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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수필향기] 버들키 추억 - 김주은

수필가 김영희 기자
입력

버들키 추억 

 

김주은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집 창고를 헐어내고 방으로 수리를 하게 되었다. 공사를 하려고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를 하다보니 부모님이 쓰시던 삽, 괭이, 호미, 다듬잇돌, 버들키, 맷돌이 있다. 그중에 낡아서 하얀 광목천으로 기워진 버들키가 있다. 키를 보는 순간 남동생이 오줌을 싸서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갔다가 엉엉 울며 돌아왔던 일이 생각났다.  

버들키

    추운 겨울날이었다. 추워서 동생들과 화롯가에 삥 둘러앉았다. 남동생이 성냥개비를 꺼내어 화롯불에 넣으면 "칙, 칙" 불꽃이 이는 것이 재미있다고 자꾸 하다가 성냥갑을 화롯불에 떨구어 "치지직"하며 성냥갑에 불이 붙었다. 순간 놀래서 벌떡 일어나 남동생 등짝을 한 대 치고 부엌에서 저녁밥을 짓는 어머니께 달려가 말을 했다. 

 

    "엄마! 영덕이가 불장난 하다가 성냥갑을 태웠어요."라고

    "이 녀석이 밤에 오줌 싸려고, 그만하지 못해!"

 

    어머니는 큰 소리로 호통치시며 부지깽이를 들고 방으로 뛰어 들어가셨다. 그러자 남동생은 뒷문으로 후다닥 도망갔다. 그날 밤 남동생은 이불에다 지도를 그렸다. 어머니는 남동생이 다시는 위험한 불장난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머리에 키를 씌우고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를 손에 들려서 소금을 얻어 오라고 밖으로 내보냈다. 한참 후에 남동생이 키와 바가지를 내동댕이치고 엉엉 울면서 미경이 엄마가 소금가지러 갔더니 뒤춤에 부지깽이를 가지고 와서 키를 마구 두드리며 오줌싸개라고 놀렸단다. 그래서 그 후에는 오줌을 싸도 다시는 키를 쓰지 않았던 어릴 적 옛 일화를 여동생이 아기였을 때라 몰라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이야기 해주었다. 여동생 영희에게 이제는 농사 짓지 않으니 키를 버리자고 하였더니

 

    "언니 왜 버려요. 내가 가끔 쓰고 있는데, 밭농사 많이 하는 집은 콤바인을 쓰지만 우리는 콩 농사 조금 하니까 키질을 해요."

 

    "콩 털 때 나에게 연락해, 그럼 키질 한 번 해보게"   동생 영희는 피식 웃으며 알았다고 했다. 

    

    어머니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버들키를 손에 잡는 순간 '사륵사륵' 어머니의 키질 소리가 귓전에 맴돌아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신 엄마가 그리워 눈물이 핑 돌았다. 가을에 밭농사를 지은 콩이며 팥, 들깨, 참깨, 녹두를 밭에서 뽑아 마당에 펼쳐 놓고 아버지가 도리깨질로 털어주면 어머니는 키질하여 쭉정이를 골라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 어두워져도 호롱불을 켜고,  '사륵사륵 사르륵, 스르륵'   키를 번쩍 들어 곡물을 밖으로 밀어내듯 높이 띄우고 다시 키를 끌어당기듯 하여 알곡은 키로 받아 채어 쭉정이는 털어버린다. 왼쪽으로 챘다 오른쪽으로 채어 검불은 날아가게 하고 곡물을 안쪽 중앙으로 모아 키를 살살 흔들면 쭉정이를 키 끝으로 보낸다. 내가 키질하여 돌과 쭉정이를 골라내다 키질을 잘못하여 잘생긴 콩들이 쭉정이와 함께 버려졌다. 그것을 본 어머니는   "아니 아까운 것을 다 버리네." 하시며 땅에 떨어진 콩을 손으로 주워 바구니에 넣고 내가 들고 있던 키를 뺏으며 호통을 치셨다. 

