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에세이] 아버지의 의자 _이문자
[시인 이문자가 보는 세상 2 ]
아버지의 의자 / 이문자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가시던 아버지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셨다 걸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아버지에게 의자는 올무였다 육신의 무게로 의지했던 의자는
어느 순간 의자의 무게로 남겨졌다
의자의 달콤함과
더 나은 안락을 위해
나를 잊고 정글처럼 살았던 날들
자식의 자리를 위해
당신의 자리를 잃은
아버지 생각을 하면
귓전에 휠체어 끄는 소리 먹먹하다

[작가의 말]
아버지에게 의자는 올무였다
이문자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가족을 빼놓고, 얘기할 것도 의미도 없을 것이다. 가족은 사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가장으로써, 한평생을 사신 아버지의 무게를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나에게 아버지란 이름은 참 따뜻하다. 어린 시절 내가 그림에 빠져 있을 때는 담뱃갑을 풀어, 안쪽 흰 부분에 볼펜으로 풍경화를 그려 주셨다. 내가 좀 더 나이가 들어 고등학교 시절, 시가 뭔지도 모르고 시를 쓴다고 끄적일 때, 그런 딸을 생각하며 시를 적어 주셨다. 아버지는 화가도 시인도 아니셨다. 그런 아버지가 더 그리운 계절이다.
나의 아버지는 오랜 투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 온 세상이 꽃으로 물든 계절, 5월의 어느 봄날 세상을 떠나셨다. 그 당시 아버지의 의자를 생각하며, 이 시를 썼다.
의자는 권력의 상징이며, 존재 가치를 결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딛고 일어설 의자와 의탁으로서의 의자이기 때문에, 대상은 끝없이 슬픈 것이다.
이문자 시인

. 시인, 소설가, 화가
.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칼럼니스트
. 뉴스N제주 칼럼니스트
. 씨원뉴스 종로보도본부 본부장
. 사)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위원회 사무국장
. 계간문예 작가회 사무차장
. 사)한국소설가협회, 사)국제PEN한국본부, 종로미술협회 회원
. 종로문인협회, 한국가곡작사가협회 이사
. 경북일보 시부문 문학상 수상 外
. 사)한국소설가협회 2024년 신예작가
. 시집 『단단한 안개』 外
. 단편소설 「내미는 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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