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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 23] 윤정애의 "몽유경 夢遊境" — 현실과 이상향 사이의 시적 공간
류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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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애의 ‘몽유 2’ 는 관악산 연주암을 실제 풍경으로 삼고, 전경에는 상상으로 그려낸 노송을 배치함으로써 현실과 이상향의 경계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검은 소나무 가지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구조적 장치로 기능하며, 시선을 유도하고 사유의 틀을 제공한다. 가지 사이로 펼쳐지는 산수는 자연의 재현을 넘어선 내면의 풍경이다.
작가는 먹의 농담과 선묘의 대비를 통해 화면에 깊이를 부여하고, 전통 동양화의 묵법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전경의 노송은 현실의 상징이며, 후경의 연주암은 작가가 꿈꾸는 이상향으로 읽힌다. 실경과 허경,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긴장을 시적으로 풀어내며, 관람자는 그림 속 경계 너머로 이끌려 들어간다.
‘몽유경’은 단순히 보는 그림이 아니라, 들어가는 그림이다. 관람자는 화면 속 공간을 유영하며, 작가가 설정한 사유의 흐름을 따라간다. 이는 단순한 미적 대상이 아니라 철학적 공간으로 기능하며, 현대미술 속에서 전통의 깊이를 되새기게 하는 회화적 성취로 평가된다.
윤정애는 자연을 실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너머의 본질을 탐색한다. 그의 ‘몽유 시리즈’는 현실과 상상, 실재와 이상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묵의 깊이와 선의 흐름을 통해 감정과 사유를 동시에 표현한다. 복잡한 도시의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히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시각적 명상이다.
‘몽유경’은 묻는다.
“마음이 머무는 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조용히 답한다.
“이곳이 바로 그곳일지도 모른다.”
전시 정보
전시명: 윤정애 개인전 ‘몽유경’- 일정: 2025년 10월 22일 ~ 28일
- 장소: 갤러리 라메르 (서울 종로구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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