 

    버들키는 대나무나, 하천에서 자라는 버드나무 껍질을 벗기고 칡넝쿨로 촘촘히 감아서 안쪽은 폭을 좁게 하고 바깥쪽은 넓으면서 얇게 만든 것이다. 잘 여문 알곡은 좁은 안쪽으로 모으고 쭉정이와 불순물은 넓은 바깥쪽으로 보내기 위해 키를 높게 올렸다가 내릴 때 앞으로 당기면서 툭 채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옛 어른들은 가을이면 농사지어 거둬들이는 곡물을 키질하며 삶의 보람을 느끼셨을 거라 믿는다. 우리 조상님들은 키를 씌워 나쁜 버릇을 고치게 했고 키질을 하여 불순물과 쭉정이를 버렸고 속이 바르고 꽉 찬 곡물처럼 알차고 지혜롭게 삶을 살았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경 말씀에 "내가 바벨론에 키질하는 사람을 보내어 온 나라를 말끔히 날려 버리리라"라는 말씀이 있다.(예레미아서 51:2절) 오늘날 날마다 시국 시위가 벌어지는 이즈음 시위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해가 되는 모든 것들을 키질하여 날려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버들키 추억' 중에서

 

* 키 : 곡식등을 까불러서 쭉정이, 티끌, 검부러기 등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데 쓰는 용구

* 검부러기 : 가느다란 마른 풀, 나뭇가지, 낙엽 등이 부서진 것

* 호미 : 논이나 밭을 매는 데 쓰는 농기구로, 땅을 파서 종자를 심거나 김을 매는데 이용하는 도구

*괭이 : 길다란 막대 끝에 기역자로 된 쇠붙이가 붙어 빝고랑을 팔 수 있게 만든 농기구

* 부지깽이 : 아궁이에 불을 땔 때 불을 거두어 넣거나 끌어내는 데에 쓰는 막대기

* 다듬잇돌 : 옷감이나 직물을 두드려 다듬을 때 밑에 바치는 도구로, 다듬이 방망이로 두드린다.                         (현재의 다리미) 

* 맷돌 :  콩, 녹두, 밀 등의 곡식을 가는 데 쓰는 도구 (현재의 믹서기)

* 쭉정이 : 곡식, 특히 벼의 알갱이 중 알이 작거나 안에 알이 없는 빈 껍데기

* 도리깨질 :  도리깨로 곡식 이삭을 두드려 낟알을 떠는 옛 농사 방식(현재의 탈곡기나 콤바인)   

[심향 단상]

 

    작가는 어린시절 살았던 집을 수리하다가 창고에서 키를 발견하고 키에 얽힌, 어머니께서 키질하시던 일과 동생이 키를 머리에 쓰고 소금 받으러 이웃집에 갔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 당시에는 어른들이 '불놀이를 하면 밤에 오줌 싼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아마도 불놀이의 위험성을 알려서 조심 시키려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화장실도 집 밖에 있어서 자다가 깨어 화장실 가기도 어려웠고 귀찮은 일이기도 해서 인지, 어린아이들이 자다가 이불과 옷에 오줌 싸는 일도 많았습니다. 오줌을 싸면 또 주의를 주기 위해서 이웃집으로 보내 소금을 받아오라고 하셨지요. 그때 키를 머리에 쓰고 가게 했습니다. 키를 쓰게 한 이유는 잘 모르지만 오줌 싼 사실을 이웃에 알려 부끄러움을 느껴서 다시는 오줌 싸지 않도록 주의를 주기 위한 벌칙이었던 것 같습니다. 

