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의 그림이야기 49] - 황소(타완 투차니)

이 작품은 태국 작가 타완 투차니(Thawan Duchanee)의 〈황소〉이다. 타완 투차니는 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그의 그림은 검은색이 지배적인 화면과 거칠고 폭발적인 붓질이 특징이다. 캔버스 위에는 소와 물소, 괴수, 인간과 동물이 뒤섞인 형상이 등장하는데, 형태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남아 있으나 의도적으로 왜곡되고 파괴되어 있다. 이러한 표현은 마치 동굴벽화를 연상시키는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가 지속적으로 그려온 물소(Buffalo) 시리즈는 태국 농경 사회의 상징인 동시에, 무지와 욕망, 폭력성, 인간의 본능을 의미한다. 야수의 형태로 그려진 물소는 인간이 동물성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은유를 담고 있으며, 물소를 괴물·야수의 형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번뇌(탐·진·치)를 시각화한 것이다. 이 안에는 선과 악, 성스러움과 잔혹함이 동시에 공존한다.
타완 투차니는 주로 검은색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데, 이는 죽음과 공허, 무한과 윤회, 즉 단순히 빛이 없는 어둠이 아니라 모든 것이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의 그림은 장식적인 불교미술이 아니라, “불교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진실을 말한다”라는 작가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작품은 명상적이기보다 경고에 가깝다. 이는 인간 존재에 내재한 폭력성과 윤회 속에서 반복되는 고통, 그리고 수행 없이는 벗어날 수 없는 업(業)을 드러낸다.
이 작품 〈황소〉는 수묵 형태의 작품으로, 타완 투차니의 특징적인 표현 양식을 가장 잘 보여준다. 굵고 유기적인 선을 통해 물소의 근육과 움직임이 강하게 느껴지며, 선과 여백만으로도 동물의 본능적인 힘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 보듯, 그의 회화는 구체적 형상의 재현보다는 운동감과 힘의 추상화에 가깝다.
이처럼 타완 투차니의 그림은 한마디로 “인간이 아직 짐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불교적 초상”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독일 표현주의의 거친 에너지, 프란시스 베이컨의 왜곡된 인간 형상, 그리고 동양 수묵화의 일필휘지(一筆揮之)가 결합된, 태국만의 독자적인 표현주의 회화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