목하는 다음 지평은 피지컬 AI 입니다. 로봇,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등 물리 세계와 결합한 AI는 소프트웨어 전환의 성과를 하드웨어 경쟁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더 무거운 과제입니다. 진 사장이 AX로 축적한 데이터와 실행 역량이 피지컬 AI 시대의 가장 강력한 기반이 될 것 이라고 말한 대목에는, 자신감과 동시에 숙제가 담겨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날 발표가 남긴 가장 유효한 문장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회사가 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많이와 제대로의 구분은 모든 산업에 통용되는 보편적 화두입니다. AI 도입이 경연대회처럼 변질된 지금, 현대차그룹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첫째, AI 성과는 기술 도입의 속도가 아니라 데이터 표준화와 조직 문화라는 사전 투자의 깊이에 비례합니다. 둘째, 현장 엔지니어가 코딩 없이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드는 E-FOREST POLARIS 같은 플랫폼에서 보듯, 전환의 주체는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현업이어야 합니다. 셋째, 그룹이 제조 중소기업의 AX 전환 지원을 공언한 것처럼, 한 기업의 성과는 산업 생태계로 확산될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이 됩니다.
 

AI가 사람의 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일의 수준을 바꿔야 합니다 여기에서 기업의 진짜 과제가 등장합니다.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면 사람에게 시간이 생깁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다시 회의와 보고서 작성에 써버린다면 AX는 실패한 것입니다. AI가 만들어낸 시간을 더 높은 가치의 업무에 투입해야 합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고객을 이해하고, 새로운 제품을 설계하고, 실험하고, 의사결정하고, 사람과 협업하는 데 써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AX입니다.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인간다운 일, 더 고부가가치의 일을 하도록 업무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AX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의 문제가 됩니다.
 

AI 시대의 기업 경쟁은 누가 AI를 먼저 도입했느냐의 경쟁이 아닙니다. 누가 AI를 이용해 일하는 방식을 먼저 바꾸었느냐의 경쟁입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AX 성과 발표가 의미 있는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2018년 정의선 회장이 IT나 ICT 회사보다 더 IT나 ICT 회사 같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의사결정 방식과 속도의 변화를 언급했던 문제의식은, 오늘날 AX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술은 바뀝니다. 오늘의 생성형 AI가 내일의 에이전트가 되고, 에이전트는 다시 로봇과 자동차와 공장 속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기술을 성과로 바꾸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일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기업이 AI 시대에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 회사는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가? 가 아닙니다. AI 때문에 우리 회사의 일하는 방식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은 더 냉정해야 합니다.


그 변화가 고객에게 더 좋은 제품으로, 직원에게 더 가치 있는 일로, 기업에게 더 높은 생산성과 이익으로 돌아왔는가? 여기에 예’라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AX는 완성됩니다. AI를 많이 쓰는 기업은 많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AI를 제대로 쓰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산업 경쟁력은 바로 그 차이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AI는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AI는 결국 ‘일하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조선규 | 칼럼니스트  

조선규 칼럼니스트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조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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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규칼럼#현대차ax#일하는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