 

    곡식을 키에 담고 곡식을 위 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 가벼운 것은 날아가거나 앞에 남고 무거운 것은 뒤로 모이게 하는 것을 키질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곡식에 부스러기나 돌이 없이 판매가 되지만, 옛날에는 쌀이나 잡곡에 돌이 많이 섞여 있어서 밥을 할 때는 쌀을 씻어서 쌀조리개로 살살 둥글게 저어 위로 뜨는 쌀을 쌀조리개에 담고, 돌은 무거워서 밑에 가라앉으므로 가라앉은 돌은 버리고 쌀로 밥을 했습니다. 


    쌀조리개로 쌀을 일지만 가끔씩 돌이 섞여있어서 밥을 먹다가 돌을 씹는 일이 많았습니다. 요즘에는 선별 작업을 잘해서 그런 일은 없으니 좋아졌습니다. 

 

    요즘 가끔 옛날 사진을 보게 됩니다. 

    최근에 본 옛날 사진은, 연탄불과 붕어빵과 동그란 국화빵 사진, 연탄불에 달고나 만드는 사진, 연탄 나르는 사진과 초가집과 공중전화 박스 사진, 삼륜차와 큰 저울 사진과 리어카에 올라탄 아이들을 끄는 아저씨 사진, 빙판에서 썰매 타는 아이들, 개울가에서 아낙네들이 빨래하는 사진,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들고 있는 여학생들과 여름날 더워서 마당에서 등목하는 사진, 초가집 벽에 소쿠리와 키 등이 걸려 있는 사진과 지게를 진 사진과 경찰이 남자들 장발 단속하는 사진, 길거리의 엿장수 사진, 물건을 머리에 이고 가는 여인 사진, 널뛰기 하는 여인들 사진, 겨울에 추워서 귀마개가 달린 모자를 쓰고 있는 아이들 사진, 여자아이가 어린 동생을 끈으로 묶어 업고 있는 사진 등이었습니다. 

 

    사라진 것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있습니다. 초가집은 민속촌에서 볼 수 있고 황소도 볼 수는 있고, 연탄도 가끔 볼 수 있고 붕어빵과 국화빵도 겨울철에 가끔 볼 수 있고 리어카는 요즈음 폐지 줍는 분들이 박스나 종이를 담아 옮기는데 쓰고 계시고요, 엿장수는 동네에서 보기 어렵지만 민속촌이나 길에서 가끔 볼 수 있고, 국화빵은 보기 어렵고 그나마 붕어빵이 가끔 보입니다. 겨울이면 어린아이들은 썰매 타는 곳으로 놀러 가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썰매에 앉아 언덕에서 내려옵니다. 아이들에게는 정말 재미있는 겨울철 놀이입니다. 춥지만 몇 번 언덕을 오르내리다 보면 땀이 나서 추위도 잊게 됩니다. 옛날 썰매는 나무판 아래에 양쪽으로 다리를 두 개 길게 붙이고 철사를 붙여서 긴 막대기로 얼음지치기를 하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잠시 없어졌다가 다시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게 하며 옛날보다 색과 모양이 다양해졌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시대는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며 새로운 것이 많이 생깁니다. 옛날에는 공중전화를 이용했는데 요즘은 1인 1스마트폰 시대가 되었고, 음식점에서는 주문도 탁자에 있는 무인 주문기(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곳이 많아졌고, 배달문화가 발달하여 음식점에 가서 먹기 보다 주문하여 집에서 간편하게 먹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1인 1로봇 시대가 된다고 하니 누구나 로봇 비서가 생기는 시대가 오게 됩니다. 

 

    어찌 됐든 사람이 건강하고 평안하고 서로 정을 느끼며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로봇과 가까워지다가 혹시라도 사람을 잊게 되는 건 아닐까, 로봇과 정을 나눌 수 있을까, 인간관계는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 알 수 없는 미래에 머릿속은 복잡해집니다. 

 

    그러나 미래는 늘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그저 현실에 충실하며 살 것을 다짐합니다. 

    그러니 또 후회 없이 잘살아야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김영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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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드림문학 편집위원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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