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이벤트
전시

모란미술관, 22명 작가와 떠나는 동시대 예술의 항해…《대항해 시대, 미확정 지도》 개최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경계·접속·조우’ 3개 장으로 구성…회화·조각·설치·공예·영상 등 100여 점 전시 8월 25일부터 11월 22일까지 별관·본관·한옥 전시장 아우르는 대규모 기획전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래의 지도 위에서 예술은 어떤 좌표를 제시할 수 있을까.

모란미술관_대항해 시대, 미확정 지도_포스터

모란미술관이 오는 8월 25일부터 11월 22일까지 2026 기획전 《대항해 시대, 미확정 지도(The Age of Exploration : Uncharted Map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가는 동시대의 여정을 22명 작가의 시선으로 살펴보며, 변화의 한가운데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전시에는 강강훈, 김서울, 김아라, 김지민, 김철환, 김형주, 노해율, 류은미, 민성홍, 민정See, 박경묵, 박성훈, 박소현, 박예림, 박종욱, 박혜원, 서예지, 신승민, 정직성, 지심세연, 최혜숙, 허현숙 등 22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회화와 조각, 설치, 공예,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00여 점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2026 전속작가 공·사립미술관 전시개최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을 통해 발굴된 화랑 전속작가들을 미술관으로 초청해 동시대 한국미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전시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모란미술관의 공간 자체를 하나의 ‘항해 경로’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관람객은 자동차가 오가는 길가의 별관 모란스페이스에서 출발해 현대식 건물인 본관 1·2층을 거친 뒤, 오솔길과 연못을 지나 숲속 한옥 전시장 영역으로 이동한다. 인공적인 공간에서 자연으로, 일상에서 휴식으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전시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

 

전시는 공간의 특성과 작품의 개념을 연결해 ‘경계’, ‘접속’, ‘조우’의 세 장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장인 ‘경계’는 별관 모란스페이스에서 펼쳐진다. 비움과 가림, 중첩 등의 전략을 통해 기존의 인식 체계를 흔들고,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세계의 가장자리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한다. 강강훈, 민성홍, 김철환, 박종욱 등의 작품은 상처받은 인물, 버려진 사물, 일상의 순간과 미물 등 기존 가치체계의 바깥에 놓였던 대상을 작품의 중심으로 불러들이며 ‘경계’에 대한 사유를 확장한다.

 

두 번째 장 ‘접속’은 본관 전시실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사상과 감정, 외부와 내부가 서로 연결되는 동시대의 모습을 통해 인간과 세계가 관계를 맺는 방식을 탐색한다. 전시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방식, 생명성에 대한 성찰을 여러 작가의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마지막 장 ‘조우’는 미술관 뒤편 한옥 전시장 영역에서 펼쳐진다. 현대식 전시공간을 지나 자연과 전통의 공간으로 들어선 관람객은 자연과 인간, 외부와 내부, 미래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을 마주한다. 전시는 산업화 이후 심화된 인간 소외의 문제를 환기하면서 자연과 전통을 인간성 회복의 가능성으로 바라본다.

 

이연수 모란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 미술계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는 한편, 참여 작가들에게는 더 넓은 세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고 관람객에게는 예술적 상상력이 일상에 스며드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를 기획한 조은정 전시감독은 21세기 인류가 컴퓨터 화면을 통해 전대미문의 ‘대항해 시대’에 들어섰다고 바라본다. 그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우리가 항해의 목적과 인간다움을 잊지 않도록 좌표를 제시하며, 아직 좌표가 확정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멀고 깊은 곳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준희 미술평론가는 이번 전시를 15세기 대항해 시대의 항해에 빗대어 모란미술관의 전시 공간을 ‘망망대해’, 작품을 그 위에 떠 있는 ‘범선’, 관람객을 그 여정에 동승한 ‘선원’에 비유한다. 특히 미술 감상에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으며,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기보다 각자의 시선과 판단으로 작품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전시와 함께 작가 및 전문가, 관람객이 참여하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열린다. 작가와 관객의 만남인 아티스트 토크 《작가와 떠나는 항해》는 10월 16일 강강훈, 10월 23일 김철환, 10월 30일 정직성 작가와 함께 진행된다. 전문가 강연 프로그램 《미술이 개척한 세계》에서는 최태만 국민대학교 교수, 김성호 성신여대 초빙교수, 김종길 경기문화재단 정책실장이 각각 ‘작가들과 세계의 외교’, ‘작품으로 새로운 과학을 열다’, ‘미술의 지도와 항해’를 주제로 강연한다.

 

김소형 문학가와 함께하는 작품감상 프로그램 《오디세이, 나의 항해》도 9월 10일, 11일, 18일 진행된다. 전시를 감상한 뒤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관련 행사 참가자는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유선전화로 신청할 수 있다.

 

전시 개막식은 9월 10일 오후 4시 모란미술관에서 열린다.

 

《대항해 시대, 미확정 지도》는 이미 정해진 목적지로 향하는 전시라기보다 아직 그려지지 않은 지도를 관람객 스스로 완성해보도록 권하는 전시에 가깝다. 모란스페이스에서 본관을 지나 한옥과 자연으로 이어지는 실제 공간의 이동, 그리고 서로 다른 22명 작가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위치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되묻게 한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예술이 건네는 것은 완성된 지도보다 새로운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 미확정의 좌표 위에서 관람객 각자는 저마다의 항로를 발견하게 된다.

 

전시 개요

  • 전시명: 《대항해 시대, 미확정 지도(The Age of Exploration: Uncharted Maps)》
  • 전시기간: 2026년 8월 25일(화)~11월 22일(일)
  • 전시장소: 모란미술관 별관 모란스페이스, 본관, 한옥 전시장 영역
  • 참여작가: 강강훈, 김서울, 김아라, 김지민, 김철환, 김형주, 노해율, 류은미, 민성홍, 민정See, 박경묵, 박성훈, 박소현, 박예림, 박종욱, 박혜원, 서예지, 신승민, 정직성, 지심세연, 최혜숙, 허현숙
  • 작품 수: 100여 점
  • 장르: 회화, 조각, 설치, 공예, 영상 등
  • 주최·주관: 모란미술관
  • 기획: 조은정 미술평론가·고려대학교 초빙교수
  •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 문의: 모란미술관 031-594-8001 / [email protected]
임만택 전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