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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리더, ‘파리 인터내셔널 2026’ 참가… 세대를 초월한 존재의 미학 선보인다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엘레니 피타리-팡갈루와 코스티스 벨로니스의 회화적 대화… 조지아 사그리의 참여형 조각 특별 프로젝트도 공개

그리스 아테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 갤러리 더 브리더(The Breeder)가 오는 10월 20일부터 24일까지 프랑스 파리 생마르탱 운하(Canal Saint-Martin) 인근에서 개최되는 ‘파리 인터내셔널 2026(Paris Internationale 2026)’에 참가한다.

 

이번 행사에서 더 브리더는 그리스 현대미술의 서로 다른 세대를 대표하는 엘레니 피타리-팡갈루(Eleni Pitari-Pangalou, 1905~1995)와 코스티스 벨로니스(Kostis Velonis, 1968~)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며, 인간의 존재와 의식, 불안정성을 탐구하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소개한다.

 

2015년 출범한 파리 인터내셔널은 기존의 상업 중심 아트페어와 차별화된 독립 현대미술 행사로, 실험적인 예술과 새로운 세대의 갤러리를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올해 제12회를 맞는 행사에는 19개국에서 56개 갤러리와 5개 비영리 예술공간이 참여할 예정이며, 파리의 역사적 도시 공간을 활용한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조명한다.

 

세대를 넘어 만나는 두 작가의 예술적 대화

 

더 브리더가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는 핵심은 형상과 존재에 대한 두 작가의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이다.

 

엘레니 피타리-팡갈루의 작품이 우주적 질서와 정신적 의식, 상징적 형상을 통해 인간 존재의 내면을 탐구한다면, 코스티스 벨로니스는 불완전한 구조물과 떠도는 공연자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경험하는 불안정성과 인간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두 작가의 작품은 순환과 반복, 연출된 존재라는 공통된 주제 속에서 연결된다. 특히 빛은 피타리-팡갈루의 작품에서 형이상학적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벨로니스의 작품에서는 연극 무대를 비추는 조명처럼 작용하며 두 세계를 이어주는 상징적 요소가 된다.

 

이러한 만남은 근대주의적 내면성과 현대적 불안정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신비로움과 유머, 인간적 감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예술적 해석을 제시한다.

 

엘레니 피타리-팡갈루, 우주적 상상력과 정신적 세계의 탐구

엘레니 피타리-팡갈루(Eleni Pitari-Pangalou), 《Untitled》, 1960~1970, Ink and gouache on paper, 103 × 70cm, 액자 포함 112 × 79 × 4cm

1905년 이스탄불의 그리스계 가정에서 태어난 엘레니 피타리-팡갈루는 어린 시절부터 예술과 여행을 접하며 성장했다.

 

소아시아 지역의 역사적 격변 이후 아테네로 이주한 그는 1926년 미술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여성의 전문적인 미술교육 참여가 드물었던 사회적 환경에서 선구적인 길을 걸었으며, 1929년부터 콘스탄티노스 파르테니스(Konstantinos Parthenis)의 지도를 받으며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발전시켰다.

 

그의 작품은 상징주의와 표현주의를 바탕으로 현실적 재현을 넘어서는 정신적·우주적 세계를 펼쳐 보인다.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원형과 대칭적 구도, 의식에 참여하는 듯한 인물들은 인간과 우주, 생명과 정신 사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현실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한 풍경과 부유하는 인물들은 관람객들에게 존재의 근원에 대한 사색을 유도한다.

 

코스티스 벨로니스, 불완전한 인간 존재를 연극적으로 표현하다

코스티스 벨로니스(Kostis Velonis), 《We Were Watching the Sky When the Sky Began Watching Us》, 2026, Oil, acrylic, colored pencil and oil pastel on canvas, 150 × 150cm

코스티스 벨로니스는 임시로 조립된 구조물과 이동하는 공연자, 서커스와 아마추어 연극에서 차용한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삶을 하나의 불안정한 무대로 표현한다. 그의 작업은 성공이나 완전함보다는 실패와 서투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에 주목한다.

 

특히 작가가 탐구하는 ‘환경적 슬랩스틱(Environmental Slapstick)’은 희극적 상황과 불안정한 공간 구조를 결합해 인간이 처한 사회적·심리적 조건을 드러내는 표현 방식이다. 이러한 작품 세계는 현대인이 경험하는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단순한 부정적 현실로 바라보지 않고, 새로운 인식과 성찰의 가능성으로 확장한다.

 

이번 출품작인 《We Were Watching the Sky When the Sky Began Watching Us》(2026)는 캔버스에 유화, 아크릴, 색연필, 오일파스텔을 혼합한 작품으로, 인간과 외부 세계 사이의 시선과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조지아 사그리, ‘호흡’을 통한 공동체적 경험 제안

조지아 사그리(Georgia Sagri), 《Sitting with my Breath I》, 2024, Mouth-blown glass, wood, iron, 80 × 196 × 50cm

한편 더 브리더는 특별 프로젝트 ‘파르쿠르(Parcours)’를 통해 조지아 사그리(Georgia Sagri)의 조각 작품 《Sitting with my Breath II》(2024)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공공 벤치를 예술적 경험의 공간으로 전환한 설치 작업이다.

 

주철과 목재로 이루어진 벤치 구조에 거대한 입체 유리 형태를 결합해 마치 확장된 호흡이 공간에 머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작품은 관람객의 이용을 제한하기보다는 앉는 위치와 신체의 움직임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평범한 휴식 행위가 타인과 공간을 공유하는 예술적 경험으로 변화한다.

 

사그리는 호흡을 단순한 생리적 활동이 아니라 인간이 함께 공유하는 근본적인 조건으로 바라본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앉고, 쉬고, 호흡하는 행위를 통해 공동체적 관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니콜라 디트리히(Nikola Dietrich)가 기획한 독일의 공공조각 프로젝트 ‘KÖLNSKULPTUR #11: Body Manoeuvres’를 위해 처음 의뢰됐다. 파리 인터내셔널에서는 전시 동선 속에 설치돼 빠르게 이동하는 관람객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신체와 주변 환경을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파리 인터내셔널

 

이번 더 브리더의 전시는 단순히 서로 다른 시대의 작가를 병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세기에 걸친 미술사의 변화 속에서도 인간의 존재와 정신, 사회적 관계에 관한 예술적 질문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타리-팡갈루의 정신적이고 상징적인 세계, 벨로니스의 불안정하고 희극적인 인간 형상, 사그리의 신체와 공동체에 대한 탐구는 각각 다른 조형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으로 연결된다.

 

특히 회화와 조각, 참여형 설치를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예술작품을 감상의 대상에서 나아가 관람객의 신체와 감각, 사유를 활성화하는 경험의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오는 10월 20일부터 24일까지 파리 생마르탱 운하 인근 발미 부두 187~189번지에서 열리는 ‘파리 인터내셔널 2026’은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국제적인 예술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개요

  • 행사명: Paris Internationale 2026 (파리 인터내셔널 2026)

  • 참가 갤러리: The Breeder (더 브리더)

  • 전시 기간: 2026년 10월 20일(화)~24일(토)

  • 전시 장소: 187–189 Quai de Valmy, Canal Saint-Martin, Paris, France

  • 참여 작가: Eleni Pitari-Pangalou, Kostis Velonis

  • 특별 프로젝트: Georgia Sagri, 《Sitting with my Breath II》(2024)

  • 갤러리 홈페이지: www.thebreedersystem.com

  • 행사 홈페이지: www.parisinternationale.com

자료 및 작품 이미지: © 2026 The Breeder.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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